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삼총사 3 (Charlie's Angels, 2019)
감독: 엘리자베스 뱅크스
주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나오미 스콧, 엘라 발린스카
간단소개: 사설첩보기관의 비밀스러운 권력자 '찰리'와 그를 도와 악당들을 쳐부수는 '엔젤'들은 오늘도 전 세계의 악당을 찾아다닌다. 사비나(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제인(엘라 발린스카)는 새로운 생체무기인 '컬리스토' 개발 정보를 입수하고 악당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확보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미녀삼총사의 극장용 첫 영화는 2000년에 개봉했습니다. 팝콘 먹으면서, 영화 화면에 집중 안하고 나초에 치즈 찍는데 신경을 쓰면서 봐도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진지함은 덜어내고 키득거리면서, 낄낄대면서 즐기는 분위기였죠. 영화의 톤을 그렇게 가볍게 잡은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흥행을 하기 위해 상당히 똑똑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진지하게 서사를 깔고 액션을 풀기 보다는 처음부터 '우리 뻥좀 칠게, 놀아보자'라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으니 편하게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20년이 지나서 새로 만들어진 '미녀삼총사'는 노력을 상당히 많이 한 티가 나는 영화입니다. 다만 정말 필요한 곳에는 신경을 쓰지 못한 기분이 듭니다.
글에는 영화의 중요 내용에 대한 언급이 많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 배우들의 피지컬과 액션
사설 첩보기관 타운젠드 에이전시의 요원인 사비나(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제인(엘라 발린스카)는 사람에게 치명적이 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컬리스토'에 대한 첩보를 입수합니다. 그걸 탈취하려고 정보를 캐다가 회사 직원인 엘레나(나오미 스콧)을 구해주게 되고, 함께 협력하게 됩니다.
요원(영화 속에서는 엔젤)들이 엘레나와 처음 만날때 펼쳐지는 장면부터 영화는 제대로 된 액션을 풀어줍니다. 일단, 제인 역의 엘라 발린스카가 대박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각도로 카메라가 들어가도 감탄이 나오는 실루엣입니다. 길구요, 비율도 좋구요, 몸을 쓰는 액션이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엔젤들은 엘레나를 구하고, 매니저인 보슬리 (엘리자베스 뱅크스)와 함께 치명적 무기인 컬리스토에 대한 정보를 모아갑니다. 엘레나의 회사에 침투하고, 컬리스토의 거래선을 확보하기 위해 요원들은 백방으로 활약하죠.
영화에서 제인만 나오면 그냥 캣워크가 되고 액션의 급이 한단계 올라갑니다. 과한 칭찬같기도 한데 제가 보기에는 좀 칭찬을 받아도 됩니다. 엘라 발린스카 캐스팅한 스탭은 보너스 받아야 된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이 영화가 데뷔작인데
액션에 대한 연습은 굉장히 잘 한 것 같습니다. 격투고 그렇고 총기 다루는 것도 크게 어색하지 않습니다.
첫 액션에서부터 격투, 총, 자동차 추격전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화는 액션을 몰아붙입니다. 전작들의 장점은 이어받되, 힙하고 감각적인 액션 첩보물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어색하게 금발 긴머리(!)를 하고 나와서 액션도 하고 필요할 땐 정신없이 대사도 많이 합니다.
배우들이 몸을 던져가며 제대로 활약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를 보는 내내 턱턱 걸리는 부분들이 보는 사람을 힘들게 했습니다.
| 보는 사람 힘들게 하는 영화
컬리스토의 구매자를 찾아 밝혀내려는 순간 사비나와 친구들은 습격을 당하고 목숨마저 위험하게 됩니다. 심지어 엘레나는 납치를 당하게 되고 사비나는 큰 부상을 당하죠.
악당의 정체는 큰 반전은 아닙니다. 악당을 해치우는 것도 대단히 새로운 것도 아니구요. 그런데 주인공과 반대편에 있는 인물들에 대한 설정이 너무 과합니다. 회사 상사가 엘레나를 괴롭힐 때나, 악당들의 행동을 보고 있자면 코미디 빅리그에서 볼법한 바보같은 장면과 행동이 툭 튀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감독이나 작가는 여성과 남성을 갈라서 싸움을 못붙여서 안달난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그럴 의도였다면 차라리 자연스럽게라도 하던가, 대사 한마디 행동 하나가 과하게 주입식이고 틀에 박혀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를 시간내서 본다는 것 자체가 영화 주인공들을 응원하고 싶고 주인공들이 활약하고, 멋있는 모습을 보고 긍정하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그런 관객들에게 강제로 여자와 남자가 편갈라서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은 보는 사람을 많이 힘들게 했습니다.
앞에서 배우들의 액션과 피지컬에 감탄을 했는데요, 반대로 연기 쪽으로 가면 보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당연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서 외국영화 연기를 보고 평하기가 어렵죠. 그런 저같은 외국 관객의 눈에도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는 너무 어색했습니다. 특히 엘라 발렌스카의 연기를 보기가 많이 힘들더라구요. 구속은 160km를 던지는데 컨트롤이 안잡힌 투수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ㅠ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역할은 정말 잘 받은 것 같습니다. 미녀삼총사 셋중에 리더 역할이 되어야 하고, 배우 셋 중에서 연기 경력이 제일 깁니다. 하지만 보는 사람이 기대감이 컸던 것인지 영화와 캐릭터의 분위기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코믹하고 수다스러운 캐릭터인지, 핑크색 경마복을 입고 깨방정을 떠는 분위기인지, 이를 악물고 적을 뚜까패는 상황인지, 배우가 확 휘어잡아줘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한 것 같습니다.
미녀삼총사 3는 제작비 4,800만 달러를 들여서 전세계 7,300만달러 수익을 거뒀습니다. 이정도면 그래도 준수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자국인 미국에서는 1,7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자국 관객에게 철저히 외면받았네요.
저는 미녀삼총사 3가 긍정적인 면이 확실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들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영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어떤 색깔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지 확실하게 정하지 못하고 찍기 시작한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미녀삼총사의 영화색깔은 '요원임을 숨기려 하지 않는' 스타일을 극대화 한 첩보액션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는 살짝 벗어나지만 웃긴 분위기, 이걸 중심으로 잡고 색깔을 변주하는 거죠.
이번 3편은 병맛영화, 이 악물고 악당을 처치하는 영화, 차가운 작전 영화, 유리 천장을 부수는 여성을 그리는 영화, 어느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하겠다고 맘먹고 팠으면 보는 사람도 이렇게 아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