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11.22.63 (2016): 바꾸고 싶은 과거를 향한 애틋함

아뇨, 뚱인데요 2021. 2. 12.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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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63 (2016)
원작: 스티븐 킹
연출: 케빈 맥도날드
주연: 제임스 프랭코

 

JKF의 암살 월, 일, 년을 가리킵니다.

간단소개: 고등학교 교사 제이크 에핑(제임스 프랭코)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식당 주인 알(크리스 쿠퍼)가 시간터널을 이용해왔다는 고백을 듣는다. 알의 유지를 이어받아 제이크는 50년전의 과거로 돌아가 대통령의 암살을 막고자 한다.

 미국의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1963년 11월 22일 댈러스 주를 순방하던 중, 거리 퍼레이드를 하다가 소총에 암살당합니다. 범인은 리 하비 오스왈드라는 청년이었고, 체포되어 재판을 기다리던 중, 잭 루비라는 술집 주인에게 권총으로 살해당합니다. 수사기관은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었습니다.
 대낮에, 세계 최강대국의 최고권력자가 사고도 아니고 저격에 의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암살당한 사건은 미국 국민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심지어 밝혀진 사건의 진상도 의심되는 점이 많은데다 정보도 기밀, 비공개라서 진짜 범인의 정체, 누가, 왜 미국 대통령을 암살했느냐 하는 것은 미스테리로 남아있었습니다.

 

수많은 책과 영화가 나왔습니다 'JFK'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인 스티븐 킹은 이 사건을 소재로 하여 시간여행을 덧대 소설을 발표하였고, 그 소설을 원작으로 동명의 8부작 미니시리즈가 만들어진 것이 11.22.63 입니다.
 WAVVE에서 서비스 중이라서 냉큼 봤습니다. POOQ 시절엔 없었던 것 같은데, 이런건 좋아졌네요

글에는 드라마의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 스티븐 킹 + 시간여행

 제이크는 2016년을 살고 있는 영어선생님입니다. 죽어가는 친구의 부탁으로 시간터널을 지나 1960년으로 돌아갑니다.  이 작품의 시간여행은 상당히 복잡한 규칙이 있습니다.

- 시간 터널을 왔다갔다 할 수 있습니다.
- 미래의 어느시점에서 출발하건 도착은 1960년 10월 21일 12시로, 도착장소도 언제나 고정되어 있습니다.
- 과거에서 얼마의 시간을 보내던 현재로 돌아오면 2분만 지나 있습니다.
- 한번 왕복을 한 후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 다시 1960년 10월 21이므로,
  이전 여행에서 벌여놓았던 일은 무효가 됩니다.
- 마지막 여행에서 바꾼 과거의 일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식당의 벽장 안 토끼굴을 통해 과거로 갑니다.

 기계를 발명하거나 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정해진 시간터널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말이 된다 안된다 따질 수는 없겠죠. 이런 규칙들은 이야기의 전개에 필요한 방향으로 설정된 것입니다.
 대통령의 암살은 1963년인데, 시간여행은 1960년으로 돌아갑니다. 암살이 일어나는 날까지는 3년을 기다려야 하죠. 이렇게 규칙이 되어버리니 암살을 막기 위해 3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만약 실패했을 때 다시 시도하기 위해 걸어야할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주인공이 과거의 사회를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고, 이야기 전체의 흐름을 위한 작가의 생각이 반영된 시간여행의 규칙입니다.

 

| 불안한 인물과 사건 속의 정상인

 스티븐 킹의 소설을 많이 읽지는 못했습니다. 소설 원작의 영화도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이름은 많이 들었습니다. 재미있고 좋은 영화가 그만큼 많았습니다.
 가장 유명한 쇼생크 탈출, 충격의 결말을 남긴 미스트,  캐리, 샤이닝, 미저리 등 주로 공포물이 많습니다. 저는 미스트 이후로는 도전을 못하고 있습니다.

