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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영화, 2020): 전과 같지만 늘 재미있는 가이 리치의 범죄극

아뇨, 뚱인데요 2021. 6. 10.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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잰틀맨 (The Gentlemen, 2020) 
감독: 가이 리치
주연: 매튜 맥커너히, 휴 그랜트, 콜린 파렐, 찰리 허냄
서비스: 넷플릭스

 

인물들이 떼로 나오는 영화 전문

간단소개: 영국 암흑계의 큰 손 믹키는 마리화나 농장으로 만든 거대한 범죄조직의 보스이다. 은퇴를 머릿속에 둔 믹키는 사업을 정리하려 하는데, 경쟁자들이 신사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젠틀멘'은 넷플릭스 추천작 목록에 너무 오랫동안 떠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범죄극이라는 정보만 알고 클릭을 했는데요, 가이 리치 감독의 작품이었네요. 매튜 매커니히가 주연으로 나오는 가이 리치 감독의 범죄극이라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한다 해도 직접 볼 가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재미있습니다.

 

와, 수작급이네요
팬들이 특히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제작비: 2천 2백만 달러
미국수익: 3천 6백만 달러
세계수익: 1억 1천만 달러

 

<TMI>
휴 그랜트 혼자하는 대사 분량만 40페이지에 달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출연하는 장면을 5일만에 다 찍었습니다. 대사가 너무 많아서 본인이 임의로 줄인 대본을 만들었지만, 차에 도둑이 드는 바람에 그마저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TMI 2>
극 중에서 '조옷', 'F 머시기'라는 이름으로 출연하는 건달의 대본상 이름은 Phuc 입니다.

 

| 약은 약사에게, 구라는 가이 리치에게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기가 막히게 영화로 만드는 감독이 3명 있습니다. 타짜의 최동훈, 인셉션의 크리스토퍼 놀란, 그리고 스내치의 가이 리치. 각자 개성과 특징은 조금씩 다르지만, 가이 리치 감독은 시작부터 좍 펼쳐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앉아봐, 끝내주는 이야기를 들려주마.

 사립탐정 플래처(휴 그랜트)는 어느 밤, 범죄 조직의 행동대장인 레이(찰리 허냄)을 찾아옵니다. 능글거리면서 마치 옛날이야기를 풀어놓는 듯, 남의 이야기를 하는 듯, 플래처는 조직의 보스 믹키(매튜 매커니히)의 이야기를 꺼내놓습니다. 

 

 믹키의 의 옛날시절, 사업 성공, 암흑가의 큰손으로 활약하게 된 이야기 등, 협박의 형태를 빌어서 영화는 믹키를 관객에게 소개합니다.

 

능글맞은 협박범 휴 그랜트, 잘어울립니다 ㅠ

 믹키는 영국 귀족들이 놀리고 있는 땅을 이용해서, 마리화나를 재배하고 있었습니다. 무려 '스마트 팜'으로 말이죠. 

 믹키는 아내와 은퇴해서 조용한 삶을 즐기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 사업을 정리해서 좋은 가격에 팔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렇지만 이바닥에서 뒷모습을 보이는 것은 약해졌다는 신호로 보이기 충분했습니다.

 

일단 웃는 표정으로 상대하는 믹키 (매튜 매커니히)

 영화는 시작부터 단계를 나누어 이야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선수를 칩니다. 플레처가 조직의 행동대장 레이를 찾아와서 수다떠는 현재가 있구요, 플레처의 이야기 속 믹키의 최근 이야기들, 마지막으로 플레처와 대화가 끝난후 보여지는 '진짜' 레이와 믹키의 이야기입니다.


 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플레처인데, 주인공은 믹키죠. 믹키의 행동에 대해 플레처가 설명하고, 그걸 중간중간 수정하면서 이야기를 쥐었다 폈다 합니다. '아니 잠깐, 믹키라면 그렇게 안할텐데' 하면서 행동이 바뀌는 식으로 정신없게 양쪽을 왔다갔다 하죠.

 

시작할 땐 조금 어려웠습니다.

