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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믹 블론드 (영화, 2017): 속이는 자를 속이는, 차갑고 섬세한 스파이 액션

아뇨, 뚱인데요 2021. 5. 30.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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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믹 블론드 (Atomic Blonde, 2017)
감독: 데이비드 레이치
주연: 샤를리즈 테론, 제임스 맥어보이, 소피아 부텔라
서비스: 넷플릭스

 

포스터부터 배우의 포스가 확실하죠.

간단소개: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무르익어 가던 시절, 영국 MI6의 비밀요원 로레인은 동료 요원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에 서베를린으로 급파된다. 그녀의 목적은 사건과 함께 사라진 비밀요원의 명단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당시 베를린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소련의 스파이까지 모여드는 도시였다.

 존윅의 감독 중 한 명인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과 샤를리즈 테론이 만드는 19금 스파이 액션영화. 아토믹 블론드에 대한 설명 한마디로 관객들의 기대치는 최고를 찍었었습니다. 그런데 개봉수익은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극장개봉으로 처음 봤는데요, 기대만큼은 못했다는 감상이었습니다. 이번에 넷플릭스로 한번 더 봤는데요, 집에서 찬찬히 보니 섬세하고 깔끔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신경써서 만든 티가 좀 납니다.
유저 평점에 동의가 많이 됩니다.

제작비: 3천만 달러
미국수익: 5천 1백만 달러
세계수익: 1억 달러


깔끔하게 벌 거 벌었죠. 샤를리즈 테론의 능력 같습니다.

<TMI 1>
주연 배우 샤를리즈 테론은 이 영화를 위해 5년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액션 연기를 위해 8명의 트레이너와 훈련하였으며, 존윅 2를 준비하던 키아누 리브스와 함께 훈련했다 합니다.

<TMI 2>
영화는 안토니 존스턴의 2012년 그래픽 노블 작품 'The Coldest City'를 원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혼돈의 시대


 베를린 장벽이 1989년에 무너졌으니, 30년도 더 지난 이야기네요. 배경을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소련하고 미국하고 세계를 나누어서 싸우던 냉전시대였습니다. 서독은 미국편, 동독은 소련편이었죠. 문제는 동독 한가운데 있는 수도 베를린마저 서쪽과 동쪽으로 나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의 상황입니다.

 자유진영의 최전선이었던 서독의 수도이니만큼, 많은 나라의 첩보 요원, 스파이들이 베를린을 무대로 활동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영화도 있구요. 냉전 말기, 동독과 서독을 가르던 베를린 장벽이 없어지고, 독일이 통일되게 됩니다. 


 은밀하게 활동하던 스파이들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어떤 나라로 어떻게 숨어들어야 할지, 혼돈의 도가니였습니다.

 

MI6, CIA, 편먹었다가 배신했다가 믿지를 않습니다.

 영국 MI6 소속의 스파이 로레인(샤를리즈 테론)은 베를린에서 암살된 동료이자 연인의 수습을 위해 서베를린으로 날아갑니다. 그녀의 진짜 목적은 베를린에서 사라진 비밀요원의 목록을 확보하고, 내부 정보를 소련에 흘리고 있는 이중첩자 '새철'을 밝혀내서 처리하는 것이었습니다.

 

포스부터가 압도적이죠.

 영화는 냉철하게 로레인의 활약을 그립니다. 베를린에 도착한 순간부터 KGB에서 그녀를 포섭(내지는 처리)하기 위해서 
접근합니다. 

