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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마일 (영화, 2002): 껍질을 깨고 스스로를 증명하는 에미넴의 자전적 이야기

아뇨, 뚱인데요 2021. 6. 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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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일 (8 Mile , 2002)
감독: 커티스 핸슨
주연: 에미넴, 킴 베이싱어, 브리트니 머피
서비스: 넷플릭스

2002년에 전세계를 휩쓴 영화 중 하나입니다.

간단소개: 미국의 디트로이트, 하루 먹고사는 일이 힘든 래빗은 래퍼를 꿈꾼다. 래빗은 자신을 괴롭히는 가족, 돈문제, 친구들과의 갈등까지 모두 눌러담아서 자신의 랩으로 써내려간다. 클럽에서 벌어지는 랩배틀을 발판삼아, 그는 자신의 실력을 펼쳐보이려 한다.

사람마다 힘든 시기가 있기 마련이죠. 그럴 때 위로가 되는 작품이 있을 수도 있구요. 저에게는 8마일이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무너지는 것만 같은 절망과 불안이 눈을 뜨기만 하면 자신을 못살게 한다고 느꼈었죠. 그럴 때 멍하니 보았던 영화였습니다. 딱히 공감이 깊이 되거나 하는 내용이 아니었음에도, 귓가에 때려박는 랩이 정말 무엇가 변화를 이끌어낼 것만 같았죠. 에미넴의 음악이 하드캐리하는 작품입니다.

점수 하나씩 이상한 게 튀어나오네요 ㅎㅎ
로튼은 많이 들쭉날쭉한 것 같습니다.

제작비: 4천 1백만 달러
미국수익: 1억 1천만 달러
세계수익: 2억 4천만 달러


<TMI>
버스 장면에서 래빗이 사용한 메모는 에미넴이 'Lose Yourself'작사를 위해 실제로 사용했던 노트입니다. 경매에서 10,000달러에 팔렸습니다.

<TMI 2>
에미넴은 삽입곡 'Lose Yourself'로 2003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탔습니다. 하지만 에미넴은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예상을 전혀 하지 못해서라는 말도 있고, 아카데미 측의 가사 검열에 반대해서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야


에미넴, 래빗의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은 음악, 8 mile입니다.

https://youtu.be/rydLsbCnH4M

8 mile, Eminem

영화의 제목인 8 Mile은 주인공 래빗이 사는 도시인 디트로이트의 남과 북을 가르는 도로 이름입니다. 래빗은 하루벌어서 먹고 사는 노동자지만, 래퍼로 성공하겠다는 꿈이 있습니다.

래퍼로 성공을 꿈꾸는 래빗 (에미넴)

래빗은 나름 성실한 친구를 둬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재능을 펼쳐보려고 하지만, 절대 쉽지가 않습니다. 가난한 래빗은 방한칸 구하지 못해서 쓰레기봉투에 옷을 넣어 다닙니다. 어머니는 친절하지만 남자때문에 걱정을 시키구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눌린 나머지, 결국 한마디 내뱉지도 못하고 랩배틀의 기회를 날려버립니다.

이 영화에서 나온 말입니다.

보다보면, 망해도 이렇게 망할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래빗을 둘러싼 상황은 엉망입니다. 주위에 멀쩡한 사람이나 상황이 없네요.

엄마는 자기랑 또래의 남자랑 만나고 있고, 여친이랑도 깨지고 돈도 없어서 그나마 살던 집에서도 쫓겨날 지경이지요. 친구들이라고 있는 놈들은 지 다리에 총을 쏘질 않나, 뭔가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는 희망적인 모습은 전혀 없습니다.

왜 몰려다니면서 바보짓들만 하는지 ㅠ

자동차 산업으로 흥했다가, 가장 빨리 망한 도시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가는 래빗의 모습을 영화는 잘 보여줍니다. 버스 창문으로 비추어지는 황량한 거리의 모습들, 그마저도 내 것이 아닌 집, 점차 아래로, 밖으로 몰려나가는 상황에서 동질감, 무서움마저 느꼈습니다.

