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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디 (영화, 2021): 힘을 숨긴 진짜 능력자의 폭발을 영접하는 쾌감

아뇨, 뚱인데요 2021. 5. 2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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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디 (Nobody, 2021)
감독: 일리야 나이슐러
주연: 밥 오덴커크, 알렉세이 세레브리아코프
서비스: SEEZN, 시리즈온

 

영접했습니다.

간단소개: 장인어른의 회사에 얹혀서 투명인간처럼 조용하고 틀에 박힌 삶을 사는 허치. 그는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무시무시한 비밀을 숨기고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밤, 집에 강도가 들지만 허치는 폭력을 쓰지 않고 참아넘긴다. 이어지는 직장동료, 가족의 무시에 결국 허치는 참았던 분노를 폭발시킨다.

 늦게나마 노바디를 관람했습니다. 조금만 더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렸지만, 못참겠더라구요. 화끈하게 즐길 수 있는 시원한 액션 영화로서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은 가격이 좀 과한 것 같다는 느낌도 살짝 들긴 합니다.

 

좋아하는 영화에는 극단적인 토마토
저도 이정도입니다.

제작비: 1천 6백만 달러
미국수익: 2천 5백만 달러
세계수익: 4천 5백만 달러


2021년 3월에 미국개봉하고, 번개같이 IPTV서비스에 풀렸습니다.

<TMI>
허치가 율리안의 창고에서 들고 나오는 그림은 빈센트 반 고흐의 '침실'입니다.

<TMI 2>
포커 문신 7과 2는 텍사스 홀덤에서 통용되는 '최악의 패'로서, 죽음을 뜻하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 분노를 터트리기 위한 배경설정


 '존 윅' 영화의 제작진이 많이 참여한 만큼 영화의 세계관이 서로 통한다, 아니다, 액션의 종류와 강도 등 '존 윅'의 이름 덕을 보는 부분도 있고, 반대인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우선적으로 본 부분이 주인공이 분노를 터트리는 상황설정을 얼마나 잘 해주느냐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고개숙인 남자 허치

 허치는 매일 같은 일상을 뻔하게 반복하고 있는 아버지입니다. 영화는 주름이 깊이 패인 얼굴에 피를 뒤집어 쓰고 피곤한 표정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는 허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사람이 어떤 '노바디'인지 긴장과 궁금함을 동시에 불러 일으킵니다.

 

이꼴로 경찰에 왔는데, 궁금하지 않을 수 없죠.

 시작과 동시에 짧게 끊어치는 컷을 쉴새없이 연결하는 극단의 몽타주 기법으로, 영화는 허치의 배경과 그의 일상을 전달합니다. 엄청 효과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어차피 몇번이나 반복된 똑같은 이야기, '다 알죠?' 라고 말하고 치우는 거죠.


 지루하고 틀에 박힌 일상에서 아들과 아내 모두가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는 가운데, 오직 딸아이만 아빠인 자기를 걱정하고 위로해줍니다. (그래봤자 몇 년 안남았어요)

아버지의 정체를 모르는 허치의 가족들

 허치의 집에 어느날 강도가 들게 되는데, 허치는 나서지 않고 순순히 당해줍니다. 그는 말합니다.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였다고. 숨겨놓은 실력으로는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었지만, 총알도 없는 빈총을 보고서는 그냥 푼돈 몇푼 갖고 가게 하는 것이 어설픈 강도와 가족 모두를 위해서 가장 나은 선택이라 생각한 것 같았습니다.

 

하는 일부터 모든 생활이 예측가능한 범위

 허치가 극도로 화를내게 만드는 설정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좋은 부분은 대사없이 주인공의 실력, 성격, 상황을 보여주는 부분들 이었습니다.

 허치가 강도를 찾아나서다가 문신가게에 탐문을 갑니다. 덩치들은 허치를 무시하는데, 한명이 허치의 문신을 알아보고 덜덜 떨면서 도망칩니다. 그리고는 온갖 문을 걸어 잠그는 소리만으로 허치의 무시무시함을 알게 해줍니다. 만화에서 보던 문에 못질하는 느낌도 나고, 재미있으면서 효과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주먹질 한번 하지 않고 제압해버리는 장면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시당하고, 밟히고, 그러면서 어디 해소할 곳도 마땅치 않았던 허치는, 딸아이까지 슬프게 했다는 분노가 더해지면서 마침내 폭발하고 맙니다.


