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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블랙홀 (영화, 1993): 타임루프 이야기의 근본이면서 최고봉

아뇨, 뚱인데요 2021. 8. 9.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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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1993)
감독: 해롤드 래미스
주연: 빌 머레이, 앤디 맥도웰
서비스: WAVVE

 

한국어 제목이 참 잘어울리는 포스터입니다.

줄거리: 오래된 경력만큼 성격이 더러운 기상캐스터 필(빌 머레이)은 지역 축제를 취재하러 신입 피디 리타(앤디 맥도웰)과 출장을 간다. 취재를 마쳤지만 폭설로 돌아오지 못한 다음날, 필은 어제와 똑같은 아침을 겪으면서 반복되는 하루에
갇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타임루프는 시간을 다룬 영화나 소설에서 많이 다뤄집니다. 무슨 일을 하던 주인공은 반복되는 시간(보통은 하루)을 경험합니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시간은 반복되고, 보통은 갇힌 것처럼 표현됩니다.

 

아오 저런 인간을 계속 봐야 된다니..

 주인공은 시간의 루프를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을 칩니다. 그 안에서 액션을 하기도 하고(엣지 오브 투모로우),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죠(해피 데스 데이). 이런 영화들의 큰 할아버지, 조상님 격인 영화가 사랑의 블랙홀입니다.


 보고 싶은 영화였지만, 올레TV에서는 유료여서 안 건드리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웨이브에서 서비스해준 덕분에 바로 봤습니다. 조상, 원조라고 이야기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25만명의 점수가 이정도면, 정말 좋은 평이죠
와, 높습니다.

제작비: 1천 4백만 달러
북미수익: 7천 1백만 달러
세계수익: 미집계


<TMI>
 추가영상에서 감독은 주인공 필이 반복되는 하루에 약 만년정도 갇혀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감독은 한 십년정도 될 거라고 수정했습니다.

<TMI 2>
 영화가 발표되고 난 후에 여러 작가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표절했다고 들고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 작가는 윌리엄 하웰의 "크리스마스 에브리데이"에서만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 배우와 혼연일체 된 배역이란


 방송국에서 잘 나가는 기상캐스터 필(빌 머레이)는 리포터로서 취재를 하기 위해 지역으로 출장을 나옵니다. 필은 경력만큼 성질머리도 더럽고 잘난척도 합니다.

 주인공의 성격과 배우의 이미지, 연기가 이렇게 찰떡같이 어울리기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원래 감독은 톰 행크스를 캐스팅 하려 했지만, 너무 나이스하다는 이유로 빌 머레이로 바꿨다고 하네요.

 

절대 나이스하지 않은 인물이죠 ㅎㅎ

 '냉소'라는 단어를 인간으로 바꾸면 이분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빌 머레이는 배역에 착 붙어 있습니다.
커피 한잔을 얻어먹는 상황에서도 카푸치노 없냐, 이것밖에 없냐 이죽댑니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 재수없게 보일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 같습니다.


 본인을 유명인(셀레브리티)라고 칭하면서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모습, 표정하나하나 말투와 함께, 섞이기 싫다는 듯 친근함을 거부하는 움직임까지 배우의 연기는 최고네요.

 

자조, 냉소가 몸에 밴 듯한 얼굴입니다.

 취재는 마쳤지만 폭설때문에 복귀하지 못한 필과 동료들은 펑추토니 시골에서 하루를 더 보내게 됩니다. 필은 다음날 아침 6시에 눈을 뜨지만,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 타임루프를 활용하는 영화 안에서 표현하기


 필은 무슨짓을 해도 벗어나지 못하고 반복되는 하루에 갇혀버립니다. 타임루프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이미 많이 봤지만, '사랑의 블랙홀'은 원조 맛집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처럼 새롭고 재미있게 상황을 보여줍니다.

 

일단 매일 달려드는 놈부처 처리합시다.

 반복되는 하루의 첫 날,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이상한 하루를 경험한 필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연필을 부러뜨려 놓고 잡니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연필은 원래대로 돌아가서 원래 있던 자리에 놓여있습니다.


 어떤 형태로 하루가 되돌아가는지, 또 이것을 받아들이는 필이 한번에 이것을 알아챌 만큼 머리가 돌아간다는 것을 관객에게 알려주는 아주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옥과도 같은 침대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6시에 눈을 뜨면 같은 날이 되돌아오고 있음을 확신한 필은 바로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필은 자신에게 일어나는일이  의학이나 과학으로 설명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리고 다음 단계로 필은, 뭐든 자기 마음대로 막나가면서 살게 됩니다. 무슨 짓을 해서 감옥에 같히고, 심지어 죽게 된다고 해도 6시만 되면 원래대로 돌아가서 호텔방에서 깨어나버렸던 것입니다.

 

다시 돌아가는 마법...이라기보다는 지옥

 어차피 눈을 뜨면 똑같은 2월 2일에 같혀 있는 주인공의 답답함. 무슨 미친 짓을 해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영혼없는 표정, 주인공의 연기와 이야기의 흐름이 찰떡같이 맞아들어가면서 영화는 기가막힌 상황으로 재미를 만들어냅니다.

 

 

| 하루가 반복된다는 것의 의미


 어떤 미친짓을 해도 내일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이성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필의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이를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용합니다. 자기와 주위의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면서, 필은 자신의 삶에 변화를 가지게 됩니다.

 

이정도는 기본으로 할 줄 알게 됩니다.

 필이 아침 6시만 되면 똑같이 일어나고, 또 일어나고 또 일어나는 생활을 보면서 코미디처럼 보여주기는 했지만, 한구석으로는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필에게는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것이지만, 회사를 다니는 사람으로서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똑같이 씻고 출근을 하고 월급을 기다리는 생활이 영화 속 반복되는 하루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됐습니다.

 

반복되는 하루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죠

 '사랑의 블랙홀'은 제목덕분에 촌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드는 영화이지만, 작품은 지금 봐도 절대 후지지 않은 훌륭한 영화같습니다. 무엇보다도 타임루프라는, 이제는 식상해져버린 소재를 지금봐도 신선하게 표현한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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