 

 베를린에서 자신을 도와주어야 할 MI6 베를린 지부장이라는 퍼시벌 (제임스 맥어보이)은 도저히 신뢰도 가지 않고 자신의 정보를 팔아먹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외모부터 말투까지 믿을구석 하나 없는 퍼시벌

 영화의 주인공은 샤를리즈 테론이지만, 배우의 연기로 가장 뛰어난 것은 퍼시벌 역의 제임스 맥어보이 같습니다. 특히 장벽이 막 무너질 때를 배경으로 혼돈의 시대 가운데에 있는 스파이 역할을 강렬하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몸담았던 기관에서 버림을 받을지, 옮겨야 할지, 옮긴다면 무엇을 챙겨서 어떻게 탈출해야 할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던 시대였겠지요. 그런 베를린 한가운데에서 살아남으려 무엇이든 하는 스파이의 모습을 광기에 찬 대사와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좋게 봐서 이런거구요, 대충보면 노홍철 같습니다.)

 

베를린 노홍철

 

 

| 차갑고 섬세한 액션장면


 로레인은 특수요원들의 흔적을 쫓고, 정보를 모으면서 점차 특수요원 리스트에 다가갑니다. 그리고 못믿을 우리편, 퍼지벌을 통해 리스트를 작성한 핵심인물 '스파이글래스'를 직접 접족해서 포섭하려 합니다.

 

비밀요원 목록을 모조리 외우고 있는 '스파이글래스'

 로레인의 활약은 수려한 액션을 통해서 빛을 발합니다. KGB와 동독 경찰에 쫓기는 입장에서, 혼자서 여러명을 상대하는 엄청난 무쌍 액션을 보여줍니다.


 이번에 보면서 다시 느낀 점이 액션의 디테일, 섬세함이 살아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존 윅의 총기 액션에서 강력함은 덜하지만 액션과 리액션이라는 측면에서는 더욱 잘 다듬어진 것 같습니다.

 

칼로 잰 듯한 합이 많습니다.

 총기던 칼이던, 쏘고 때리는 액션과 맞는 리액션을 반드시 한 화면에서 동시에 보여줍니다. 컷을 잘라서 이어붙이는 효과는 '아토믹 블론드'와 샤를리즈 테론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주먹질을 하는 액션에서도 반드시 샤를리즈 테론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확실하게 몸을 씁니다. 뒷모습으로 액션을 한다거나 얼굴을 가린다거나 이런 거 없습니다.

 

당당하게 얼굴 보이면서

 이런 스타일의 액션이 빛을 발하는 것이 '스파이글래스 탈출작전'입니다. 스파이글래스와 그의 가족을 포섭한 로레인은 그들을 자유진영으로 빼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KGB로부터 습격을 받습니다.

 군중 속 총기액션부터 시작해서, 격렬한 격투, 총격전으로 작전의 중심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부상을 입는 와중에 하나씩 적들을 제압하고, 목표를 탈출시키기 위한 마지막 차량액션으로 긴 시퀀스의 마무리를 합니다.

 

처절한 액션의 결과입니다.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온몸과 닥치는대로 도구를 사용하는 육탄전은 물론이요, 얼굴을 그대로 보여주는 롱테이크 액션 등, 처절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만한 강력한 액션을 보여주었습니다. 모든 액션 장면에서 주인공한테 맞기를 기다리거나 노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 세심함에 감탄했습니다.

 

| 속이는 자를 속이는 스파이의 이야기


 로레인은 아비규환, 혼돈의 스파이전 속에서 끝끝내 살아남으려 합니다. 영화를 지배하는 테마는 '속이는 자를 속이는 것은 두배로 즐거운 일이다'라는 메시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상당히 넓게 퍼져 있습니다. 비밀요원 리스트의 행방, 이중첩자 '새철'의 정체, 로레인의 연인을 향한 복수까지, 주인공들이 풀어야만 하는 플롯들이 많기 때문에 이야기가 번잡하고 무슨 상황인지 쉽게 알아볼 수가 없긴 합니다.

 

시신 두 구와 함께 귀국합니다.

 전체적인 맥락 중심으로 본다면 오히려 세세한 액션을 보는 즐거움과 엄청난 배우들의 피지컬과, 화려한 화면을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치밀함과는 또다른 개념의 스파이 영화 잘 봤습니다.

 

디올 광고 아닙니다.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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