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디 에어 (Up in the Air, 2009)
감독: 제이슨 라이트만
주연: 조지 클루니, 베라 파미가, 안나 켄드릭

간단소개: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직원 해고를 대행하는 라이언(조지 클루니)는 1년에 322일을 출장다니는 해고전문가이다. 라이언은 자기와 마찬가지 처지인 알렉스(베라 파미가)와 동질감을 느끼며 가까워진다. 회사에서는 신예 나탈리(안나 켄드릭)을 라이언과 함께 다니게 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회사를 움직이려 한다.
조지 클루니는 참 멋진 배우입니다. 일단 잘생겼구요, 은빛 머리칼부터가 멋있고 '호감형'이라는 단어를 시각화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합니다. 목소리도 아래로 촥 깔리는 듯 집중시키고 멋진 중년의 상징처럼 되어버렸죠. 공정무역을 지지하는 것도 그렇고, 돈에 많이 번 다음엔 정말 돈과 상관없이 살고 있는 모습도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인 디 에어는 중년의 조지 클루니가 삶에 대해 던지는 독백같은 영화입니다.

글에는 영화의 중요 내용에 대한 언급이 많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 해고 전문가의 이야기
영화는 주인공(라이언)의 직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라이언(조지 클루니는) 해고전문가입니다. 기업에 용역처럼 고용되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해고를 통보하고 그들에게 법적인 안내와 정리를 돕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해고 전문가라른 직업이야기를 봤을 때에는 삼국지에서 순욱과 빈 도시락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당신이 여기에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의미는 현대 직장인에게 빈 도시락을 건네주는 일과 다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해고되는 이들의 모습을 정면에서 바라보는 시선으로 보여줍니다. 해고당하는 사람보다는 해고를 하는 사람의 입장인거죠.

라이언이 삼국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빈 도시락만 전문적으로 건네주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점이지요. 일종의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사형집행인이라고 말하는게 어울릴법한 일입니다.
자신이 필요없어진 회사로부터 해고를 통보당하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비극일 것 같습니다. 특히 은행잔고가 사람의 계급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월급이 끊긴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입니다. 가끔 이런 상황을 상상하곤 하는데, 패닉이 올 정도지요.

라이언의 회사는 나름 신기술을 도입해서 해고통보를 그나마 얼굴을 보고 말할 필요도 없이 화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려 합니다. 이걸 주도하는 사람이 나탈리(안나 켄드릭)입니다. 요즘엔 얼굴보고 해고를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싶을 정도인데, 이때는 그나마 인간적이었네요.

영화에서는 해고를 인생 2막을 여는 기회인 것처럼 묘사하기도 합니다. 솔직히, 그럴리가 있나요 최대한 순화시켜서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너무 무르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월급을 끊는다는 것은 밥숟가락 놓으라는 말이죠. 적어도 나탈리는 해고통보에 대한 환멸을 느껴서 다른 일을 찾습니다.

| 떠다니는 삶, 정착하는 삶
라이언은 해고 전문가라는 직업 이외에도 몇가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특성들은 떠있는 삶이라는 공통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라이언은 직업 특성상 미국 전역을 비행기로 돌아다닙니다. 그의 목표는 천만마일클럽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지구 한바퀴 25,000마일이니가, 천만마일이면 지구 400바퀴정도 되네요. 비행기가 자동차이고 공항이 집인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이언의 주소지(적어도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라이언이 일년의 대부분을 묵는 호텔보다 훨씬 추레합니다. 사용을 하지 않는 집이지요. 오히려 공항이 그에게는 더 친근하고 집같습니다. 저에게 공항은 여행의 시작, 설렘의 최고를 달성하는 곳이었는데 라이언같은 사람에게 공항은 안방같은 느낌입니다. 비행기는 자동차정도 되겠네요.
라이언에게 결혼사진을 부탁하는 동생부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그들은 라이언과는 다르게 한 곳에 정착해서 사는 삶을 살고 있지만 어느 한 곳 여행조차 갈 처지가 못됩니다.

결국 몸은 묵인채로 라이언에게 여러 명소의 사진을 부탁합니다. 호텔방보다 못한 집에서 머무느니 비행기와 공항에서 사는 삶이나, 아무데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삶. 어느쪽도 옳다고 말하거나, 한쪽을 틀렸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라이언은 출장 중 만나게 된 인연인 알렉스와의 관계를 더 진지하게 갖고 싶어합니다. 동생의 결혼식에도 같이 가려 할 정도가 되지요. 처음에는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몰랐지만, 나탈리와의 대화와 동생 결혼식을 겪으면서 떠있는 삶을 정리하고 느즈막히 정착해서 뿌리를 내리고 싶어하죠.

그는 바라던 천만마일클럽도 달성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게 되었습니다. 비행기가 집이고 돌아갈 곳이 되어버린 삶은 충분했다고 느낀 것일까요. 알렉스와의 관계는 서로가 충분히 공감하는 관계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러기에 라이언도 다른 삶의 모습에 도전하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라이언은 직업을 구하고 난 뒤로 가장 큰 변화의 시도를 했습니다.
그 시도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죠.

라이언은 가족과의 관계, 결혼과 삶에 대해 자기가 원하는 모습에 대해 고민하고 원하는 모습을 찾아 도전했습니다. 자신이 주구장창 주장하던 빈 배낭이고 뭐고 모두 바꾸고 살아보려고 했던 시도가 의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자세라는 것은 그런 것 같습니다.
변화에 대한 도전을 하지 않는다 해도, 실패한 것과 결과는 같을수도 있습니다. 단 한번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이루려 하는 노력이 있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삶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경험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자신에게 삶의 자세를 납득시킬수 있는 도전이었다 봅니다.
결국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니까요.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