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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 1984 (Wonder Woman 1984, 2020): 헐리웃 히어로가 전하는 교훈적 우화

아뇨, 뚱인데요 2021. 1. 3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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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 1984 (Wonder Woman 1984, 2020)
감독: 패티 젠킨스
주연: 갤 가돗, 크리스 파인

 

 

극장 개봉을 피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대단함

 

 

 간단소개: 1984년 미국, 다이애나는 영웅으로서의 진짜 모습을 숨긴 채 사람들을 돕고 있다. 사업가인 맥스(패드로 파스칼)가 비밀리에 밀수하려던 보물 드림스톤이 그녀가 일하는 박물관에 들어오게 되고, 다이애나는 드림스톤의 비밀을 알지 못한 채 평생 바랬던 소원을 빈다.

 

* 글에는 영화의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있고, 감상을 방해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저는 원더우먼이라는 캐릭터를 처음보고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배대슈'에서 원더우먼은 헐리우드 히어로영화 최고의 등장장면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뇌리에 멋짐을 강렬하게 박아넣었습니다.
 그 후 2017년 단독 영화에서도 참호를 혈혈단신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은 '영웅'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슈퍼맨과 배트만을 쩌리로 만들어버린 등장 장면

 

 

 2020년, 코로나를 뚫고 영화관에 개봉한다는 것만으로도, 원더우먼 1984는 기대를 갖게 하였습니다. 새로 만들어진 원더우먼 1984는, 앞에서 경험했던 DC 유니버스의 영화, 그리고 마블을 포함한 다른 히어로 영화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서 전혀 새로운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 과장되고 직접적으로 표현된 우화

 영화는 1984년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미국에 산 적이 없어서 정확이 이건 아니다 라고 말할 순 없지만, 굉장히 과대하고 우스꽝스럽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온통 형형색색 형광색의 옷을 입고 다니고, 일반적은 감정의 표현보다 두단계는 더 과장되게 행동합니다. 마치 대공황 직전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사회는 소비하고, 또 소비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전혀 진지하지 않은 초반

 

 

 지금으로부터 35년도 전의 과거의 이야기이다 보니 지금과는 많이 다른 사회를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했겠고, 무엇보다도 사회를 전체적으로 과장되게 묘사하여 현실에서 동떨어지게 한 후, 최대한 단순하고 명확하게 주제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의 DCEU영화의 영웅이야기와 다른 방식으로 히트한 아쿠아맨(2018)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어둡고 진중하고 근엄하고 무거운 주인공과 영화의 분위기를 탈피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원더우먼 1984는 이런 아쿠아맨의 히트를 최대한 자신의 스타일로 변환하여 적용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복잡한 이야기 1도 없는 아쿠아맨

 

 

 배경 복잡하지 않고, 악당과의 대결논리도 고민을 많이 하지 않도록 짠 것 같습니다. 큰 고민하지 않고도 다이애나가 마지막에 악당에게 이기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고, 그로부터 삶의 교훈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간단한 공식을 적용한 우화같은 영화의 구도였습니다.
 이런 스토리텔링은 잘했다, 잘못했다의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태까지 우리에게 충분히 영향을 주었고 익숙하기도 한 마블의 영화(MCU)에서 보아와서 익숙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최대한 주변의 익숙한 모습에서 출발하여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는 스타일은 아니다보니 낯설고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기대하는 것 확실히 보여주고 팍팍 진행함

 

 

 이야기가 단순하면 그 힘은 세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이애나와 스티브의 사랑이야기는 공감과 울림이 컸다고 봅니다.
 희생을 치르더라도 함께하고 싶지만 세계를 지켜야 한다는 자신의 의무때문에 차마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 하는 주인공의 감정과 선택은 단순한 이해를 넘어서 공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60년 넘게 기다린 사랑입니다

 

 

| 전편의 단점을 보완한 액션

 원더우먼 1984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액션이었습니다. 전편을 좋아하지만 조금 답답했던 점은 끝간데 없이 올라가기만 하는 주인공의 파워였습니다.
 인간의 힘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라면 그 능력의 영향을 구체적으로 그려주고 한계도 되도록이면 이해가 가는 수준에서 정해주여야 한다고 봅니다. 아이언맨이 그런 면에서 굉장히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하구요.
 그런데 원더 우먼은 1편에서 이미 신의 영역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원래 캐릭터가 그렇다고 하여도, 실사 영화에서 저렇게 무한정으로 뻗어나가면 2편에서는 어떻게 위기를 만들고 대결을 할까 오지랖 섞인 고민을 했습니다. 2편에서는 스토리와 엮여서 주인공 능력의 한계를 아주 잘 그려냈다고 봅니다.

 

 

위기를 맞이하는 모습과 도움을 받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결됨

 

 

| 단순하고 촌스러운 인물과 사건

 악역인 맥스 로드(페드로 파스칼)은 소원을 들어주고 대가를 받아가는 보물인 드림스톤을 손에 넣고 자신의 야망을 이루고자 합니다. 그로 인해서 전 세계의 위기가 찾아옵니다만, 그 위기라는 것이 생각만큼 보는 사람에게 잘 다가오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 맥스가 드림스톤을 이용하는 아이디어를 보고 기발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하게 '소원 하나를 소원 무한대로 늘려줘' 같은 식상한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소원을 쓰는 모습을 보고서 '천잰데?'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드림스톤의 영향력이 어떻게 미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부족합니다.
 소원을 들어주고, 대가를 받아가는 것이 마법처럼 뿅하고 이루어는 것 같기는 한데, 맥스는 인간세계의 사람이고 세계의 위기는 현실을 기반으로 다가와야 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뉴스에서는 맥스 로드가 어쩌다가(somehow) 전체 석유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말합니다. 정상적인 세계라면 그 어쩌다가의 진실을 밝히려고 할테고 제대로 된 이유가 아니라면 당연히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법처럼 적용된 현실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과정에서 관객을 납득시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카이로에서나 백악관에서 맥스 로드가 상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봐도 그렇습니다. 현실이 이렇게 저렇게 바뀐다면, 주위 사람들은 세뇌당한 것처럼 따라야 되는건가, 기억이나 감정은 조작되는건가, 이런 궁금증들이 마구 생겨나긴 하는데,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어버리면 주인공과 세계의 위기에 몰임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비밀경호대가...대통령도 아닌 사람을 목숨걸고 지키는 상황이...

 

 

 인물에 대한 묘사도 단순하고 단편적입니다.

 치타가 힘이 생겼다는 묘사는 헬스클럽에서 힘자랑으로 보여줍니다. 인물이 자신에게 주어진 힘에 휘둘린다거나 하는 사건을 통해 보여주지도 않고, 감정의 변동도 없이, 직접 늘어놓아 버렸습니다.

 

최종 치타모드보다 훨씬 멋있었던 모습

 

 

 원더우먼 영화의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원더우먼 영화를 3부작까지 제작할 것이라 확정지었습니다.
 1편과 2편의 패티 잰킨스 감독이 3편까지 맡을 예정이라고 하네요. 앞의 두편의 분위기는 서로 많이 달랐는데, 3편은 또 어떤 분위기로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덧>
마지막 쿠키영상은 1편이 있으며, 쿠키영상에 나오는 인물은 원조 원더우먼 린다 카터입니다.
진짜 아마존 분이신지 늙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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