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 (영화, 2011): 사정없이 뒤엉키다 산으로 가는 빨간모자 이야기

아뇨, 뚱인데요 2021. 6. 8.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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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이딩 후드 (Red Riding Hood, 2011)
감독: 캐서린 하드윅
주연: 아만다 사이프리드, 게리 올드만
서비스: WAVVE

 

강렬한 붉은 후드와 포스터 문구에 끌렸습니다.

 간단소개: 먼 옛날, 산 속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보름달마다 찾아오는 늑대가 최고의 두려움이었다. 동물을 제물로 바쳐서 사람들을 지키는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마을 사람이 늑대에게 희생당하고, 언니를 잃은 발레리(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늑대의 정체가 단순한 동물이 아님을 눈치챈다.

 유료 결제로 본 영화들에 실망을 하고 나니 추가금액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들만 살펴보게 되더라구요. 안 보고 지나친 영화들 중 눈길을 끄는 비주얼이 있어서 클릭해 보았습니다. 이번에 '맹크'라는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도 올랐던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2011년에 '트와일라잇'을 만들었던 감독과 만든 작품입니다.

 

39%는 아만다 사이프리드 팬
양쪽 평점이 이정도면 변명의 여지없이 망작....ㅠ

제작비: 4천 2백만 달러
미국 수익: 3천 7백만 달러
세계 수익: 9천만 달러

 

헐리우드 영화치고는 저렴하게 만들어졌네요.

 

| 사랑이야기라기엔 산만하고, 판타지라기엔 부실하고


 발레리가 살고 있는 마을엔 보름달이 뜨면 늑대가 나타납니다. 늑대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주민들은 동물을 제물로 바쳐왔습니다. 어느날 밤 발레리의 언니가 늑대에게 당해 숨을 거두게 되고, 마을 사람들은 늑대를 잡으러 나서게 됩니다.

 

발레리, 아버지, 어머니

 영화의 최고 장점은 어디에 가져다 놓아도 비주얼이 뛰어난 아만다 사이프리드입니다. '19곰 테드'같은 영화에서는 골룸 닮았다고 놀림받기도 하지만, 그녀의 외모는 극의 시대를 초월해서 눈길을 끄는 것 같습니다.

 

헐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긴 합니다.

 흰 눈이 덮인 배경과 가지가 거세게 돋쳐서 뻗은 나무들, 그 사이를 홀로 가로지르는 발레리의 붉은 후드의 모습은 아름다우면서도 신비롭다고 느껴집니다. 이 멋있는 장면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잘만든 이야기를 붙여야 합니다.

 

붉은 색이 더욱 신비하고 강렬하게 돋보이는 화면

 저는 뭐에 씌였는지 영화가 은유적인 상징을 깔고 비주얼로 승부하는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발레리는 마을에서 어린시절부터 같이 자란 피터와 서로 좋아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발레리를 헨리와 정략결혼을 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포스터도 그렇고,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는 발레리를 중심으로 피터 등 그녀가 사랑하는 인물과의 관계인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초반에는 발레리와 피터, 또는 그녀의 비밀스러운 사랑과 성격이 화면으로 드러나는 것 같았습니다.

 

비밀스러운 사랑을 강조하는 듯한 화면

 적어도 저는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늑대를 사냥하기 위해 나서고, 늑대에게 얽힌 비밀을 풀기 위해 솔로몬 신부가 마을에 오면서 이야기가 산만해집니다.

 

늑대를 처단하기 위해 마을에 온 솔로몬 신부 (게리 올드만)

 솔로몬 신부는 마을 사람들을 해치는 것은 늑대가 아니라 늑대인간이라고 합니다. 은으로 제압을 해야 되고, 붉은 달이 뜬 상태에서 물리면 늑대의 저주를 받게 되고, 늑대는 사람으로 변해서 마을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을 것이고, 성지인 교회에는 못들어온다...라네요.

 에이, 빨간모자 이야기에 늑대인간이야기를 그렇게 막 섞어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발레리를 이야기 밖으로 밀어낼 순 없었는지, 슬쩍 마녀사냥 분위기도 눈치 보면서 추가해버립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늑대인간으로 옮겨집니다.

 

판타지스러운 분위기에 건조한 미스터리를 덧입힘

 이렇게 영화의 분위기를 확 틀어버리는 것은 많은 감독들이 즐겨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영화에 언급되기도 민망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같은 영화도 영화 중반에 사건을 기점으로 초반의 분위기를 확 틀어버리죠. 이런 것을 노렸다면 처음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서 빨간모자이야기로 관객을 사로 잡았어야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여인과 빨간 후드, 자연에 둘러싸인 외딴 마을, 야성을 뛰어넘어 흉포한 느낌을 자아내는 늑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둘 사이의 관계나 발레리의 러브스토리를 집중해서 보여줬다면 후반의 이야기 변화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집중을 할 수 있었겠죠. 이야기 하다보니 이거 트와일라잇이네요.

 

뱀파이어 대신 늑대

 

 

| 진짜 하고 싶었던 게 탐정이었나요


 왜인지 모르게 늑대인간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던 발레리는 늑대인간으로부터 살아남습니다. 늑대인간이 발레리를 원하는 것을 알게 된 솔로몬 신부는 그녀를 미끼로 늑대인간을 잡으려 했지만 마구잡이식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솔로몬 신부마저 죽고 맙니다.

 

이야기를 엉망으로 만들고 영화에서 사라지심

 그나마 늑대인간의 특징을 알고 있던 발레리는 그때부터는 탐정같은 모습을 드러내며 범인(A.K.A. 늑대인간)찾아내기에 돌입합니다.

 이쯤되면 영화 초반의 삼각관계는 저멀리 날아가서 공기가 되고 말죠. 헨리는 나름 약혼자였는데, 불쌍하게도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발레리에게 차이고 맙니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 발레리는 숨은 범인찾기에 성공합니다. 찾아내는 것도 아니에요, 자기가 발레리를 데리고 가기 위해서 정체를 밝힙니다.

 

동화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장소인 할머니의 집

 가장 어이없는 것은 늑대인간이 누구인지 밝혀지고 나서 왜 사람들을 죽였는지 마치 탐정이 범인을 잡은 뒤 복기하는 것 처럼 회상장면을 집어넣는 것이었습니다. 시대가 옛날이라고 탐정이야기를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영화의 분위기, 톤 자체가 탐정물이 아니었어요. 숨겨진 단서를 찾거나 용의자를 특정하거나 하는 표현이 전혀 없었단 말입니다.

 

약간 의심하는 장면은 있었습니다. 인정.

 영화가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서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게 이렇게 기분이 안좋은 영화는 또 처음이네요.

외국 평 사이트에서 몇개만 가져와 봤습니다.

* 긍정
 - 주연배우들의 매력은 영화에 큰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감독은 영화의 이야기의 흐름을 잘 살리지 못한다. (그나마 이게 긍정적인 평입니다.)

* 부정
 - 늑대를 조심할 게 아니라 이 영화를 조심해야 한다.
 - 등장인물의 관계, 사랑이야기에 긴장감이 전혀 없어서 밋밋한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

특히 마지막 평에 공감합니다.

 스스로에게 조금 화가 나는 것은, 그와중에 빨간모자, 레드 후드의 비주얼은 또 마음에 들었다는 점입니다. 확실히 감독의 강점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것 같았습니다.

 

아이 이런..멋있잖아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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