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호텔 (책, 소설, 2011): 가면 속을 파헤치는 호텔리어와 추리의 깔끔한 조화

아뇨, 뚱인데요 2021. 3. 3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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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호텔 (Masquerade Hotel, マスカレード ホテル)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東野圭吾)

 

 

가면무도회 호텔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읽는 책 중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많은 편입니다. 앞뒤가 맞아 떨어지는 내용과 끝까지 진실에 대한 궁금함을 끌고가는 내용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작가가 워낙 다작을 하고 있기도 하고, 출판 순서대로 한국에 번역되어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매스커레이드 호텔 시리즈 같은 경우는 순서를 뒤죽박죽으로 봤습니다. 총 3편의 작품 '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이브', '매스커레이드 나이트'중 3편격인 매스커레이드 나이트를 보고, 1편 호텔 보고 마지막으로 이브를 봤습니다. 엉망진창으로 본거죠;

 출판 순서대로 하면 매스커레이드 호텔 - 이브 - 나이트 의 순서이고, 소설 속 시간 순서대로 하면 이브 - 호텔 - 나이트의 순서입니다. '이브'는 프리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3편을 제일 좋아합니다.

 

글에는 소설의 중요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결말은 말하지 않습니다. 글에 나오는 사진은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동명영화의 스샷입니다.

 

| 구라를 푸는 발군의 능력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과스러운 감성을 문과적인 소설에 잘 녹여내었기 때문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같은 작품에서는 감성적인 면을 충분히 잘 그릴 줄도 알면서, 이거를 자로 재서 사이즈별로 도안하는 것처런 딱 떨어지게 맞춥니다.


 주위 인물들을 다 등장시켜서 혼란스럽게 하지 않고, 허투로 낭비되는 인물이나 감정없이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인물과 사건을 사용하여 설명할 것 설명하고 떡밥회수 빼먹지 않고 깔끔하게 해주는 내용을 특히나 좋아합니다.

 

봄날같은 추리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소설을 보면서 독자들이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새로운 세상으로의 초대를 상당히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트릭을 푸는 것이 주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탐정을 따라갈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는 범인의 시각에서 한편의 범죄이야기를 그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차별성 있는 소설의 개성을 확실히 소개해주고 새로운 정보와 세계를 어렵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고 착실하게 깔아줍니다.

 

 '명탐정의 규칙'같은 소설은 탐정소설의 작업에 대한 추리소설이었죠. 소재를 쓰다쓰다 새로운 것을 찾아 쓰다보니 이런 내용도 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면 새롭고 재미있다는 것이 작가를 대단하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어디 한번 이런 것도 써주마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호텔리어의 시각에서 살인사건을 막는 이야기입니다.

 

 

| 탄탄한 세계의 구성


 도쿄의 고급 호텔 '코르테시아 호텔 도쿄'의 직원 나오미는 자기 일에 충실한 호텔리어입니다. 손님들의 희한한 요구들과 어려운 상황들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넘기는 능력이 상당합니다.

 그녀가 일하는 호텔에 어느날 경찰들이 찾아옵니다. 도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쇄살인사건 다음 발생장소가 나오미의 호텔이라는 것입니다. 범인이 현장에 남긴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경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다음 살인의 날짜와 장소뿐이었습니다.

 경찰들은 범인을 확실히 검거하기 위해서 호텔직원으로 가장하여 손님 중 의심스러운 사람을 찾아내는 잠복근무를 하기로 결정하고 호텔 직원들과 동행하기로 합니다. 나오미에게는 그나마 영어로 서비스가 되는 닛타 경감이 파트너가 되어 프론트에서 오고가는 손님들을 관찰하기로 배정되었습니다.

 

코르테시아 호텔 도쿄

 

 호텔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이 아니고 호텔에서 일어날 지 모르는 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잠복근무를 하는 이야기는 상당히 특이합니다. 보통은 살인사건 이후에 조사나 분석을 하는 탐정, 경찰의 이야기가 주로 나오기 마련이니까요. 호텔이라는 장소, 호텔리어라는 직업의 특성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 작가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살인사건을 막기 위한 단계에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경찰 닛타는 프로 호텔리어 나오미와 함께 다니며 관찰과 감시를 합니다. 일류 호텔리어를 꿈꾸는 나오미에게 닛타의 의심가득한 눈빛과 표정은 손님들을 내쫓는 기분나쁜 짓이지요. 나오미는 닛타를 '엄하게'교육시킵니다.

 작품은 호텔이라는 공간, 호텔리어라는 직업에 대해 철저히 취재하고 분석하였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요구가 이루어지고 이것들을 해결해주는 과정을 통해 전문가적인 이야기, 사람들의 성격을 하나씩 보여줍니다.

 

살인사건의 배경이 될 위기의 호텔

 

 호텔 물건을 훔치려는 사람을 막는 과정을 통해서 닛타와 나오미는 서로의 능력을 증명하고 인정하기 시작합니다. 호텔에는 별의 별 사람과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 남편을 대신해서 장애인인 척 호텔을 사전답사하는 사람도 있고, 바람피우는 현장을 잡으려고 스토커 피해자인 척하는 부부도 있었습니다. 고의로 직원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우려는 손님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지나치는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 소설속 호텔은 현실감을 갖고 읽는 사람들은 소설 속 세계에 충분히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있을 법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초대하기 위해서는 겹겹이 사건과 대화, 인물의 행동을 쌓아서 탄탄한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호텔리어라는 전문가의 영역으로 독자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 밝혀지는 비밀, 무릎을 치는 반전


 경찰 닛타와 호텔리어 나오미는 둘 다 적극적으로 호텔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살인을 막고 싶어했습니다. 이전 살인사건의 수사정보를 통해서 조금씩 단서가 드러나고 왜 범인이 다음 범행정보를 흘리고 갔는지에 대한 진실이 밝혀집니다.

 범인은 확실한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다음 범행에 대한 정보를 알려 준 것인데요, 저는 아무리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범행일자까지 정확히 알려준 것은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서 설정을 조금 과하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호텔리어 나오미와 형사 닛타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과 그것을 밝혀내려는 사람들의 머리싸움구경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는 범인을 살짝 불리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날짜를 하루만 다르게 예고를 했어도 경찰이 헛다리를 짚고 자신의 계획도 틀어질 가능성이 크게 줄어드는 것도 아니니까요.

 모두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가면을 쓰고 다니는 호텔에서 벌어지는 나오미와 닛타의 이야기는 배경 설명도 탄탄하고 반전도 흥미로워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TMI>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일본에서 기무라 타쿠야를 주연으로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같이 보고 소설과 영화의 다른점 같은점을 말해보고 싶었는데, 굳이 영화에 대한 언급이 필요없을 정도로 똑같이만 만들려고 애쓴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영상화하려면 4부작정도 미니시리즈가 좋을 것 같은데, 어거지로 두시간짜리 영화로 만들려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영화 매스커레이드 호텔. 재미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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