 특히 회상하는 이야기와 현재가 동시에 상호작용하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찍으려면, 어느 타이밍에 특정 대사, 행동에 맞추어서 화면과 이야기가 전환되어야 하는지 전부 계획하고 찍었다는 의미였을 텐데요. 이야기는 투박하고 대충 찍은 것 같은데, 관객을 딴생각 하지 못하게 옭아매는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떠벌거리는 사람과 터뜨리는 사람이 잘 구분됩니다.

 

 

| 야만적인 분위기의 영국신사


 믹키의 자신의 공장 중 한곳이 습격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사업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심지어 땅주인 중 한명인 귀족이 부탁한 일을 들어주려다가 사람을 죽이는 사고까지 벌어지고 말죠.

 

 그리고 이 모든 일은 약점을 캐고 다니는 탐정, 플레처가 증거로 남겨서 믹키를 협박합니다. 전후좌우 대충 파악한 다음부터 영화는 정신없이 사건을 꼬기 시작합니다.

 

대충 설명했으니, 사건이 날아다니기 시작합니다.

 믹키는 해결해야 될 문제도 많고 자기 은퇴도 해야되고 정신없습니다. 대화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된 미키는 자신이 아직 죽지 않은 왕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폭발합니다.


 흔히들, 영국 사람을 신사라고 하는 이유가 전혀 신사적이지 못한 나라여서라고 농담처럼 말을 합니다. 그런 반어법적인 의미의 '젠틀맨'을 제대로 잘 사용해서 터뜨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음먹은 적에겐 자비없는 믹키

 믹키와 그의 오른팔 레이는 적을 대할 때도 우선은 대화로 하려 합니다. 예의같은 건 차리지 않지만, 말로 점잖게 풀어보려는 것이죠. 


 의외로 말이 통하는 상대를 만나기도 합니다. 자기 공장을 습격한 양아치들의 우두머리인 코치 (콜린 파렐)처럼요. 하지만 대부분 대화를 거부하는 적들을 만나기 마련이고, 이럴때 그들은 폭력을 급작스럽게 폭발시킵니다.

 

광기가 넘실댑니다.

 영화에서 액션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장면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격투나 전투가 아닌, 일방적인 방향의 공격일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폭력은 대부분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관객들의 뒤통수를 때리며 보여집니다. 믹키의 사업을 뺏으려는 악당들을 상대하다가 터지는 장면에서 주로 나옵니다.

 매튜 매커니히는 아주 폭력적이고 거친 믹키를 정말 재미있게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사나운 본성을 가지고 있지만, 일단 다 죽이고 다닐 순 없으니 대화로 시작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으면 제대로 상대방을 짓밟는 폭력적인 감정을 터뜨리는 연기를 진짜 잘 한다고 느꼈습니다.

 

총을 몇번 안쏘지만, 필요한 타이밍에만 쏩니다.

 믹키 외에도 단단하면서도 거친 영국 스타일의 갱스터 분위기를 잘 드러낸 것 같습니다. 덮수룩한 수염으로 꾹 눌러담는 표정의 레이(찰리 허냄)이나, 트레이닝 복을 입고 총칼을 휘두르는 양아치 갱스처, 그들의 코치 콜린 파렐 등을 통해서 특유의 뒷골목 분위기를 여유있게 뽑아냅니다.

 

감독의 취향이래요...

 

 

| 살뜰히 모아서 챙겨주는 떡밥들


 믹키는 레이와 함께 이 사고들의 배경엔 누가 있는지 캐려 합니다. 사업도 챙기고, 자신을 망가뜨리려는 적도 잡고, 하나씩 제대로 마무리 지으면서 뿌려놓았던 떡밥들을 회수합니다.

 보다보면 회수하는 떡밥에 피래미가 걸리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벌여놓은 이야기니까 마무리 짓기는 하는데, 큰 이야기에서는 겉도는 이야기들도 있죠.

 

전부 보여주려니 복잡하기도 합니다.

 '젠틀맨'은 중심되는 주연급 등장인물이 네 명정도 됩니다. 이들이 모두 극 중에서 비중있게 활동하고, 대사와 역할도 모두 많습니다. 이야기의 구조와 흐름을 맞추고, 인물의 행동이나 들어오고 나가는 타이밍을 제대로 잘 짜맞춘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작은 엄청 머리써야 되는데, 갈수록 시원하게 풀려서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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