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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9 (영화, 2015): 대중성을 버리고 비관적 세계관을 보여준 범죄극

아뇨, 뚱인데요 2021. 6. 15.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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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9 (Triple 9, 2015)
감독: 존 힐코트
주연: 치웨텔 에지오프, 안소니 마키, 케이트 윈슬렛
서비스: WAVVE, 넷플릭스

 

케이트 윈슬렛인 줄 몰랐습니다.

줄거리: 애틀랜타에서 조직적이고 치밀한 은행강도가 발생한다. 강도단은 경찰까지 포함된 프로들이었다. 러시아 마피아의 일에 잘못 엮이게 된 이들은 조여오는 수사망을 피해서 새로운 강도를 계획한다. 강도단은 경찰피격코드인 '999'를 이용해서 작전을 짜기로 한다.

 은행이나 금고를 터는 범죄팀을 다루는 무거운 이야기들은 꾸준히 나왔습니다. '히트'가 대장격이고, 벤 애플렉 주연의 '타운'이라던가 스파이크 리 감독의 '인사이드맨'도 이쪽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도 감독에 따라서 다양한 분위기가 나오는 것이 재미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더 로드'를 만든 존 힐코트 감독의 손에서 나온 은행강도 이야기입니다. 밝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것은 예상했지만, 그 이상으로 무겁고 음울한 분위기의 영화입니다.

 

관객의 예상과는 많이 다릅니다.
이런 영화에서 양쪽의 차이가 크게 납니다.

제작비: 2천만 달러
미국수익: 1백 2십만 달러
세계수익: 2천 3백만 달러


 개봉과 배급에 문제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너무 우울한 분위기가 심한 것 같긴 해요.

<TMI>
원래 캐스팅 후보에 올랐던 이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샤이아 라보프, 살리 허냄, 마이클 B. 조던, 크리스토프 왈츠, 케이트 블란쳇 크리스 파인과 제프 브리지스 등의 배우들과 제작협의가 있었습니다.

<TMI 2>
경찰피격 및 도움요청에 사용되는 코드는 999가 아닙니다. 미국 애틀랜타에서는 위와 같은 상황에서 '시그널 63'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TMI 3>
도로 장면에서 '전방에 좀비'(ZOMBIES AHEAD)라고 씌여 있는 전광판을 볼 수 있습니다. 출연 배우인 노만 리더스는 워킹 데드에, 우디 해럴슨은 좀비랜드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암만 봐도 노먼 리더스 헌정인 듯

| 치밀한 프로들의 이야기


 애틀랜타 한 은행에 강도가 듭니다. 이들은 초단위로 시간을 재가면서 매우 조직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작업을 진행합니다. 영화 시작과 함께 몰아붙이는 은행강도 장면은 근래에 본 비슷한 장면 중 최고로 잘 짜여진 느낌이었습니다.

 

마이클, 게이브, 프랑코, 마커스. 은행강도들

 경찰이 둘이나 포함된 이들 강도단은 자신들의 임무와 진행을 확실히 파악하고 행동합니다. 운전수이면서 전체를 상황을 총괄하는 러셀(노만 리더스)는 경찰의 무전을 엿들으면서 출동상황을 파악합니다.


 은행 안의 일당들은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금고 담장자를 협박해서 개인금고의 목표를 열게 합니다. 

 

전체를 총괄하는 러셀 (노만 리더스)

 예상치 못한 상황 발생에 대해 대처하는 능력까지도 간략하지만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도로 중간에 멈추는 상황에 되자, 전투상황을 대비하여 한명이 총을 발사합니다.

 

 이상황에서도 위협용인지, 사람들을 몰아낼 용도인지 확실히 구별해서 필요한 만큼만 리더의 지시에 따라 진행합니다. 인물들의 능력과 영화의 분위기를 관객에게 확실히 각인시켜주었습니다.

 

흐름이 너무 매끄러워서 놀랐습니다.

 강도들이 훔친 것은 돈이 아니라 러시아 마피아가 원하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마피아는 이들 강도단의 목줄을 죄고 계속해서 이들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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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사막같은 건조한 느와르


 마피아의 협박을 당한 마이클(치오텔 에지오프)와 일당들은 다음 작업을 어쩔수 없이 진행하려 합니다. 삼엄한 경비를 뚫고도 탈출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이들은 경찰이 피격당하고 있다는 신호인 코드999를 발동시키고 작전을 진행하려 합니다.

 일당 중 한명인 경찰 마커스(안소니 마키)는 새로 알게 된 자신의 파트너 크리스 (캐시 애플렉)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코드 999를 발동시키려는 계획을 짭니다.

 

극중 성실한 경찰 크리스 (케이시 애플렉)

 마피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마이클, 경찰로서의 일과 조여오는 수사망 사이에서 무너져 가는 마커스, 그리고 임무를 수행하는 형사들의 이야기까지 한데 모여서 영화는 로망따위는 전혀 없는 매마른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마커스와 크리스가 주도하는 마약사범 추격전에서 이와 같은 이야기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찰들은 엄청나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범죄자 소탕작전을 펼칩니다.


 경찰의 작전은 멋스러운 행동이 아니고, 내 앞의 적을 당장 죽이지 않으면 총알 한방에 내가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서 나오는 살기 위한 움직임처럼 보였습니다.

 

총맞지 않고 살려는 작전 같았습니다.

 마커스는 죽을 뻔한 위기에서 크리스 덕분에 목숨을 건집니다. 자기 목숨을 위협했던 범죄자가 쓰러지자, 마커스는 숨을 고르고는, 이미 총을 맞은 적을 확인사살해버립니다.


 경찰이던, 약쟁이 범죄자던, 언제 내 목숨이 달아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살아 남고자 하는 인물들의 몸부림이 머리속에 깊이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죽이려는 사람한테 목숨을 빚진 마커스 (안소니 마키)

 

 

| 선택이 중요하지 않은 세계


 마커스는 경찰이면서 강도입니다. 경찰로서 작전중에 크리스 덕분에 목숨을 건졌지만, 강도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크리스에게 총을 겨누어야만 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영화의 중심이야기가 마커스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직하게 수사하는 영사 크리스를 해치고 강도짓을 하는 선택이 될 것인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가 이야기의 중심 축이 될 것이라고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세상은 개인의 선택따위로 좌우되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제 짐작보다 훨씬 음을하고 어두운 이야기였습니다.

 

아들 생각뿐인 마이클 (치오텔 에지오프)

 마커스는 결국 코드 999를 발동시키려고 합니다. 그리고 은행강도 일당들 또한, 팀이나 의리같은 말랑한 감정따윈 다 버리고,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모든 적을 없애버리려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생존'을 위해서 인물들이 처절하게 물고 뜯는 몸부림을 별다른 기교없이 건조하게 보여줍니다. 좋게 말해서 생존이고, 그냥 죽기 싫어서 그러는 겁니다.

 선이나 악, 꿈이나 멋보다는 생존 그리고 그것에의 끄트머리에 보이는 정의에 대한 감독의 가치관이 엿보이는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이들의 목숨줄을 쥐고 흔드는 아이리나 (케이트 윈슬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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