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덴티티 (Identity , 2003)
감독: 제임스 맨골드
주연: 존 쿠삭, 레이 리오타, 아만다 피트
서비스: WAVVE, 왓챠
간단소개: 엄청난 폭우가 내리는 밤, 사막 한가운데의 외딴 모텔에 11명의 사람들이 갇히게 된다. 리무진 운전사 애드(존 쿠삭)와 10명의 사람들은 그들 가운데 경찰이 호송중이었던 살인범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가운데 한명씩 모텔에 있던 사람들이 살해되기 시작한다.
저는 공포영화는 피하는 편입니다. 특히 살인마, 신체훼손이라던가 링, 주온같이 잔인함과 공포가 같이 몰아치는 영화는 그냥 도망가버립니다. 아이덴티티를 처음에 접했을 땐 공포에 속하긴 하는데, 스릴러로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대체 범인이 누구고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너무 궁금해서 한밤중에 혼자서 컴퓨터화면으로 봤던 기억이 납니다. 공포영화는 여전히 못 보지만, 이 영화를 스포 안 당하고 혼자 본 것은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글에는 영화의 중요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결정적인 내용은 쓰지 않지만 아직 안보신 분은 하나의 정보도 미리 접하지 않고 영화를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스포주의!!!)
|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누가 그런거지?
폭풍우로 인해 고립된 모텔, 11명의 사람들이 하나둘 씩 피난처를 찾아 모여듭니다. 리무진 운전사 에드(존 쿠삭) 빗길에 운전을 하다 길에 서있던 앨리스를 사고로 치게 됩니다. 한밤 중 폭우 때문에 병원을 찾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에드는 앨리스의 남편인 에드, 에드의 아들 티미, 자기를 고용한 캐롤라인과 함께 모텔에 머물기로 합니다.
거기에 살인범을 호송중이라는 경찰 로즈(레이 리오타)가 범인을 끌고 들어와 묶어놓습니다. 천둥번개와 폭우가 몰아치는 고립된 상황과 환자, 호송중인 살인범... 불안함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빗속에 전화를 하려고 밖을 서성이던 캐롤라인이 살해됩니다.
사람들은 경찰이 호송중인 살인범이 탈주하여 살인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리고는 살인범을 찾아내려고 하지만, 오히려 한명씩 사람들이 죽어가고 누가 진짜 탈주범인지, 누가 살인범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아이덴티티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야기를 단순하게 하나로만 판단하지 못하게 입체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고립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은 탐정물에서 많이 보아온 배경이고 현실에 기반을 둔 스릴러 같은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더 많이 희생될수록 그 수법이나 타이밍이 사람 한명의 힘으로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희생된 사람과 함께 모텔의 방번호가 적혀진 열쇠가 함께 발견되고, 희생자가 늘어날 수록스릴러보다는 살인마가 나오는 초현실적인 공포물에서 많이 보아오는 모습입니다. 증거를 찾아야 하는 것인지, 사람을 잡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십자가를 들고와야 되는지 기존 영화에서 보던 규칙을 적용하기 어려운 분위기의 이야기가 보는사람을 홀립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모텔을 배경으로한 살인사건을 다루지만, 영화 시작은 누군가의 정신분석을 하는 말릭 박사(알프레드 몰리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럼, 범인이 잡힌 상태에서 범행장면을 회상하는 것인가요, 말릭 박사의 시점과 모텔의 살인사건은 같은 시간대에 일어나는 일인가요. 정신분석의 대상은 누구이며 모텔의 살인사건과 어떤 관계인 것인지 이야기의 구조도 굉장히 제한된 정보만을 주고 호기심을 유지한채로 끝까지 관객을 놓아주지 않습니다.
| 반전 한방의 힘을 각인시켜준 영화
정체도 능력도 알 수 없는 살인마가 남은 사람들을 조여오고, 에드와 로즈(레이 리오타) 파리스(아만다 피트), 생존자들은 어떻게든 현재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칩니다. 그런 와중에 서로의 생일이 5월 10일로 같다는 사실을 알고는 우연히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아디덴티티가 대단한 점은 이렇게 여러 방면에서 꼬여 있고, 정보가 부족해서 이해가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서는 한방으로 납득을 시켜준다는 점입니다.
모텔에 모이게 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개입이 없는 곳에서 만나게 되었는지, 그들의 죽음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사람은 누구이며 말릭 박사가 진행하는 인터뷰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나아가 제목과 포스터가 갖고 있는 의미까지 장황한 설명없이 짧은 장면만으로 알게 해줍니다.
아디텐티티는 우리나라에서 한방 반전에 집착하게 된 원인이 된 영화 중 하나입니다. 유주얼 서스펙트, 식스센스가 큰형님이라면 아이덴티티나 디 아더스 같은 작품들은 작은형님 정도 되겠네요. 모두다 마지막까지 관객에게 진실을 잘 숨기다가 반전 한번으로 관객에게 뒤통수를 때리는 잘만든 작품입니다. 또한 줄줄이 풀어놓는 설명이 아니고 인물의 행동, 제한된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짜 이야기를 보여주는 멋진 연출이라는 점도 비슷합니다.
감독인 제임스 맨골드는 로건, 포드v페라리 등 많은 명작을 만든 분입니다. 앞의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결코 허투로 영화를 만드는 분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단 한 편, 더 울버린만 빼고요. ㅠ 대체 이 영화를 만들 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반전이 있는 영화는 마치 마술사의 공연을 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 비밀을 맞춰서 알아내고 말테다! 라는 마음으로 보면 나중에 눈만 아프고 재미도 덜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운을 좀 빼고 쫄깃한 깜놀 스릴러 한편 보신다고 생각하시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