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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 미스터리(Murder Mystery, 2019): 아가사 크리스티에 대한 미국식 오마주

아뇨, 뚱인데요 2021. 1. 2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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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 미스터리(Murder Mystery, 2019)
감독: 카일 뉴어첵
주연: 제니퍼 애니스톤, 아담 샌들러

개그물일줄 알았는데, 정식 추리물입니다.

간단소개: 미용사인 오드리(제니퍼 애니스톤)와 경찰 닉(아담 샌들러)은 결혼 후 처음으로 오드리의 바람이던 해외여행을 떠난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친해진 갑부 찰스(루크 에반스)의 초대를 받아 닉과 오드리는 꿈도 못꾸던 호와 유람선을 타게 되고, 그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살인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글에는 영화의 내용이 들어있으며, 감상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스포주의)

 

| 감상 하나, 아가사 크리스티에 대한 팬심

 살인사건, 추리와 탐정을 다룬 영화와 소설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코난 도일도 있고, 최근엔 히가시노 게이고까지.
그 중에서도 하나의 흐름을 세운 분이 아가사 크리스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1890~1976), 포와로, 마플과 같은 탐정을 만들고 평생 장,단편을 합쳐 92권의 소설을 쓴 문호이자 추리소설의 여왕입니다. 이 영화는 아가사 크리스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미국영화라고 봅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전부 다 그런것은 물론 아닙니다만, 머더 미스터리에도 들어있는 전형적인 탐정물의 배경을 보겠습니다.
- 고립된 공간안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 원한과 이권으로 얽힌 폐쇄된 인간관계
- 그 안에 외부인으로 들어간 탐정
- 트릭으로 시작되는 살인
- 마지막에 모두를 모아놓고 진상을 밝히는 탐정

꼼짝마! 움직이는 사람은 범인이야!

 머더 미스테리도 규칙을 잘 따라갑니다. 오히려 예상과는 다르게 상당히 잘 따라가다보니 오히려 비틀거나 예상외의 요소가 없게 보이기도 합니다. 이 때쯤이면 등장인물중 하나 죽겠구나, 하는 타이밍에 사람이 죽고, 이렇게 끝날리가 없는데, 하는 순간 반전이 나옵니다. 기본기가 정말 탄탄한 운동선수를 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추리 미스터리 영화임에도 멍허니 보기좋았습니다. 상당히 모순되네요 뜨거운 얼음, 소리없는 아우성, 생각없이 보는 추리영화라니.
 머더 미스테리는 자칫 삐끗하면 평범할 수 있는 순간을 엄청 빠른 템포와 개그로 극복하려 합니다.

속지마십시오, 진상입니다

 

 

| 머더 미스터리만의 스피드

 오드리와 닉 부부는 의도치 않게 돈많은 재벌의 살인사건에 연루됩니다. 두 부부는 민폐와 재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진범을 찾으려 합니다. 처음 살인사건 전후로는 천천히 인물 설명, 관계설명을 다 보여주면서 확실하게 짚어야 할 부분은 짚고 넘어갑니다. 

 빠뜨리는 요소 없이 차근차근 복선회수와 활용을 잘합니다. 지나갔던 사건이 인물의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확실히 설명하지요. 등장인물사이의 애정관계라던가, 오드리의 직업이나, 닉의 형사라는 직업과의 관계같이 초반에 잠깐 나왔던 특징이나 관계를 전부 등장시켜서 활용합니다.
 영화 관객의 입장에서는 좋은 점임에 틀림없습니다만, 앞뒤 인과를 맞추기 위해 들어가야 할 많은 요소들을 빼먹지 않고 설명하고 배치하다보니 후반으로 갈 수록 템포가 빨라집니다.

 초반에는 뭐라도 할 것 처럼 보이던 찰스(루크 에반스)는 죽는 장면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퇴장합니다. 그에 살해 동기나 수법은 설명하는데 1초도 안걸립니다. 강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임에 틀림없습니다.

퇴장 장면도 제대로 없음

| 머더 미스터리만의 개그

 무겁고 어두워질 수 있는 살인사건들에 미국식 개그 양념을 툭툭 쳤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거나 함부로 대하는, 일종의 진상개그입니다.
 죽은 사람한테서 칼을 뽑아서 또 찌른다던가, 독침맞은 사람 앞에서 몸으로 말해요를 한다던가 하는 것입니다.

 이게 한템포 삐끗하면 기분만 나쁘고 웃기지도 않을텐데 다행히도 이분야 세계권위자가 여기 계시네요, 아담 샌들러입니다. 더러움과 기분나쁨과 웃음과 공감사이에 묘한 부분에 아담 샌들러가 있습니다. 진짜, 뭐라고 하기엔 아주 묘하게 웃기기도 하고 어떻게보면 순수하게도 보여서 뭐라고 할 수 없는데 웃깁니다. 이런 스타일로 웃기는 분이 또 있다면 스티브 카렐(the office 미국판의 마이클 점장님)이겠네요.

심지어 아주 조금은 귀엽기까지 하다

 전형적인 추리물의 가장 큰 단점이 있다면, 범인이 잡기 위해서 필요한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위해서는 범행은 완전범죄에 가까워야 합니다. 그런데 탐정은 그사이를 비집고 빈틈을 찾아서 범인의 트릭을 깨야 합니다. 이걸 증명할 수 있어야 범인을 잡는다는 것인데, 진실을 깨닫는 것과 이것에 대한 법적인 증거를 확보한다는 것은 별도의 문제거든요. 여기서 증거를 억지로 우겨 넣으려다보면 범인만 바보되는 경우가 많지요. 탐정은 증거뿐만 아니라 심리까지 통달한 전지전능이 되는 경우도 있구요.
 이렇게 볼 때, 머더 미스터리는 욕심을 절제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한 준수한 추리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대를 접고 보면 괜찮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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