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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하이츠 (영화, 2020): 꿈을 향해 노래하는 말랑한 뮤지컬

아뇨, 뚱인데요 2021. 8. 6.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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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하이츠 (In the Heights, 2020)
감독: 존 추
주연: 안토니 라모스, 멜리사 바레사
서비스: 시리즈온, SEEZN (유료)

 

꿈보다는 연애이야기 같아요

줄거리: 미국 뉴욕의 한구석에는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워싱턴 하이츠가 있다. 그곳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우스나비는 아버지의 고향 도미니카의 멋진 해변으로 돌아가고픈 꿈이 있다. 우스나비가 좋아하는 바네사도 동네 미용실에서 벗어나 멋진 동네에서 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꾼다.

 뮤지컬은 저에게는 상당히 어색한 장르입니다. 음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앞뒤 맥락을 많이 생략하고 음악 자체로 스토리와 감정, 개연성을 모두 전달하는 방식에 적응을 하지 못한다는 느낌입니다.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금 이 순간'을 들으면서도 노래는 참 감동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왜 신한테 허락해 달라는거지, 누가 못하게 막기라도 했나, 딱히 갈등이나 그런 표현은 없었는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진지한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인 더 하이츠'는 신작 뮤지컬영화입니다. 처음 공개된 예고편을 보고 상당히 끌렸습니다. 일단 음악이 흥겹잖아요. IPTV에 공개되기만을 기다렸다 바로 봤습니다. 장점이 확실하고, 극영화로서의 단점도 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초반 버프를 너무 쎄게 받는 것 같아요.

제작비: 미집계
미국수익: 2천 9백만 달러
세계수익: 4천 2백만 달러


 배우들이 유명한 사람이 없어서 돈은 적게 들었겠지만, 이득을 본 것 같지는 않습니다.

<TMI>
 워싱턴 하이츠의 세트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촬영세트와 상당히 가깝게 붙어있었다고 합니다. 작품의 감독은 웨사스 촬영팀 의 밥차가 화면에 잡힌다고 항의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TMI 2>
 영화의 풀장 노래장면 (노래제목: 96,000)은 가장 더운날 2일을 정해서 촬영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태풍에 비가 몰아쳐서 3일간 촬영을 했고, 그마저도 폭풍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띄엄띄엄 촬영했다 합니다.

 

| 꿈과 사랑, 노래와 율동


 뉴욕 구석의 뒷동네 워싱턴 하이츠에는 이민자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이 곳에 살고있는는 우스나비(안토니 라모스)는 슈퍼를 운영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삼톤과 조카, 할머니까지 챙기느라 정신이 없지만, 아버지의 고향 도미니카로 돌아가서 해변가에 멋진 가게를 차리는 꿈이 있습니다.

 

조카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우스나비

 우스나비가 좋아하는 바네사(멜리사 바네사) 또한 워싱턴 하이츠에서 미용실 직원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잘나가는 다운타운으로 이사해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우스나비의 친구 베니와, 그의 연인인 니나 또한 지금의 현실보다 더 나은 삶을 생각하며 꿈을 향해 손을 뻗으려 합니다.

 

베니와 니나, 둘다 책임감이 강합니다.

 이야기는 한여름 달궈진 콘크리트, 도심 한가운데 시원하게 뿌려지는 물처럼 한바탕 흥겨운 음악과 노래로 이어집니다.

 우스나비가 바네사를 좋아하는 감정을 갖고 있고, 니나는 대학을 다니기가 힘들어서 포기하려 하고, 이런 내용들은 전부 음악을 통해 전달되죠. 라틴 계열의 레게, 랩음악이 깔리는 가운데 어깨가 들썩거리고 발끝으로 박자를 맞추는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노래 장면은 정말 좋습니다.

 음악이 워낙 듣기 좋다보니 음악의 내용과 함께 들려주는 이야기에 공감이 쉽게 되고 주인공들의 노래에 몰입할 수 있는 점이 특히나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우스나비가 운영하는 슈퍼에서 판 복권 중 한장이 1등 상금 9만 6천달러에 당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모두의 관심이 복권으로 모아집니다. 만약 나라면 복권 1등 상금으로 무엇을 할까 이야기 하면서 수영장에서 몰아치는 '96000' 넘버는 작품의 노래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https://youtu.be/J1THRAluOGI

 

 라틴 계열 배우들의 탄탄한 피지컬과 많은 배우들의 동선과 율동을 제대로 맞추고, 거기에 즐거운 분위기를 더하면서 음악과 열정이 공기를 가득 메우는 것만 같은 느낌이 정말 좋았습니다.

 

 

| 그러니까 왜 가려고 하는 건데요


 흥겨운 분위기의 축제가 끝나고 남은 자리의 쓸쓸함처럼, '인 더 하이츠'도 진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할 때쯤엔 시작할 때 만큼 확실한 분위기를 가져가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우스나비는 자기의 이야기를 하면서, 아버지가 뉴욕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며 이민을 올 때 당시를 말합니다. 아버지가 미국에서 처음 본 배에 적혀 있던 문구 'U.S. NAVI'에서 자신의 이름을 따왔다는 이야기도 해주죠.


 그런데 아버지는 고향을 버리고 미국으로 이민와서 고생을 하셨는음에도, 자기는 미국을 버리고 도미니카로 돌아가려고 하는지, 꿈을 가지게 된 이야기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민자 세대들을 등장시키킨 합니다.

 사람이 보다 높이 올라가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욕망이겠지요. 이런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넷이나 나오는 이야기에는 각자의 사연을 충분히 풀어놓고 관객들이 공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 작품에는 그게 없어요. 뮤지컬이라 압축해서 보여준다고 생각하기에는 러닝타임도 길고 후반에 사랑이야기로 흘려보내는 시간들이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길어지는 사랑이야기

 히스패닉의 이야기로 들어가면 조금 더 이상해집니다. 워싱턴 하이츠의 주민들은 정전으로 인해 많이 힘든 상황을 겪습니다. 그 상황에서 더욱 힘내자는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 용기를 북돋아주죠. 그런데 그 내용이 자기가 떠나온 나라의 정체성을 찾자는 내용입니다.

 인종차별같은 내용을 다루려면 사회고발적인 성격으로 가야할 텐데요. 미국 안에서 자신들은 나른나라 사람이라고 쿠바, 푸에르토리코 국기를 흔드는 모습은 저한테는 정말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도저히 머리로는 이해가 안갑니다.

 감독의 전작을 보면 이해를 조금은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시아계를 '겉으로만' 다뤘다고 이야기되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입니다. 미국 안에서 유색인종이라는 소재는 매번 나오지만, 새로운 정보나 공감을 자아내는 에피소드나 감정을 만들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엔 아시아계 이번엔 히스패닉으로 대상만 바꾼 것 뿐이고, 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가 않습니다.

 

| 작은 꿈, 소소한 행복


 '인 더 하이츠'는 꿈을 이루려는 주인공들의 노력을 비춰주면서, 한편으로는 작은 꿈, 소소한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주인공들은 워싱턴 하이츠를 떠나겠다는 꿈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이 동네에 애정을 더 품고 가정을 꾸리고 살기로 합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씀

 영화를 보면서 라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흥겨운 음악과 노래는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의 감정과 처지에 공감할 수 있었는가는 다른 이야기인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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