영화

기술자들 (영화, 2014): 블랙커피처럼 기본에 충실한 하이스트 무비

아뇨, 뚱인데요 2021. 6. 5.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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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들 (The Con Artists, 2014)
감독: 김홍선
주연: 김우빈, 고창석, 이현우
서비스: WAVVE

 

포스터 느낌은 좋은데, 한분이 튑니다 ㅎㅎ

간단소개: 금고털이를 전문으로 하는 지혁은 예술작품, 위조능력까지 있는 다재다능한 절도전문가이다. 지혁은 보석상의 금고를 털고 한탕에 성공하지만, 보석의 주인인 조사장에게 붙잡히고 만다. 조사장은 전문가인 지혁을 이용해 더 큰 건을 노리려 한다.

 '기술자들'은 주인공이 범죄를 저지르는 영화인 하이스트물(또는 케이퍼 무비)입니다. '도둑들'에서 정점을 찍은 후, 한국영화에 빠지지 않고 만들어지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에 '도굴'도 있구요, 이른바 '선수입장'으로 대표될 정도로 판에 박힌 영화인 것만 같다는 비판도 있죠. 기술자들도 그저그런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솔직히 김우빈 배우가 궁금했습니다. '스물'을 보고 확 끌려서 질러버렸습니다.

글에는 영화의 중요한 내용에 대한 언급이 많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 주인공이 얼마나 멋있게 잘하나


 주인공이 털어서 튀는 영화는, 주인공들의 능력과 매력을 잘 살려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술자들은 김우빈의 매력과 기럭지에 승부를 거는 영화입니다. 

 

와 길다....

 전문 절도범 지혁(김우빈)은 바람잡이 구인(고창석)과 그가 엮어온 해커 종배(이현우)와 팀을 이룹니다. 팀의 머리이자 금고를 터는 핵심역할까지 담당하는 지혁의 지휘 아래, 셋은 보석상의 금고를 열고 한탕을 하는데 성공합니다.

 

합이 잘맞는 일당 지혁패밀리;

 범죄영화에서 주인공의 실력, 전문성을 보여주는 것은 기교와 기술의 영역 같습니다. 진짜 범죄를 저지를 때 저렇게 줄타고 유리 동그랗게 파고 하는 일은 거의 없을테니까요.


 실제 범죄랑은 거리가 있지만 범죄스럽게 표현하는 기술이죠. 최대한 있어보이면서도 멋있게, 하지만 또 멋만 있으면 극의 분위기가 날아가니까 진지하면서도 심각하게. 말로는 정말 쉽지만 이걸 잘 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 같습니다.

 

어디까지 현실성 있게 보여주느냐

 보석상을 터는 지혁 일당의 모습은 나름 진지합니다. 하지만 최소한으로 할 것만 하는 느낌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선수들' 대사도 나오구요. 인물의 성격을 사건으로 보여주는 장면없이 서둘러서 숙제를 해치운다는 느낌으로 빨리빨리 진행됩니다. 경찰이나 보안요원을 포함해서 초반의 인물들은 관객들의 예상, 클리셰대로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지혁은 보석상을 터는데 성공합니다만, 아뿔싸 훔친 보석의 주인은 목욕값을 받으시는 조직폭력배, 조사장이었습니다.

 

이젠 검은머리 못하시는 김영철님

 

 

| 얼마나 진지하고 실감나게 위기를 만드나


 지혁과 친구들은 경찰과 조사장 일당에게 동시에 쫓깁니다. 먼저 그들을 붙잡은 것은 조사장의 패거리였습니다. 지혁의 털이 솜씨를 눈에 담아둔 조사장은 인천세관에 잠들어 있는 비자금을 털자는 '비즈니스 제안'을 합니다.

