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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아워 (영화, 2008): 상황 설정을 재미있게 가져가는 영리한 코미디

아뇨, 뚱인데요 2021. 7. 21.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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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아워 (The Magic Hour, 2008)
감독: 미타니 코우기
주연: 츠마부키 사토시, 아야세 하루카, 사토 코이치
서비스: WAVVE

 

마법? 추리인가? 잘 모르고 눌렀습니다.

줄거리: 조직 보스의 애인 마리와 몰래 사귀다가 걸린 빙고(츠마부키 사토시)는 목숨이 날아갈 위기에 처한다. 빙고는 보스가 원하는 전설의 킬러 '테라 토가시'를 찾아주겠다는 뻥을 날려서 목숨을 구하고, 가짜 테라 토가시를 만들어서 보스 앞에 데려온다.

 제가 영화를 좋아한다고 방구석에서 비디오를 보다가 극장으로 옮겨서 영화를 보던 시절에, 일본문화가 우리나라에 개방되었습니다. 그때 한창 일본 영화를 많이 봤었는데요 요즘의 일본영화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기발한 설정과 소재를 만들어서 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도 많이 있었습니다.


 '매직 아워'도 흔치않은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살을 더해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입니다. 저는 이름과 얼굴을 아는 일본 배우들을 보고 들어갔습니다.

 

일본 여자 배우 중, 얼굴과 이름을 아는 배우입니다.

| 기막힌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영화


 외딴 도시의 조직폭력배 보스는 자기 애인과 바람이 난 술집주인 빙고(츠마부키 사토시)를 잡아옵니다. 빙고는 졸지에 콘트리트 덩어리를 발에 달고 물고기밥이 될 위기에 처합니다. 빙고는 있는 잔머리를 모두 굴려서 보스가 찾아헤멘다고 알려진 전설의 킬러 '테라 토가시'를 데려오겠다고 뻥을 칩니다.

 

얼굴 하나는 빠지지 않는 주인공 빙고(츠마부키 사토시)

 테라 토가시의 얼굴과 사는 곳도 모르는 빙고는, 살아남기 위해서 가짜 테라 토가시를 만들기로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류배우인 무라타를 캐스팅해서는 영화촬영이라고 사기를 치고 킬러 역할을 부탁한 것입니다.

 연기에 잔뼈가 굵은 무라타는 영화 촬영판에서 버티기도 쉽지 않아지는 마당에, 열정이 보이는 빙고의 설득에 넘어가서 영화의 주인공 킬러를 연기한다고 마음먹기 시작합니다.

 

빙고가 영화 감독이라 믿는 무라타

 이야기는 시작하고 10분만 집중하면 전체 흐름이 한번에 이해될 정도로 쉽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아이디어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이걸 진짜라고 믿는 배우가 있다는 부분에서 살짝 억지스럽기는 합니다. 보스와 빙고의 조직이 있는 마을만 마치 과거의 어느 한 시대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그부분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한다면 매력적인 이야기 소재인 것 같습니다.

 

주인공 마을만 과거같기도 해요.

 영화판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남으려고 하지만, 스타배우의 입김에 휘둘려서 단역자리마저 잘리고 얼굴도 나오지 않는 대역배우로 출연하는 무라타의 입장을 잘 설명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술집주인 빙고는 자신의 직원들을 총동원해서 가짜 영화촬영을 계획하고 무라타를 전설의 킬러 '테라 토가시'로 빙의시켜서 보스 앞에 데려다 놓는 데까지는 게획대로 성공합니다.

 

남의 촬영장비 훔쳐다가 찍는 것처럼 보이기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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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이 만들어주는 코미디


 빙고는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보스는 테라 토가시에게 목숨을 잃을 뻔한 이후로, 그를 찾아 헤멘 것이었습니다.


 이걸 죽일까 살릴까 빙고와 무라타, 아니 테라 토가시의 목숨이 벼랑 끝에 몰린 순간, 킬러 역에 심취한 무라타가 대담한 메소드 연기로 상황을 반전시킵니다.

 

아이고;; 킬러랬더니 이러는...

 조폭들의 위협 정도는 눈짓으로 물리치는 엄청난 배짱으로 보스의 마음에 들어버린 것이죠. 보스는 라이벌 조직에 고용되어 자기의 목숨을 노렸던 킬러인 (사실, 그렇게 연기를 하고 있는) 테라 토가시의 예상치 못한 과감한 행동을 인정하고, 그를 포섭해서 자신의 부하로 삼습니다. 테라 토가시가 믿는 유일한 인물인 빙고는, 그의 관리 역할이 되어버리네요.

 

일단 각본에 나온대로 포섭을 당하는 테라 토가시

 영화의 가장 재미있는 점은 살벌한 조직폭력배 보스, 부하들의 모습과 이 모든 것이 영화 촬영이라고 생각하는 무라타(테라 토가시를 연기중인)의 차이에서 오는 갭에서 나온다고 느꼈습니다.

 보스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테라 토가시(를 연기하는 무라타)는 엄청나게 험악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잠깐 쉬고는 NG나서 다시 찍는 줄 알고 똑같은 말을 또하죠. 보스는 처음에는 그냥 조금 이상한가, 생각하다가 세번째 같은 말을 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완전히 테라 토가시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맙니다.

 

뭐야 이거, 몰라, 무서워;

 테라 토가시는 보스에게 총을 들이대는 와중에도 카메라가 자기를 찍어야 하니까 창문쪽에 대놓고 얼굴을 비추면서 '연기'를 합니다. 서로가 이해가 다른 설정을 만들고, 하나로 묶어놓고 보여주니 코믹한 상황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테라 토가시는 당연히 총알도 겁내지 않고 멋진 모습과 대사를 계속 날리면서 조직을 휘어 잡습니다. 듣도보도 못한 배짱 넘치는 모습에 그는 의도치 않게 진짜 킬러로 인정받아버립니다.

 

좌식들, 형님이 한 수 가르쳐줄게

 

| 서정적 분위기로 정리되는 이야기


 조직에서는 '환상의 킬러' 테라 토가시에게 정말 사람을 죽이라는 임무를 맡깁니다. 어떻게든 임기응변으로 대처했던 빙고마저도, 진짜 사람을 죽일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결국 보스가 죽이기를 바랬던 배신자 회계사를 빼돌리려 하고, 이 모든 상황은 보스의 귀에 들어가고야 맙니다.

 

잘못하면 물고기밥

 상황은 꼬여가는 가운데, 어떻게 마무리지을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만약 한국영화라면 여기에 슬픈 사랑이야기나 모두가 한테 뭉쳐서 패싸움하는 난장판을 벌인 후에 뒤늦게 출동하는 경찰로 어영부영 끝내려고 했을 것 같습니다. 주유소 습격사건이 떠오르네요.

 우리나라 이야기가 신파나 대난장판이 많이 나온다면, '매직 아워'는 제목 그대로 행복한 시절을 되돌리고 싶어하는 꿈, 용기, 우정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결말을 잡습니다.

 

영웅의 로망도 필수죠

 배우로서 꿈을 이루고 싶은 무라타의 이야기를 중심에 잡고, 마치 저물어 가는 해를 붙잡으려는 한순간의 '매직 아워'가 지금 삶의 순간인 것처럼 보여줍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영화를 만드는 장인들의 노고와 노력까지 인정해주는 그쪽 나라의 감성을 더해서 결말을 짓습니다.

 '매직 아워'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코믹한 힘을 끝까지 잘 유지한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살짝 오글거리긴 해도, 황당하거나 어설프지 않게 깔끔한 마무리까지 잘 지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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