 이글거리면서 흐르는 용감같은 그의 감정을 터드릴 핑계를 만들어주는 양아치들을 보는 순간, 허치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웃음을 날립니다.

 

제발 나를 건드려 다오, 바라고 있었습니다.

 

 

| 존 윅과 비교되는 액션의 방향성


 허치는 버스에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양아치들을 향해 그동안 쌓아왔던 분노를 터뜨립니다. 사실, 조금 애매합니다. 강도는 다른 사람이 한거구요, 양아치들은 적어도 허치한테는 심하게 대한게 없었는데; 어쨌든 허치의 갈곳없는 빡침은 버스 안에서의 격투를 통해 최초로 터져 나옵니다.

 

시작 전에 총따위는 버리는 간지.

 액션은 존 윅과 비교하면 상당히 거칠면서도 스토리를 가져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양아치들과의 1차전은 정말 처절합니다. 허치도 감정적으로 격해진 상태고, 오래간만에 격투를 하는지라 때린만큼 맞고, 칼에도 찔리는 등 깔끔하게 때리기만 하지는 못합니다. 그만큼 악에 받쳐서 주먹, 발, 칼, 벨트, 손에 잡히는대로 마구 휘두르는 모습이 주로 나옵니다.

 

찌르고 때리고 구르고 터지고

 잠시 정적기를 가진 후, 이루어지는 2차전에서 허치는 완전히 '몸이 풀린' 모습을 보여줍니다. 좀더 유연하고, 확실하게 적들을 보내버리고 격전을 마무리하죠.


 이런 정신없는 격투를 가까이에서 제대로 촬영한 것에서 액션 장인들의 솜씨가 여지없이 느껴졌습니다. 캐릭터의 개성과 감정을 액션에도 실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격투장면이었습니다.

 

몸이 풀리고 여유가 생김

 허치가 작살낸 양아치 중 하나는 러시아 마피아 율리안의 동생이었습니다. 후반전은 가족을 잃고 자존심마저 상처를 입은 율리안의 세력과 허치의 전면전으로 옮겨집니다.


 후반의 액션에서는 총격전이 주로 이어지는 가운데, 홀로 무쌍을 찍는 허치의 모습이 돋보입니다. 영화는 일대 다수의 총기류 전투를 주로 다룬 이전의 '존윅류'액션과의 차별성을 위해서 적들을 허치의 공장으로 불어들여 다양한 기구를 사용한 전투를 펼쳐놓습니다.


 총기류 외에도 직접만든 수류탄, 부비트랩 등을 이용하여 화려함의 극단을 달리는 격전으로 헤모글로빈, 아드레날린을 펌핑하는 대환장 멸망전을 벌입니다.

 

이쪽도 프로로서 정색하고 달려듭니다.

| 뇌절을 줄타기 하는 마무리


 '노바디'의 액션의 흐름은 어쩔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주먹에서 총, 개인에서 단체로 올라가는 액션의 끝은 결국 총알파티이죠. 처음에는 격투, 액션을 통해서 잃었던 활력을 찾아가는 것 같은 허치의 감정도, 마지막에는 뇌절까지 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클레이모어 장면까지 나오면 그 느낌이 확신이 되죠. 말이 되는 선에서 적당히 하고 마무리 지을 생각이 없었던 겁니다.

 

클레이모어가 어느정도인지는, 군필들은 알잖아요?

 '노바디'에 대한 이웃님 평을 보고 공감한 부분이 시작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바디'라는 말의 중의적 의미였습니다.

 영화를 시작할 때 허치는 동네 아저씨이면서, 아무에게도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투명인간 같은 '노바디'였습니다. 그런데, 분노를 폭발시키고 자신의 존재감을 찾은 후의 허치는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임에도 다른 의미 답처럼 들립니다.


 '늬들 따위는 알려고 하지마라'라는 뜻의 '노바디'로 보입니다. 멋진 마무리였습니다.

 

멋있는 부분을 틈틈히 넣어주는 센스

 정말 오래간만에 순수한 액션을 즐길 수 있는 멋진 영화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살아남기 위한 효율성을 중시하는 요즘의 액션에서, 멋을 살린 간지를 되찾아준 작품이어서 특히 감상이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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