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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왕 (영화, 2000): 유려한 코미디를 만드는 김지운 감독의 재능

아뇨, 뚱인데요 2021. 8. 16.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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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왕 (The Foul King, 2000)
감독: 김지운
주연: 송강호, 장진영, 박상면, 이원종
서비스: WAVVE

20년도 더 됐네요

줄거리: 은행원인 대호(송강호)는 출퇴근에 치여 사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상사에게 괴롭힘을 받던 어느날, 대호는 운명처럼 프로레슬링 체육관을 찾게 된다. 우습게만 알았던 프로레슬링에 흥미를 느끼는 대호는, 결국 복면을 쓰고 경기에도 나가게 된다.

김지운 감독은 정말 '멋진' 영화를 많이 만드는 분입니다.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나 '밀정'같은 영화를 보면 화면 자체로 관객에게 기운을 전달하는 데에는 도가 튼 감독이구나 느낄 정도입니다.

대사 없이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능력이죠

그런데, 제가 보기에 감독님의 최고 재능은 코미디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감독 데뷔작인 '조용한 가족'과 감독님을 크게 띄워준 '반칙왕'의 주된 코드는 코미디였죠.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며 인물의 몸부림을 웃음으로 만드는 개그를 만드는 데에는 별다른 노력도 들이지 않고 뚝딱 만들어 내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분을 데려다가 미국에서 액션영화 하라고 했으니, 참 아쉬운 노릇입니다.

'반칙왕'은 제가 보는 감독님의 최고작품, 지금도 멍 때리다가, 웃다가 하면서 정주행을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한때 한국 대표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 사각의 링과 헤드락


임대호(송강호)는 회사에 시달리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실적도 신통치 않은 데다가, 틈만나면 부장이라는 작자는 헤드락을 걸면서 잔소리까지 해대니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던 어느날, 대호는 운명처럼 프로레슬링 체육관으로 발길을 들이게 됩니다.

일단 시작은 하는데, 하나도 안 됨;;

프로레슬링은 미국에서야 큰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이지만 우리나라는 인기가 사그러든지 오래죠. 체육관은 파리만 날리고, 그나마 두어명 있는 선수들도 '선수'라 불러주기에도 민망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대호는 상사의 헤드락을 벗어나고 간지나게 드롭킥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프로레슬링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프로레슬링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달라지는 대호의 삶, 그리고 그를 막아서는 것 같은 회사, 사람들이 태도는 정글(극 중에서는 쟝글)같은 사회에서 하루를 팍팍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공감할 것 같은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장진영씨가 출연했던 작품이기도 하네요.

비리비리한 직장인 대호가 프로레슬링에 익숙해지는 과정은 감독의 센스와 함께 어우려저 웃음이 빵빵터집니다. 링 안에 어울리지 않는 회사원 모습의 송강호를 넣고 뚱한 분위기를 만드는 개그스타일은 여전히 타율이 높습니다.

반칙왕의 소재가 갖는 최고의 장점은 몸개그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프로레슬링이잖아요, 게다가 송강호의 동료이자 상대역은 박상면과 이원종 님입니다. 기술을 걸고 받아주고 나부끼는 가운데 아파하는 표정만으로도
사람을 웃기는 대단한 장면들을 만들어냅니다.

비비스와 벗헤드 티셔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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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면을 쓴 반칙 레슬러


전쟁터와도 같은 사회, 그 사회를 벗어나려고 레슬링을 시작한 대호였습니다만, 레슬링 또한 사회처럼 상대방을 누르고 밟고 올라가야만 하는 정글이었습니다. 그런 사각의 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호는 규칙따위 없는 반칙 캐릭터, 타이거마스크 로 전쟁터에 나서게 됩니다.

얼굴을 가리고 레슬링에 올인합니다.

송강호라는 불세출의 연기자에게 반칙왕 타이거마스크가 더해지면서, 레슬링은 희대의 아사리판 개난장이 벌어집니다. 가짜 반칙도구를 헷갈리면서 진짜 피가 튀고 비명이 난무하는데 신기하게도 이게 찐으로 웃기는 장면이라 더 눈물이 나죠.

링 위의 부캐, 타이거마스크에 자신감이 붙은 대호는 과감하게, 캐릭터를 랑 밖으로 데리고 나오려고 해 봅니다. 하지만 레슬링은 레슬링일 뿐, 진짜 사회에서 복면을 하고 반칙을 저지르는 인물이 설 자리는 없었습니다.

대호가 찐으로 부캐를 데리고 나오려는 기회는 두어번 있습니다. 상사가 헤드락을 걸고, 그걸 빠져나오려고 맘먹는 순간, 그리고 짝사랑하는 미스조에게 고백하는 타이밍이죠. 결과는 두 번 다 마음먹은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웃음에 섞어서 표현했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의 차가움을 반영하는 이야기가 짠하게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한번 제대로 날려주기를 바랬습니다.

| 현실을 인지하면서 아주 살짝 희망을 던지는


'반칙왕'은 배우들의 연기, 대사, 표정 하나에서 웃음을 쫙쫙 뽑아내는 작품입니다. 몸개그와 말개그의 비율과 타이밍이 찰떡같이 잘 붙고, 어울린다는 것이 제일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호의 아버지 역할로 나오시는 신구 선생님과 아들 대호의 대화는 볼때마다 빵빵터집니다.


아버지에게 지난날의 삶을 반성하는 고백을 하는 대호의 말을 들으면서, '그래 니가 이제 철이 좀 드는구나'하려던 아버지가 정작 아들이 타이거마스크를 쓴 것을 보고 '에그머니나' 놀라면서 혼을 내는 장면은 앵글과 대사까지 웃음으로 잡아낸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님 센스가 정말 좋습니다.

웃음 뿐만 아니라, 인물의 슬픔과 실망, 현실의 한계를 잡아내는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비관적으로 보일 법도 하지만 그것 나름대로 살짝 쓴웃음을 던지게 하는 우리 삶같은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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