황량한 동네를 가사에 담는 래빗



| 랩으로 풀어놓는 삶의 한탄


래빗과 패거리들은 랩배틀을 통해서 어떻게든 위로 올라서려고 합니다. 랩으로 유명세를 타고, 앨범을 내서 한방으로 출세하려는 생각이죠.

흑인들이 주로 득세하고 있었던 힙합, 랩을 하려는 백인 래빗의 입장이 이해가 선뜻 되지는 않지만, 랩으로 세계최고를 찍은 에미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배우의 연기나 설정이 억지스럽지 않습니다.

등장인물 일부는 에미넴의 주위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랩을 읇조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진지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일당을 받으면서 뼈빠지게 일하는 삶. 밥먹는 시간마저 여유있게 허락되지 않는 거지같은 상황에 대한 불평과 한탄, 자신에 대한 자조가 목구멍으로 튀어나오죠.


내 앞에 있는 사람에 대한 비웃음까지 꽉꽉 눌러담아서 길지 않는 가사로 촌철살인 쏘아 붙이는 총같은 느낌입니다.

한탄과 비웃음에 음악을 입힘.

래빗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랩배틀을 보면 서로 디스전이 욕을 하는 것뿐아니라, 얼마나 팩트와 드립을 섞어서 상대방을 꼼짝 못하고 닥치게 만드느냐 겨루는 싸움 같습니다.


'기분은 나쁜데 맞는 말이네' 와 같은 반응과 드립력에 웃음이 나오는 것이지요. 거기에 더해서 서양 노래에서 볼 수 있는 '라임(rhyme, 압운)'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리듬을 탈 수 있는 음악적인 요소까지 기가 막히게 타고 들어갑니다.

이걸 옷이라고 입고 왔냐?

특히나 놀랐던 것은 래빗(에미넴)이 랩을 하면서 리듬 뿐 아니라 가사까지 끌어당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주제곡 'lose yourself' 가사를 일부분에서 볼 수 있습니다.


'reality'로 끝나는 가사의 운을 맞추기 위해서 'gravity' 나오구요, 그 아래는 'rabbit. He', 'but, he'처럼 다음줄 가사를 끌어와서 운을 맞춥니다. 이런 방법을 처음 쓴 것인 아닐지 몰라도 제일 기가막히게 잘 씁니다. 리듬에 맞춰 가사를 끌어오고 풀고 하는 실력에 환호가 나옵니다.

실력은 진퉁입니다.


| 정서적인 성장을 통한 발전


밀린 집세, 친구, 연인과의 관계, 멀어지는 것만 같은 꿈까지. 벼랑 끝에 몰린 래빗은 일어나서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 합니다. 마지막 랩배틀에서 지금까지의 압박과 정면으로 맞선 래빗은, 실력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한계단 성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젠 위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보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주인공의 성장이었습니다. 한 예로, 영화 초반 래빗이 직장에 늦었을 때 상관이 나무랍니다. 래빗의 입에서는 가장 먼저 '내 잘못이 아닌데' 라는 말이 나옵니다.

하지만 극 후반에 비슷한 상황이 나왔을 때, 래빗은 '알았다, 조심할게' 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일을 받아들이고, 그걸 딛고 일어서는 자세로 바뀐 것이지요. 시련을 딛고 발전하는 천재의 이야기는, 록키같이 보이기도 하고 굿 윌 헌팅의 이야기와 통하는 부분이 보이기도 합니다.

얼간이 친구들과 다니는 천재..라는 점은 비슷합니다.

영화는 계산을 딱 맞춰서 섬세하게 만들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보다보면 많이 늘어져서 답답한 장면도 있고, 이게 지금 웃으라는 것인지 걱정하라는 것인지 애매한 분위기도 종종 나옵니다. 하지만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진지하게 늘어놓는 래빗, 에미넴의 모습에 감동과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https://youtu.be/_Yhyp-_hX2s

Lose yourself, Emin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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