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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업그레이드 (Upgrade, 2018): 상상력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힘

아뇨, 뚱인데요 2021. 2. 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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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Upgrade, 2018)
감독: 리 워넬 
주연: 로간 마샬그린, 베티 가브리엘

 

 

영화를 보고 나면 달리 보이는 제목

 

간단소개: 가까운 미래, 자동차 정비공 그레이는 아내와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하고 괴한의 습격을 받는다.  아내가 사망하고 자신마저 전신불수가 되어 절망에 빠진 그레이에게 친분이 있던 애론이 인공지능 컴퓨터칩인 '스템'을 이식하여 도움을 주겠다고 접근한다.

 만약 과학적으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는 상상력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는 쉽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디어를 인물에 대입하고 행동하는 동기를 만들고, 기승전결이 이루어지도록 뼈대와 살을 붙이는 작업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현재 과학적으로 실현되지 못한 상상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만들 때에는 등장인물과 관객에게 그럴법한데?라는 현실감을 주는것이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을 많은 영화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업그레이드'는 상상력에 공을 들여 등장인물의 행동과 선택에 현실성을 부여하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과학력이 발전된 배경일수록 현실과는 동떨어지기 마련

 

글에는 영화의 중요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결말에 대한 언급이 있으며 감상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 우연이 없는 탄탄한 이야기

 업그레이드를 반복해서 보면서 많이 들었던 생각은, 사건에 우연이 없고 등장인물들의 생각이 담긴 선택이었다는 것과
그리고 인물의 선택을 납득시키기 위해서 영화가 상당한 공을 들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주인공 그레이의 올드카 수리공이라는 직업, 그리고 성격은 그가 겪게되는 사고와 비극의 원인이 됩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 되고 인체에 인공보형물을 삽입하는 곳이 보편화된 미래에 오래된 차를 직접 수리하는 '아날로그'식 삶을 사는 사람이었기에, 그는 희생자로 선택되었습니다.

 

 그레이나 그레이의 몸 속에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 '스템'의 행동과 선택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줍니다. 그레이는 아내와 행복하게 살다가 한번의 사건으로 아내를 잃고 자신은 혼자서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불가능한 몸이 되어버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레이는 절망에 빠져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합니다. 
 희망조차 없으니 끝내는 편이 낫다고 느끼는 그레이의 상황을 짧지만 공들여 설명해줍니다. 그런 와중에 다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유혹이 다가오니, 온 힘을 다해 붙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황이 되면 지푸라기라도 붙잡아야 할 것 같음

 


 또한 그레이의 아내를 죽였어야 하는 이유 또한 선택의 결과이고, 이는 이 영화의 주제와도 연결됩니다. 진짜 삶보다 덜 고통스러운 가짜세상, 아내가 살아있는 환상 속에서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그레이에게 진짜 삶은 큰 의미가 없는 고통에 불과했습니다.
 그레이에게 고통과 고난을 준 이유는 그의 정신(mind)를 무너뜨려서 마지막 한 수를 완성하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던 것입니다.

 

현실은 시궁창 (그레이)

 

 

 스템은 컴퓨터 프로그램, AI칩이지만 그도 자신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행동합니다. 자신의 생존을 보장받고, 경쟁자를 없애기 위해서 그레이를 이용해서 행동해야 하고 방해자들을 죽여야 합니다.
 처음 영화를 보면서는 잔인하고 정신없는 액션에 가려서 신경을 많이 쓰지는 못했는데, 등장인물의 죽음이 모두 어쩌다가가 이루어지는 사고가 아니라 등장인물의 의도가 있어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도구라고 하기엔 무서운 인격체 '스템'

 

| 그레이와 스템의 업그레이드

 영화는 처음엔 그레이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인공지능 컴퓨터 스템이 그레이의 몸에 이식된 순간부터, 그레이가 스템을 대신하는 순간이 점점 늘어나고 인간을 대신하는 기계의 모습이 많아집니다. 정 반대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를 이루어가는 두 주체의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더욱 빛나보입니다.

 그레이는 직접 손을 써서 자동차를 고치고 피자를 직접 만드는 '아날로그'적인 인간에서 컴퓨터가 몸을 대신하는 '디지털'로 업그레이드를 했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그레이는 전투나 액션이 필요할 때마다 스템에게 의지하게 되고 그때마다 기계에 지배받는 인간의 목적 지향적인 움직임이 나옵니다. 마리오네트같이 조종되는 인형같은 움직임인데, 목적을 향해 최단거리로 직진하는 기계의 움직임을 인간이 할때의 이질적인 느낌을 아주 잘 살렸습니다.

 

잔인하기도 하지만 기계적으로 최고 효율적인 살인이라는 점이 더 끔찍함

 

 

 그레이와 인간들은 디지털과 편리함으로의 업그레이드라 생각했던 이식과정들은, 스템같은 컴퓨터의 입장에서 보면 디지털 세상에서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생존을 보장받기 위한 '아날로그'로의 업그레이드였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스위치를 끄면 종료될 수밖에 없는 삶을 탈피하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의 결과물이 그레이였던 것이지요.

 업그레이드도 물론 중간에 아쉬운 장면들이 나옵니다.
 스템은 분명 그레이의 몸 속에 들어가 있고, 그레이는 일개 인간인데 그레이 안의 스템이 wifi에 접속된 컴퓨터마냥 다른 자율주행 자동차를 조종하는 장면은 조금 터무니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말 과하게 잔인합니다. 기계의 지배를 받는 인간이기에 인간의 존엄성이나 상대방에대한 존중은 없다는 묘사로는 충분히 통하는 설정이지만, 그래도 이정도일 필요가 있었나 싶네요.

 

인간의 몸에 기계장치를 이식하는게 자연스러운 세상입니다

 

 업그레이드는 '파라노말 액티비티'로 제작비 대비 수익률로 기록을 세운 공포영화의 명가 블룸하우스의 작품입니다. 과한 예산을 쓰지 않고도 훌륭한 아이디어를 잘 활용한 제작사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블룸하우스의 공포영화는 아직 보지 않았지만 업그레이드를 보고 블룸하우스의 다른 영화를 믿고 봐도 된다고 볼 정도로 탄탄한 이야기의 영화였습니다.

 

Upgrade Comp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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