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Run, 2020)
감독: 아니쉬 차칸티
주연: 사라 폴슨, 키에라 앨런
서비스: SEEZN
간단소개: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던 클로이는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대학을 갈 꿈에 부풀어 있던 클로이는 장을 보고 온 엄마의 짐을 뒤지다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의심하게 만드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된다.
글에는 영화의 줄거리에 대한 스포가 있으며, 감상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영화는 줄거리만 알고 본다고 해도 감상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ㅠㅠ )
IPTV로 영화를 한편씩 구매해서 보는 편은 아닙니다. 신작이 워낙 비싸다고 생각해서요. 그렇지만 영화 런은 소개글을 보는 순간, 낚이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습니다. ‘대체 주인공이 뭘 봤길래 그런거지?’ 라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올레TV에 돈만원을 질러버리고 말았습니다. 비싸기는 했지만 보고 나니 후회는 없습니다.
제대로 조여주는 연출
이야기 자체는 엄청 새롭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의심물’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이젠 많이 만들어지는 스타일입니다. 알고 지냈던 가족, 동료를 어떤 계기를 통해서 의심하게 되고 비밀을 하나씩 파헤치는 내용입니다. 어떻게 보면 뻔하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상당히 잘 풀어갑니다. 그 중 마음에 드는 장면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클로이(키에라 앨런)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장면입니다. 아우 보다가 식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하나는 클로이가 전화하는 장면인데요, 언제 들킬지 모르는 상황의 긴장감을 아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엄마 다이앤(사라 폴슨)이 언제 뒤에 쿵 하고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엄마가 아래층에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것만으로 보는 사람 마음을 쥐락펴락합니다.
뇌절을 피해가는 이야기 흐름
비밀을 파헤치는 영화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밀의 정체가 무엇인가 알아내는 부분과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부분입니다.
많은 영화들이 미스테리를 알아가는 부분에서는 무섭게, 긴장되게 잘 나가다가도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파트가 되면 뇌절을 하곤 합니다. 문제를 너무 쉽게 해결해주기 싫어서인지, 아니면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모르는 것인지, 영화는 산으로 가다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영화 런은 이 함정을 잘 피해갑니다. 클로이가 병원으로 가게되는 부분 전후로 의심을 했습니다. ‘어, 이러다가 이야기 산으로 가고 엉망이 되지는 않을까’ 했는데, 딱 마무리를 하더라구요.
감독의 전작인 ‘서치’에서도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비밀을 파헤치다 보면 새로운 줄기가 나오고, 이 줄기의 곁가지를 따라가는 척 하다가 본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마무리를 합니다. 이야기를 잘 끝내는 것은 분명히 장점임이 틀림없습니다.
아쉬운 증거폭탄
영화를 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것 같습니다. 비밀을 파헤치는 장면이 설명꾸러기 인물만 없다 뿐이지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클로이가 기절해 있다가 눈을 떴는데, 진실이 다 들어있는 증거 뭉텅이가 옆에 있습니다. 진실을 밝히는 타이밍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방법은 좋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의심의 기원을 찾아가는 스릴러 영화로서 준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관객들을 위해 준비한 마지막 반걸음도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뇌절을 기가 막히게 피해 가는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