 

너, 나랑 일 하나만 하자

 지혁 일당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조사장의 작전을 주도합니다. 주인공의 작전에 불청객이 끼어들고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예측불허의 위기감을 조성해야 관객들도 긴장감을 느끼며 몰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자들에서는 팽팽한 느낌을 만들어야 하는데, 턱하고 걸리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위기상황과 긴장감을 만드는데에는 실패했다는 생각입니다.

 

 주인공을 제대로 몰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지혁의 범죄이야기의 서브플롯으로 지혁과 만나게 되는 미술관 팀장 은하(조윤희)의 이야기가 붙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은하쪽 이야기만 나오면 연기부터 영화의 톤까지 너무 튑니다. 

 

 지혁과 은하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A가 끝났다는 신호도 없이 은하의 목욕장면 B가 확 튀어나옵니다. 이게 뭐야, 당황하는 순간, 목욕을 하던 은하가 회상을 하면서 장면 A가 다시 이어집니다. 순서대로 A-B 흘러가는 흐름이 아니라
A이야기 중간에 목욕장면 B가 생뚱맞게 치고들어온 느낌을 받는 것이죠.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섞이지 못하는 은하 (조윤희)

 이야기의 흐름도 그렇고, 조사장의 행동대장, 이실장(임주환)의 분장이나, 경찰(신승환)님의 의상, 목소리 처럼, 부드럽고 당연하게 넘어가야 할 순간에 사소하게 몰입을 방해하는 부분들이 나옵니다.


 흙먼지 날리는 지혁 패거리의 작업장도 그렇고, 그 안에서 난데없이 감자 으깨는 고창석님도 그렇고, 이야기를 보는 관객이 긴장할 준비는 되어 있는데, 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살벌하긴 한데, 너무 등장이 잦은 행동대장

| 얼마나 통쾌하게 풀어주나


 많은 하이스트 영화, 특히 한국 범죄영화에서 그렇듯, 영화는 마지막 반전을 향해 달려갑니다. 지혁과 동료들은 조사장의 감시, 협박을 받으면서 인천세관 탈취작전에 돌입합니다. 지혁은 조사장을 전혀 믿지 않는 상태에서 경찰의 수사망까지 벗어나려 필사적으로 승부수를 던집니다.

 

 까딱하면 목숨이 없어지는 상황

 위기를 맞이한 주인공(들)이 악당을 향해서 복수를 하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는 계획을 터뜨리는 기막힌 반전을 많이 만들곤 합니다.

 

 '기술자들'의 이야기는 마지막을 노리고 있었다는 듯 끝에가서 엄청나게 쏟아놓습니다. 주인공이 다 알고 있었다는 류의 이야기는 식상하기는 해도, 잘 만들면 언제나 시원한 것 같습니다.

 영화의 가장 처음에 생뚱맞게 등장했던 예술작품 모조품의 이야기. 초반에 지혁이 시도하려다가 실패한 위조지폐와 관련한 작전.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 동기까지. 전부다 꼼꼼하게 찾아서 밝혀준다는 기분이었습니다.

 

밑바닥을 착실히 깔아놓고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영화를 자주 보신 분들이라면 중반 넘어갔을 때 어떻게 진행될 것이다, 짐작 하실 수 있습니다. 고전 영화 '스팅'에서부터 많이 등장한 반전구조이니, 특별히 새롭다거나 하는 기대는 많이 갖지는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여러번 꼬지 않고 단순하게 가져가면서도 인물들 행동의 동기와 결과를 딱딱 맞춰서 챙겨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캐릭터의 선악이 모호했던 해커 종배 (이현우)를 잘 챙겨서 마무리지어서 좋았습니다.

 

어유, 오해할 뻔 했어요.

 '기술자들'은 개성이 강한 편은 아닙니다. 긴장감을 솜씨좋게 만들어내는 기술보다는 기본기로 승부하는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볼때마다 놀라운 김우빈 님의 남다른 비율이 보기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흐지부지 사라져버리는 인물들 없이, 초반의 흐름을 잘 챙겨주는 꼼꼼함이 장점인 하이스트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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