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퀼리브리엄 (Equilibrium , 2002): 건 카타 세계관의 시작

아뇨, 뚱인데요 2021. 2. 8.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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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퀼리브리엄 (Equilibrium , 2002)
감독: 커트 위머
주연: 크리스천 베일

 

평정, 균형이라는 뜻의 제목입니다. 

간단소개: 때는 미래, 인간이 일으키는 전쟁과 갈등이 인간의 과격한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화학물질 주사인 프로지움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인위적으로 억제하여 전쟁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감정이 없는 사회에 반항하는 세력 진압을 담당하는 클레릭인 프레스턴(크리스천 베일)은 우연히 프로지움 투약을 못하게 되는데, 약이 없어지자 그에게 돌아온 것은 모든 인간의 '감정'이었다.

 

| 2002년, 매트릭스는 잊어라

 이런 줄거리에 깊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크리스천 베일이 쌍권총을 휘두르는 영화인데.

21세기 베일신 등장

 2002년은 매트릭스가 극장가와 전 세계 영화팬을 넘어서 사회와 문화 전반을 강타하고 매트릭스에 대한 패러디와 헌정들이 영화와 TV를 휩쓸고 지나간 후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매트릭스는 잊어라'라는 아주 도발적인 문구를 들고 이퀼리브리엄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습니다. 누가 봐도 어그로를 끌기 위한 문구였는데, 하필 매트릭스를 건드리는 포스터문구에 화를 내면서도 궁금증은 커져서 보지 않고 견딜 수 없었습니다.

 

포스터는 우리나라 버전이 훨 나은 듯

 이퀼리브리엄은 IMDB 정보 기준으로 제작비 약 2천만 달러가 투자되어 전 세게 누적수익 5백3십만 달러입니다. 이정도면 폭망수준이라고 할 정도인데, 워낙 컬트적, 오덕적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영향을 강하게 미친 작품이라 망했다는 느낌은 잘 안드는 영화입니다.
 커트 위머 감독의 다른 작품과, 수많은 영화, TV에 영향을 준 '건 카타'의 시초가 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 건 카타 (Gun Kata): 초반

 건 가타는 영어 Gun과 일본어로 형상을 뜻하는 형(形) 발음인 카타를 합친 말로, 영화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무술입니다.
베일신이 연기한 '그래마톤 클레릭'이라는 요원들은 영화 안에서 경찰, 특수요원의 임무를 하는 종교적 수행자같은 집단입니다. 이 클레릭들이 고행과 수행을 하는듯 연마한 무술이 건 카타입니다.

 클레릭들이 총격전에서 적이 위치와 움직임을 확률적으로 계산하여 가장 유리한 위치에서 유리한 행동을 도출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전투할 수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낸 무술입니다.

 

소림사 무술같은 건 카타

 영화 속 전투를 보면, 일단 멋있습니다. 일반 전투에서 흔히보던 은폐, 엄폐라던가 정조준같은 거 안합니다. 당당하게 총알이 날아오는 선에서 '수학적으로 계산된 최적의 전투장소'에 우뚝 서있습니다.

 자신의 무기를 이용하여 최고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제합한다. 영춘권이 생각나는 설명이네요. 멋지다는 점은 완전 같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최대한 압도적이고 우아한 모습으로 건카타를 보여줍니다. 어두운 배경에서 후광을 받으면서 서있는 모습으로 건카타 액션을 시작합니다.

 

내가 왔다

 

| 건 카타 (Gun Kata): 일 대 다 전투

 클레릭의 전투특성 상, 혼자 다수를 상대하는 액션이 주를 이루고 정식으로 소총을 사용하는 전투보다 근거리에서 권총을 사용하는 전투가 주로 나옵니다. 아무리 영화이고 허구라 하더라도 소총 거리에서 권총으로 제압하려 드는 것은 무리겠지요. 건 카타는 근거리 전투에서 빛을 발합니다. 근거리에서 싸우는데 주먹을 교환하는 장면은 최소화하고 권총을 주먹처럼 다룹니다.