 

무서워서 못보고 있습니다 ㅠ

 11.22.63은 다행히도 많이 무섭지는 않아서 소설을 읽었습니다. 작품에서는 과거의 사회와 분위기를 상당히 공들여 그리고 있습니다. 하나의 중심사건만 묘사하지 않고 3년간 주인공이 생활하면서 친구를 만들고 사랑을 만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가 제일 공감하는 것은 과거의 음식이 뭐든지 더 맛있고, 우유도 과거의 우유가 더 진했다는 표현이었습니다.
공감이 팍 되더라구요. 특히 우유 부분에서.

 

요즘 빵은 달기만 하고 맛 없어요 ㅠ

 스티븐 킹의 많은 작품들 속에서 주인공은 호감에 생각이 바른 정상인입니다. 미저리나 쇼생크탈출에서도 그렇고
미스트에서도 유일하게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인물은 주인공 뿐이었죠. 11.22.63에서도 제이크는 차별이 일상적이었던
과거에 묻어가지 않고 올바른 생각과 행동을 할 줄 아는 인물입니다.
 제임스 프랭코가 연기하는 제이크는 웃기만 해도 호감이 폭발합니다.

 

얼굴이 설득력. 얼굴이 개연성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인물들은 어딘가 심성이 심하게 비틀려있고, 눈만 벗어나면 사고를 치거나 주인공을 해할 것 같은 불안한 사람들입니다. 보다보면 차라리 언능 사고쳐주길 바라게 될 정도로 심하게 위태롭습니다.
 1960년에서 만나 동료가 된 빌의 정신상태, 무책임한 행동들. 과거에서만난 여친 세이디의 전남편 등, 하나를 간신히 치웠다 싶으면 어김없이 다른 불안함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위태로움은 주인공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터져버리지요.
 11.22.63에서는 이런 폭탄같은 상황을 과거가 바뀌지 않으려는 힘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1917에서는 그렇게 책임감이 넘치더니만

 제이크는 50년을 거슬러와 좋아하는 사람도 만나고 암살당하는 대통령도 구하려 노력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수많은 불안요소를 끌어안고 과연 암살을 막는 임무를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 불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스티븐 킹의 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밝혀지지 않은 진실에 대한 미스터리

 드라마에서 이해가 가지 않고, 아쉬운 부분도 있기는 했습니다. 중반을 넘어서서 제이크의 기억상실증은 대체 왜 사용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주인공이 기억상실증을 달고 다니는 나라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드라마 러닝타임을 늘리려고 그러는거 아닌가 의심이 짙게 들었습니다.

 JFK의 암살을 다룬 미스터리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대통령 암살의 배후가 누구인지, 진짜 오스왈드 혼자 총을 쏜 것이조차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남자 한명, 오스왈드 단독범행으로 미합중국 대통령이 죽은 것인지, 누군가 배후가 있었는지, 같은 미국 안의 적인지, 러시아같은 해외의 적인지 주인공도 모르는 상황에서 과거로 간 것입니다.

 

유일무이하게 장총으로 대통령을 암살한 리 하비 오스왈드

 그럼 제이크는 누굴 막아야 하는 것일까요, 오스왈드의 배후에 다른 세력이 있다면 오스왈드만 막는다고
대통령이 암살을 완전히 피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드라마에서는 충분히 밝히지 않습니다. CIA도 아니고, 러시아도 아니고 마치 오스왈드가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었던 것처럼 묘사합니다.

 물론 해병대 출신인 제대군인이 비정상적인 자존감을 입증하기 위해 60년대에 만들어진 총으로, 한발씩 장전해가며 몇백미터 거리에서 , 차를 타고 움직이던 대통령에게 3발 중 2발을 명중시켰다는 이야기를 믿으라면 믿을 수도 있겠습니다.

 사회와 인간관계에 대한 설정과 설명은 충실했습니다만, 대통령 암살이라는 소재가 갖고있는 궁금증도 조금은 해소해 주었으면 좋았을 뻔했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하나의 입장을 선택하거나, 가설이라도 세워주었더라면 조금 김빠지는 느낌은 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암살의 배후는 아무 의미 없어집니다.

 한 사람의 노력으로 역사적인 비극을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나라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결정적으로 바꾸고 싶은 순간이 몇 번 정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11.22.63 드라마가 많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특히 과거를 바꾸고 싶은 애틋한 마음이 일부나마 보상받는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5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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