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전투기 (만화): 삼국지와 서브컬쳐의 환상의 조합

아뇨, 뚱인데요 2021. 2. 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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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전투기 (2006)
작가: 최훈

 

수요일마다 징하게 많이 봤던 썸네일

간단소개: 삼국지를 원전으로 최훈 작가의 상상력과 패러디를 더해 만든 만화

 

 삼국전투기 단행본이 완결되었습니다. 단행본을 사 모으기 시작한 뒤로, 반년에 한번씩 확인만 가끔 했었는데, 연재가 완결된 뒤로도 한참을 기다리다가, 2021년 1월 11권과 외전을 마지막으로 삼국전투기의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삼국지를 많이 읽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삼국전투기를 열심히 읽은 사람으로서 보신 분들에게는 추억을 살리고, 안보신 분들에게는 추천을 날리는 글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 삼국지 + 패러디 = 잊혀지지 않는 개성

 어렸을 적에 삼국지를 읽으면서 초반에는 신나게 읽다가도 중반 넘어가서 장수들이 많아지고 이야기도 풍부해지면, 어렵다고 느끼고 지루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인물이 너무 많거든요.

 

 유, 관, 장 삼형제와 조조랑 손권 포함해서 중요 장수들은 임팩트도 강하고 기억하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위, 촉, 오를 제외한 제후들이나 그들의 장수들, 심지어 한 편에 있다가 다른 나라로 옮기고 한참을 안보였다가 나타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기억하기가 정말 어려워집니다.

 

 수많은 장수, 제후, 모사들에게 개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삼국전투기에서는 패러디를 사용했습니다.  비주류문화(서브컬쳐)의 인물들, 주로 애니매이션 속의 캐릭터를 가져다가 삼국지의 인물을 표현했는데, 이게 히트였습니다.

 

원저의 팬들에게는 한방에 이해될 캐릭터

 몇십년에 걸쳐 이어지는 거대한 이야기 속에 인물을 표현하면서 잊혀지지 않는 강한 임팩트를 부여했고, 독자들은
어디의 누가 패러디의 재료로 쓰였나 눈에 불을 켜고 찾아봤죠. 예를 들어 공융같은 인물은 소설속의 글로만 보면 어디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일이 많지만, 호빵맨의 잼 아저씨가 얹어지면서 중간중간 얼굴만 비춰도 알아볼 수 있게 되었죠.

 

어떤 스타일의 인물인지 한방에 파악가능

나무위키의 삼국전투기/패러디 항목은
이 패러디만 정리한 페이지가 따로 있는데, 엄청난 양입니다.

namu.wiki/w/%EC%82%BC%EA%B5%AD%EC%A0%84%ED%88%AC%EA%B8%B0/%ED%8C%A8%EB%9F%AC%EB%94%94

 

삼국전투기/패러디 - 나무위키

 

namu.wiki

 삼국전투기 안의 캐릭터끼리도 관계에 따라 패러디 포인트가 일관성을 갖기도 합니다. 조조의 아들들, 조씨 일가는 건담관련 작품에서 가면쓴 캐릭터만 가져옵니다.

 

조조와 그의 후예들. 죄다 가면 캐릭터;

 이런 패러디를 하나씩 집어내서 이야기하고, 다음에 나올 캐릭터에 대한 패러디 예측들로 연재당시 웹툰 리플들이 가득 차곤 했습니다. 삼국지 소설의 대중적인 인기도 있었지만, 애니메이션 패러디로 인해 최고의 주가를 올렸었죠.

 

 

|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뺀 삼국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몇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읽히는, 명작임에 틀림없습니다. 다만 연의 특유의 환상에 취한 분위기는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화타도 그렇고 도사캐릭터만 나왔다 하면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이야기를 덮고, 제갈량은 오히려 그런 분위기 때문에 연의에서 능력치가 이상하게 꼬여보이는 부작용이 있었죠. 그놈의 동남풍이 뭐길래.

 

만화에선 정치가 성격이 강합니다.

 

 삼국전투기는 삼국지연의 외에도 정사나 다른 역사서를 참고하였습니다. 비현실,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빼고 최대한 전략적인 관점에서 전쟁을 묘사하려 합니다. 각각의 제후들이 어떤 생각에 전쟁을 일으켰는지 알아듣게 설명합니다.


 비행기나 미사일도 없던 시기에 서로간의 성과 영토를 점령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정치였을 것입니다. 모두 돌격해서 터지고 휘두르는 전투도 물론 전쟁이고, 그것도 나름의 멋과 재미는 있지만, 큰 목적과 그것을 이루려는 주군 아래에서 서로 설득하고 배신하고 힘을 합치는 인물들의 상황을 잘 설명해줍니다.

 

장수의 싸움 말고도 수많은 관계가 얽힌 것이 전쟁

 외교 뿐 아니라 내정도 정치이고, 이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해줍니다. 삼국의 실제 세력은 어느정도로 펼쳐졌으며, 이들의 힘이 어떻게 차이가 나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앞뒤 사정을 설명해 주죠.

 

 제갈량이 왜 위나라를 치려고 했으며, 어떤 준비를 했는지, 위나라와 오나라는 왜 죽어라 합비에서 치고 받았는지가 이해가 가는 것입니다. 행동의 이유, 왜에 대한 배경설명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점이 삼국전투기가 다른 삼국지 소설과 차별성을 갖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저런 작전이 펼쳐진 것입니다.

 

| 천년을 너머 현실을 관통하는 지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인데요, 과거의 이야기로부터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배울 요소들을 잘 살렸다는 점입니다.

 

 삼국지의 많은 영웅 중,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잘 알고 부하의 말을 잘 들어서 자신의 능력 이상을 이룬 장수에서도 얻을 것이 있습니다.

볼때마다 '인생 이렇게 살아야 되는데' 생각나는 장수

 적의 의도를 파악하고 나의 목적과 분석하고 연구하여 전투와 희생없이 목표를 달성하는 전예의 방식을 보면서도 느끼는 바가 있었습니다.

소설에선 이사람이 있었던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슈퍼스타

 

 그 중에서도 제가 지금까지 마음에 담아두고 교훈삼는 한마디가 있는데요, 조조 사후에 위나라가 촉을 치려다가 잘못된 선택을 해서 촉의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조조가 살아있었다면 이런 상황이 닥칠 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라고 작가는 그렸는데요, 


 "실수를 했다고 깨달았을 때가, 본전이다. 실수를 깨달았을 때부터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피해의 크기를 결정한다." 라고 조조는 말했을 거라 합니다.

처음부터 이거 보여드리고 싶어서 어그로 끌었습니다.

 저는 '아 새됐다' 라고 느끼는 순간이 많았는데, 가장먼저 드는 생각은 숨길까, 거짓말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얄궂게도 이 만화의 장면이 떠오르더라구요. '여기서 덮으려다가 걸리면 더 크게 잘못된다.' 이런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실수를 잘 처리하고 마무리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손해를 줄이고 이득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여러가지로 교훈적인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삼국지는 지금도 어딘가에선 새로 쓰여지고 있고 소설, 영화, 게임까지 많은 형태의 컨텐츠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삼국전투기는 또 하나의 삼국지 스토리이면서 이해가 편하고 여러번 다시 볼 수 있는, 정말 잘 벼려서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만화에 대한 패러디가 과하고, 개그와 잔혹한 묘사가 선을 넘을까말까 한 부분도 있지만, 분명 명작임에 틀림없습니다. 안 보신 분들이라면 꼭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드디어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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