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이퀄라이저 (2014): 충실하게 빌드업해서 한방에 터뜨리는 수작 액션영화

아뇨, 뚱인데요 2021. 2. 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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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퀄라이저 (The Equalizer, 2014)
감독: 안톤 후쿠아 
주연: 덴젤 워싱턴, 마튼 크소카스

 

균형을 맞추는 사람이라는 뜻의 제목입니다

간단소개: 특수요원 로버트(덴젤 워싱턴)은 은퇴 후 사람들을 피해서 마트에서 일자리를 구해 조용히 살고 있었다. 동네 커피집에서 친구가 된 테리(클로이 모레츠)가 폭력배들에게 학대를 당하며 일하는 것을 보고, 로버트는 조용하고 확실하게 문제를 해결하러 나선다.

 저는 이 영화도 굉장히 늦게 영접하였습니다. 덴젤 워싱턴이 액션영화의 주인공처럼 나온 포스터를 보고, '맨 온 파이어'같은 감정에 충실한 영화가 아닌 본격 액션을? 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해내시더만요.
 덴젤 워싱턴님이 54년생이니까, 딱 환갑의 나이에 이걸 찍으신 겁니다. 관리가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나이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형님

글에는 영화의 내용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하지만 전혀 감상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결말을 알고 봐도, 두번 보고 세번 봐도 감상에는 전혀 문제 없습니다.

 

| 액션으로 빚는 스토리텔링

 로버트는 겉으로 보기엔 마트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원입니다. 마트 야구팀도 하고, 직원들과도 친하게 지내죠. 하지만 로버트는 과거 살벌한 이력을 숨기고 은퇴생활을 하고 있는 정부의 특수요원이었습니다. 그의 친구인 테리(클로이 모레츠)를 놓아달라고 말하기 위해 러시아 갱단을 찾아간 자리에서, 로버트는 행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그자리에서 5명의 갱단을 19초만에 제압해버립니다.

 

여유를 잃지 않으면서 단호하고 확실하게

 이 장면에서 영화는 로버트의 성격과 개성, 사연까지 확실히 드러내주는 액션을 보여줍니다. 로버트는 갱단을 처단하기 전에 시계로 시간을 재고 방안의 적들과 적들의 무기, 그리고 자신이 사용가능한 무기를 확인합니다. 맨손격투에 익숙하며 프로라는 것을 말로 하지 않고 보여주는 장면이죠.

 싸움이 시작되자 로버트는 간결한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상대방을 처리하면서도 절대 서두르지 않고 상대방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여유로움마저 보여줍니다.
 서두르다 틈을 보이는 실수를 하지 않으며 발차기는 없이 원래 계획한대로 무기를 확보하고 확실히 적을 제거합니다. 솔직히, 환갑의 배우에게 붕붕 날아다니고 구르고 하는 움직임이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로버트 맥콜이라는 인물의 개성을 충분히 반영한 움직임이기 때문에 더욱 멋있다고 느꼈습니다.

 

19초 상황종료. 16초 예상했는데, 연습이 필요하군...

 감독이 인물의 개성을 살린 액션을 디자인했다면, 배우는 그 안에서 액션을 하면서 연기를 합니다. 영화에서 최후의 전투가 있기 전, 로버트는 두 번의 액션장면에 나옵니다.

 첫 액션장면이 19초만에 5명을 제압하는 액션장면, 두번째가 식당에서 5초만에 암살자를 없애는 장면입니다. 두 장면 합쳐서 1분은 커녕 30초도 안됩니다. 그런 다음에 최후의 결전으로 가는 것입니다. 이정도면 액션영화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인데, 더 이퀄라이저의 액션은 관객의 기억 속에 콱 박혀 있습니다.
그만큼 강렬한 연출과 함께 배우가 액션 장면 안에서도 응징을 가하는 확실한 연기를 해주기 때문에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죽인다는 눈빛

 

 

| 탄탄한 캐릭터 빌드업

 러시아 갱단과의 19초짜리 첫 격투장면은 영화가 시작하고 32분만에 등장합니다. 그럼 그 긴 러닝타임동안 무엇을 할까요, 등장인물간의 관계를 설명하고 개성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습니다.

 제가 인상깊게 생각하는 장면 중 하나인데요, 로버트는 대형마트 직원이고, 같은 직원이며 친구인 랄피와 점심을 먹고 
있습니다. 랄피는 살을빼고 경비직에 지원하고 싶어합니다. 로버트는 그가 몸을 만들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있구요.
랄피는 샌드위치에 몰래 감자칩을 넣어서 먹다가 로버트한테 걸립니다.
 랄피는 아삭한 것을 먹고 싶어서 그랬다고 핑계를 대고, 로버트는 농담하듯 하지만 확실히 말합니다.
'당근 먹어, 당근도 아삭해'

다이어트를 하면서 단 것이 땡길 때마다 떠올리는 장면입니다. 개드립이지만, 이정도로 인물사이의 관계를 차분하게 쌓아준다는 의미입니다.

네ㅠㅠ 알았다구요 ㅠㅠ

 로버트의 행동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테리와의 친분도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 차분하게 시간을 들여 보여줍니다.

 인물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로버트가 스스로 부상을 치료하는 장면이나, 자신의 적들을 파악하기 위해 탈출하는 와중에도 사진을 찍는 장면 등은 이 인물이 얼마나 철저한 프로이며, 얼마나 '건드려서는 안되는 인물' 인지 납득하도록 공들여 설명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주위 사람들을 도와주는 에피소드를 꼼꼼히 배치하여 이 인물이 선한 성격이며, 정당한 이유를 위해서 행동한다는 명분을 갖게 하여 관객이 로버트의 과격한 행동을 응원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인물을 응원하기 위해선 관객을 공들여 설득해야 합니다

 악당으로 등장하는 테디도 굉장히 신경써서 개성을 부여합니다. 그냥 미친놈이고 나쁜놈인데 출연 시간은 주인공 못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자신의 타겟인 로버트를 분석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진지하게 무서운 놈인지 설명해주죠. 특히 문신을 보여주는 장면은 사람을 마구 죽이는 장면이 아님에도 악당으로서의 강렬함과 이질적인 인물이라는 느낌을 잘 전달한 화면이라고 봅니다.

 

앵글도 뒤집어서 확실히 정상이 아님을 어필합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빌드업을 잘 해놓은 악역이 제대로 된 격투조차도 없이 마트 재고에서 찾아낸 무기에 맞고 힘 한번 제대로 못쓰고 아웃된다는 것이죠. 맥거핀이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더 이퀄라이저는 액션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외에도 덴젤 워싱턴의 진중하고 확신에 찬 연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덴젤 형님은 연기는 한결같으면서도 늘 집중하게 만드는 마성의 연기자인 것 같습니다. 건강하게 영화 많이 찍어주셨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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