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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수다 (영화, 2001): 20년이 지나도 살아 숨쉬는 재치

아뇨, 뚱인데요 2021. 7. 31.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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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수다 (Guns & Talks, 2001)
감독: 장진
주연: 신현준, 신하균, 정재영, 원빈
상영시간: 120분
서비스: WAVVE

 

2001년작품임에도 아직 ..웃깁니다.

줄거리: 상연과 세명의 동생들은 의뢰를 받고 타겟을 처리해주는 킬러들이다. 살벌한 직업을 갖고 있지만, TV에 나오는 아나운서를 보며 사랑에 빠지는 순수한 심성의 형제들이다. 어느날 그들의 활동이 서슬퍼런 조검사의 수사망에 걸리면서 킬러들은 위기에 빠진다.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영화관에서 제일 많이 관람한 영화입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이 때는 킬러들의 수다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던 작품이었습니다. 장진감독은 세상 둘도없는 천재같이 보였더랬죠.

 

 이성보다는 열정과 감정으로 무언가를 좋아했어야만 했던 시절에 저의 타겟; 이 되었던 영화였습니다. 벌써 개봉한지 20년이 되어가네요.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멋들어지게 잘 만든 영화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사진은 살짝 촌스럽네요 ㅎㅎ;;

 

| 상황과 감정을 이용한 뻘쭘개그

 

 영화의 주인공은 4명의 미남 킬러들입니다. 리더이자 맏형 상연(신현준), 폭발물 전문가인 정우(신하균), 저격수 재영(정재영),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는 막내 하연(원빈)까지, 네 명의 킬러(정확히는 3명의 킬러와 막내)는 의뢰인이 원하는 방법대로 타겟을 처리해줍니다.

 

와...원빈...

 하는 일은 사람 죽이는 일이지만, 네 명의 (의)형제들은 순수하고 어수룩합니다.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스타일로 의뢰인이 지정한 대상을 처리해 주지만, 쉬는 날에는 TV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짝사랑하는 아나운서인 오영란을 보는 것이 낙입니다.

 영화는 '킬러'와 '수다'의 미스매치에서 알 수 있듯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의 감정, 그 갭을 이용해서 웃음을 만들어냅니다.

 

...실컷 설명했더니 얼굴로 웃기는 형들

 저는 이렇게 사람 뻘쭘하게 만드는 개그가 정말 좋았습니다. 경찰이 가득한 공연장에서 암살을 진행할 것인가, 이대로 도망칠것인가 서로 언성을 높여가며 토론을 하는 와중에 재영이 일갈합니다.
"그럼 그냥 쏘고 튈까?! 공연 중에? 불끄고?!"
그 말에 정우가 바로.."그건 실례지"라고 하는 식입니다. 제대로만 들어가면 누구도 칠 수 없는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을 수 있는 위력의 직구입니다.

 

상황을 이해할수록 빵터집니다

 킬러들은 자신들이 흠모해 마지않는 아나운서 오영란의 의뢰를 받게 되고, 동시에 조검사에게 추척을 받게 됩니다. 조검사는 대담하게도 킬러들의 집 안에 들어와서 증거를 빼가고, 노트북에 경고를 남기고 갑니다.
"I never miss you" 


 이번엔 주인공 킬러들이 진지하게 이 문장을 갖고 해석을 하는데, 터무니 없는 내용으로 해석을 하면서 웃기죠. 저는 그닥 빵터지지 않았지만 이렇게 배경과 인물, 관객의 분위기 차이를 이용한 개그가 영화 전반을 지배합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아님

 그런데, 이 개그 코드가 조금만 삐긋하면 뎀프시 롤을 헛치는 일보마냥, 혼자 막 신나서 뱅글뱅글 도는데 전혀 공감이 안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임산부가 타겟인 임무를 포기하고, 감정에 휩쓸린 킬러들은 서로 갈등합니다. 그 때, 막내인 하연(원빈)이 앞장서서 정우(신하균)을 변호하죠. 감동적인 원빈의 일갈이 이어지는 에피소드에서, 관객보다 먼저 등장인물들이 웃음을 스포해버리는 듯한 장면은 그닥 좋은 아이디어라고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잘생긴 바보로 나오는 것도 별로였습니다.

 관객이 울기 전에 영화가 먼저 울면 김이 새듯, 관객이 웃기 전에 영화가 먼저 웃으면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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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적인 신선함, 또는 허세


 '킬러들의 수다'는 감독의 천재성, 창조능력이 여러모로 뻗어나갈 때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대범한 시도도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네 킬러들의 짝사랑, 오영란 아나운서가 의뢰한 대상을 처리하기 위해서 킬러들은 뮤지컬 무대 뒤에서 타겟을 노립니다.

 

음악도 엄청 멋있습니다.

 햄릿을 통째로 들어다가 영화 속에 넣어놓은 암살 시퀀스는 하나의 거대한 독립적인 작품처럼 보입니다. 뮤지컬의 최고조와 함께 이루어지는 살인과 쓰러지는 인물, 바닥을 물들이는 붉은 피로 마무리되는 장면은 사람이 죽는 장면임에도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40계단 살인장면 이후로 최고로 웅장하고 멋진 느낌을 주었습니다.

 

간지는 정재영님이 최고로 멋지게 납니다.

 그 밖에도 화면을 자르고 붙이고, 나눠졌다 붙는 장면 처럼 사소한 장면도 그냥 놓치지 않고 재기발랄하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용하는 면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물론 허세가 쪼오금 섞여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 긍정적인 메시지, 희망적인 스토리


 오영란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 타겟을 제거하는데에는 성공하지만, 킬러들은 조검사의 추적을 피하지 못하고 잡힐 위기에 처합니다. 조검사도 그들에 대한 파악이 끝나 있었습니다. 이들이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더 악독한 악당들이 많고, 이 킬러들은 차라리 상식적이라는 것이죠.

 

...그것이 알고싶다 아니라니까요;

 조검사는 킬러들을 잡지 않고 놓아줍니다. 그리고는 그들을 죽여버릴 것이라고 말하죠. 일거리를 없게 만들어서 굶겨 죽게 만들것이라구요.


 세상이 거지같고 쓰레기 같은 사람들도 많지만, 살만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감독의 시선이 보이는 결말이었습니다.

 

킬러가 굶어죽는 세상을 만들거라고 합니다.

 장진 감독은 지금도 활발히 작품...은 아니고, TV출연을 많이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저도 영화 작품은 '박수칠 때 떠나라'이후로 극장에서 본 작품은 없습니다. 감독님이 거침없이 뻗어나갈 때의 작품이라는 면에서 재미있고 좋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저는 여전에 최고로 웃긴 장면은 '폐암으로 타겟을 죽여주세요' 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출연도 하시는 감독님(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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