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Gone, 2012)
감독: 헤이토르 달리아
주연: 아만다 사이프리드

간단소개: 질(아만다 사이프리드)는 괴한에게 납치되었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다는 기억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증거도 없고 불확실한 증언 때문에 경찰의 수사도 종결되고, 질의 말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게 된다. 두려움에 떨면서 살던 질은 동생이 실종되자 도움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 동생을 찾아 나선다.
글에는 영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주의)
지금 스포를 당하시고 망작을 피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줄거리만 보면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영화에 대해 일부러 아무 정보도 접하지 않은 채 WAVVE를 통해 감상하였습니다. 분명, 케이블을 통해 들어오는 작품 중에서도 재미있는 작품이 있었단 말이지요.
'다크 플레이스' 같은 작품은 개봉없이 바로 케이블로 직행했는데, 재미있었단 말입니다. ㅠ 수주대토라는 말인 이럴 때 쓰는가봅니다. ㅠ

| 데자뷰인가? 테이큰인가?
주인공 질은 동생이 실종된 후, 혼자서 동생을 찾아나섭니다. 경찰은 실종신고를 해도 질의 말은 믿어주지 않습니다. 초반은 그럴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신고를 믿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는데,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고, 신고한 사람마저 횡설수설하고 정신병 치료까지 받았다고 한다면, 신빙성이 떨어질 수 밖에요. 극중에서도 질은 약을 챙겨먹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기가 피해를 입었다고 허위 신고한 것도 아니고 실종이라면 물론 경찰이 수사에 나서야 맞는 일이지만, 질이 혼자 활약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니 '그럴 법도 하다'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동생을 찾기 위해 하는 일이 상당히, 평면적이고 늘어집니다. 분명히 등장인물이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행동하긴 합니다. 근데, '내 동생 어디있어'의 단순 반복입니다.
경찰을 찾아가서, 집 앞에 서있던 차의 주인을 찾아가서, 친구 웨이트리스를 찾아가서 일단 뭐 수상한거 없었냐 내 동생 찾아내라입니다. 저정도면 민폐를 넘어서 범죄입니다. 진실을 찾아가는 스릴러가 큰 그림을 그리려면 증거가 추가되고 인물들이 숨기고 있는 정보가 하나씩 밝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정보 없이 찾아다니고 허탕치기의 반복이 계속되니, 시작은 쫄깃한 맛이 조금은 있었는데, 그마저도 사라지는 것입니다. 설마 진짜 경찰의 수사가 이런 끈질김에서 시작된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아닐테고요.

이렇게 단순한 사람찾기 하나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테이큰이라고. 근데 그건 끝장나는 액션이라는 무기가 있단 말입니다. 이 영화는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온 것인지, 단순한 플롯 하나로 볼거리도 없이 직진합니다. 중간에 휴게소도 없습니다.
관객은 지치고 힘듭니다. 비슷한 출발점을 가진 영화 '서치'에서 관객을 이야기에 붙잡아두기 위해 얼마나 숨겨놓은 이야기를 잘 활용하는지 비교가 되는 부분입니다.

| 상영시간 채웠으니 급마무리
똑같은 패턴으로 동생을 찾던 주인공이 실마리를, 아니 범인을 한방에 찾아버립니다. 그냥 '너 범인해라' 수준입니다. 증거도 없고 전화해서 '니가 그런거지 내동생 어디있냐' 하니까 범인은 줄줄줄 다 이야기합니다.
첫 전화통화에서 범인임을 자백함과 동시에 자기가 뭔짓을 했는지 다 말해버리는 범인, 새롭습니다...
범인은 자기가 주인공을 이길 수 있을 줄 알고 그랬나본데, 여기 주인공은 허가되지도 않은 권총 하나를 끝까지 들고다니면서 협박하고, 싸우고 당당하게 경찰 윽박지르는 테이큰 코스프레입니다.
주인공 질은 범인의 함정에 두번 당하지는 않습니다. 범인에게 복수를 하는데, 그 방법이 매우 잔혹합니다. 미국에서는 정당방위가 우리나라보다는 관대한 것 같은데, 이정도면 아무리 주인공이라도 법정에 가서 재판받는게 맞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총으로 제압해서 이미 반격의지와 능력도 없는 범인을, 가장 고통으러운 방법으로 '처형'을 해버립니다.

상영시간이 더 늘지 않기를 바랬던 것일까요, 그렇게 나름 범인을 응징하고 주인공을 믿지 않았던 경찰은 머쓱해 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아, 동생이요? 동생은 범인이 약을 먹여서 주인공의 집 지하에 놔두고 갔답니다. 범인은 대체 왜 주인공의 동생을 약까지 먹인다음 그냥 놔두고 간 것일까요, 질이 자기를 찾아주기를 바랬다면, 당당히 단서를 남겼을테고, 범행을 완성하기를 원했다면 기회를 봐서 언니인 질을 공격했어야 했겠지요.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열심히 만드신 것 같은데, 결과가 이래놔서.
<덧>
윈터솔져 나옵니다.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네'라고 느낀 유일한 부분이었습니다.

NCIS의 에밀리 워커샴도 나옵니다. 10년정도 된 영화다보니 이런 숨겨진 인물 찾기가 재미있네요.

덱스터 동생 제니퍼 카펜터도 나옵니다. 영화를 본 의미를 여기서 찾게 되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