 

적에게 둘러싸인 상태의 전투가 많습니다

 건카타는 영화 속에서 엄연히 무술이고 몸의 움직임을 근본으로 하기 때문에 비술의 마무리같은 절도있고 아름다운 끝을 보여줍니다.

 

멋진 매무리쓰

| 건 카타 (Gun Kata): 최후의 격전

 클레릭 프레스턴은 우연한 기회에 감정을 억제하는 약물 프로지움 투약을 중단하게 되고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아름다움, 기쁨, 슬픔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프로지움에 대항하는 사람들, 클레릭과 사회의 반대편에 있는 레지스탕스를 돕습니다.

 

 위기를 맞이하게 된 프레스턴은 지금까지 본진이었던 적진으로 최후의 돌격을 합니다. 순백의 옷을 입고 돌격하는 크리스천 베일의 액션이 빛을 발합니다.

 

폼을 잡아 줘야 건 카타!

 엄청난 탄창과 아크로바틱한 액션으로 적들을 상대하던 프레스턴이 총알이 떨어지자 바닥에 있던 소총을 발로 쳐 올려서 몸 뒤에서 잡아서 사용합니다.


 처음 본 순간은 '이 멋진 건 뭐지?'했고 영화를 볼 때마다 감탄을 더했습니다.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히트했을 때, 제가 군인이어서 이거 따라하려고 슬로우로 돌려보면서 시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대로 시도한 적도, 성공했던 적도 없습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

 

예비군 훈련장에서 숱하게들 따라하셨을 장면입니다

 적의 총사령관을 만난 프레스턴은 일 대 일로 건카타 전투를 벌입니다. 저는 이 장면이 건 카타의 수명을 다른 영화로 확대하게 된 매우 중요한 장면이라고 봤습니다. 이전 장면까지의 건카타는 현실 무술의 옷을 빌렸을 뿐, 머릿속에서만 가능한 상상속의 무술이었다면, 권총으로 일 대 일의 무술은 현실에도 어느정도 적용이 가능한 느낌의 대결이었습니다.


 총이라는 것은 총구의 방향 일직선으로 총알이 나가고, 그 가는 선에서만 벗어나 있으면 맞을 일이 절대 없습니다. 그 생각을 전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상상력을 더하면 권총 조준선을 서로 쳐내면서 격투를 하는 장면이 나온 것입니다.

 

많은 작품에 영향을 준 격투신

 이 영화의 커트 위머 감독은 이후 연출한 '울트라 바이올렛'(2006)에서 건 카타 2.0을 등장시킵니다. 이게 멋있었다는 것을 감독 자신도 알고 있었던 것이었죠. 이후 매체의 벽을 넘어서 다른 작품에서도 이를 활용하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게임 '데빌 메이 크라이'인 것 같습니다. 홍콩 누아르의 주윤발 형님 이후로, 멀리서 붕붕 날아다니면서 싸우는 액션에서 1미터도 안되는 거리에서 근접해서 치고받고 싸우는 현실 액션의 할아버지격이 이 영화의 일 대 일 격투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향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죠

 

| 공감을 하면 평화로울 수 있습니다

 프레스턴의 액션만 보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영화임에 틀림없지만, 스토리는 종이로 다리를 만든 것처럼 지지대가 약합니다.

 프로지움이란 약물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등 사회의 당연한 측면 중 아무것도 제대로 비추어 주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인간사회의 설정을 포기한 것입니다. 그리고 악당 한명에게 나쁜 일의 원인을 몰아버려서 한 놈만 해치우면 모든 일이 잘 해결되어버리지요. 간단합니다.

 프로지움도 몇년을 복용했을텐데, 하루 끊는다고 바로 영향을 받게 만든다는 건, 영화가 진행의 편의를 위해서 관객을 설득하는 노력을 안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법, 사법, 행정, 경제, 종교 다 무시

 다만, 감정을 느끼게 된 주인공 프레스턴이 기쁘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다른 이의 아픔과 고통 슬픔에 대한 공감을 하게 되는 부분이 제일 좋았습니다.


 전쟁이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나의 감정을 없애는 것도 방법이지만, 상대방의 감정을 공감하는 것이야 말로 제일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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