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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싱글 (영화, 2015): 혜수누나 혼자 기승전결 다하는 일당백 코미디

아뇨, 뚱인데요 2021. 8. 1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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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싱글 (GOODBYE SINGLE, 2015)
감독: 김태곤
주연: 김혜수, 김현수, 마동석
관객수: 2백 1십만명
서비스: WAVVE

 

혜수누나니까 소화 가능한 포스터

줄거리: 한 때 최고로 잘 나갔지만, 지금은 한풀 꺾인 스타 고주연(김혜수)는 남자에게도 차이고 작품에서도 밀려나고 만다.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위기감에 주연은 영원한 내 편, 아이를 갖고 싶다는 결심을 한다. 주연은 병원에서 만난 소녀 단지(김현수)가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작품도 꽤 오래 된 작품인데요, 케이블TV에서 가끔씩 해주곤 했습니다. 초반 조금 보고, 중반 조금 보고 알음알음 보다가 이번에 WAVVE에 풀리면서 한번 맘먹고 끝까지 봤습니다.


 선코믹, 후신파의 전형적인 한국 코미디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영화입니다만, 가장 강력한 김혜수라는 무기를 갖고 있었습니다.

 

코믹과 감정연기가 동시에 가능한 분

| 극을 장악해서 끌고가는 김혜수


 한국 최고의 톱스타 고주연(김혜수)는 최고의 연기자였지만, 지금은 한끗발 어긋나서 물러난 배우입니다. 그래도 자존심과 성격은 남아있어서 어디가서 아쉬운 소리는 듣기 싫어하고, 쿨타임 차면 늘 입과 행동으로 사고를 치고 다녀서 '국민진상'이라는 별명까지 붙어 있습니다.

 

헉, 무섭...;

 진지하게 결혼까지 생각하며 만나고 있던 젊은 남친 지훈은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의사에게 '더이상 젊지 않다'는 확인도장까지 결정타로 맞으면서 주연은 인생계획에 위기를 맞이합니다.

 남자도 필요없고, 회사 동료들도 마음에 안들고, 주연은 무슨일이 있어도 내편이 되어줄 피붙이, 아이를 가지려고 마음먹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내편이 되어줄 거란 헛된 망상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무식하면 정말 용감한 것 같네요.

 

회사 식구들은 무슨 죄여;

 주연은 산부인과에서 오며가며 얼굴을 익힌 임신한 학생 단지(김현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질러버립니다. 피차 난감한 상황같으니 아이를 자신에게 입양시키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지요. 고등학생이었던 단지는 어디에다가 말도 못하고 당황스럽고 무서운 심정에, 주연과 힘을 합쳐서 아이를 낳기로 합니다.

 

기댈 곳 없는 사람들끼리 힘을 합치기로 합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위험한 내용일지도 모릅니다. 미혼모에, 불법적인 입양이죠. 무거운 소재를 관객들이 부드럽게 받아들이게 만들기 위해 영화는 코미디스러운 톤을 가져갑니다. 그리고 김혜수님이 그 일을 해냅니다. 아주 잘.

 일단 외모에서부터 최고의 여배우라는 설정을 가져가는데 문제가 전혀 없죠. 훨씬 어린 단지 역의 김현수님이나, 남친을 뺏아가는 이선빈씨랑 붙여 놓아도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과하긴 해요 ㅎㅎ

 밝고 높은 톤으로 머릿속에 깡깡 소리가 날 것 처럼 생각없는 캐릭터를 최고로 잘 살려줍니다. 이런 캐릭터는 사실 많긴 합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의 전지현씨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김혜수씨의 태세전환이었습니다. 맘놓고 뻣대면서 소리지르고 자기주장하고 자존심 세우다가도, 덩치 큰 매니저 평구(마동석)가 윽박지르면 바로 주눅들어서 깨갱하는 연기가 예술입니다.

 

밝고 명랑한 연기로는 최고죠

 살짝 선을 넘을 듯 부담스럽다가도 마동석님이랑 티키타카가 되면서 슬픈 강아지 눈을 하고 '내가 뭘 잘못한 건가' 하는 표정을 보면 웃음이 나오고 분위기를 부드럽고 즐겁게 가져갈 수 있는 것 같아서 멋지다고까지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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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판을 벌이고 조용히 수습하는 이야기


 단지가 주연의 집으로 들어와서 같이 살고, 주연이 임신했다고 모두에게 뻥을 치면서, 영화는 판을 점점 크게 벌이기 시작합니다.

 주연은 당연히 소속사 사람들과는 상의도 없이 당당하게 기자들 앞에서 임신했다고 공표를 해버립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사실먼저 말해버린 톱 여배우의 소식은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습니다. 하지만 운이 억세게 좋았는지, 사람들의 시선은 주연에게 용기를 주는 방향으로 작동해서 주연은 광고에 연기 작품에 연이어 상한가를 치게 됩니다.

 

하지만 양갈래는 좀...;

 하지만, 주연은 임신도 하지 않았고, 거짓말을 한 것이었죠. 임신한 것은 단지였고, 이런 사실들은 단지의 친언니, 주연의 주변인물들에게도 새어나가게 됩니다.

 한국에서 많이 인기를 끈 코미디 스타일은 충반까지는 설정에 무리를 두어도 코믹한 분위기로 넘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후반에 진지하게 현실을 이야기할 타이밍이 되면, 앞에서 벌여놓았던 과감한 설정들이 전부 독이 되어서 돌아옵니다. '굿바이 싱글'도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선개그 후신파

 눈코뜰새 없이 바빠진 주연이 단지에게 소홀해지면서, 주연과 단지의 갈등을 시작으로 주연의 거짓임신, 단지의 가족, 이 모든 것들이 터지고 맙니다.

 영화의 후반부 이야기를 정리하는 부분에서 도망치지는 않았다는 점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만들고 망치기까지 한 주연은 적어도 단지에게만큼은 책임을 지려고 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야기의 다른 중심점인 단지의 역할이 상당히 밀려났다는 것입니다. 단지가 겪고 있는 힘든 상황들에 대해서는 시간을 들여서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들은 마지막에 가면 정확하게 해결이 되었다고는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진지할 때는 너무 갈등을 크게 만드는 듯합니다.

 아이의 아버지쪽 이야기나, 단지의 언니, 가족과 관련한 이야기들도 어영부영 끄트머리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결말은 행복한 것 같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연과 단지 두 주인공의 이야기인 경우라서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어내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자주 뵙습니다. ㅎㅎ

 '굿바이 싱글'은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민감한 문제를 중요한 소재로 가져온 영화입니다. 이야기의 진행, 코미디, 감동과 결말에 이르기까지 김혜수씨가 업어다가 캐리하는 영화인 것만 같습니다. 재미있었지만, 추천드리기에는 조금 아쉬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혜수누나는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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