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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슬러 (영화, 2008): 모두에게 공평한 세월과 나이

아뇨, 뚱인데요 2021. 8. 7.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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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슬러 (The Wrestler, 2008)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주연: 미키 루크, 마리사 토메이
서비스: 넷플릭스

 

멋진 포스터입니다.

줄거리: 랜디는 20년전 최고의 프로레슬러였지만, 이제는 추억속의 영웅이다. 프로레슬러로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노쇠한 몸에 무리를 거듭하다보니 건강마저 위협받고 있다. 한계가 온것을 알게 된 랜디는, 은퇴를 생각하고 연을 끊었던 가족을 생각하게 된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저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을 안겨준 사람입니다. 한참 독립영화, 작품영화 본다고 설치던; 시절에 이 감독의 '천년을 흐르는 사랑'을 보러 갔었습니다. 개봉관도 얼마 없어서 아침 조조로 보러 갔었는데요, 영화가 너무너무나 어려웠습니다.


 스토리도 모르겠고, 화면은 막 우주를 날아다니고 뭔소리 하는 건지 영화를 만든건지 수면제를 만든건지 벙 쪄서 배우들이 말을 하면 대사인가보다...하고 있다가 쓸려 나온 기억이 납니다.

 

이런 표정이었습니다.

 레슬러 영화는 현실로 확 내려와서 많은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분명 시끄럽고 바쁜데, 관객들은 자세를 바로잡고 보게 되는 대단한 영화 같습니다.

 

울림이 큰 영화같습니다.
골고루 높은 점수네요

제작비: 6백만 달러
미국수익: 2천 6백만 달러
세계수익: 4천 4백만 달러


 제작비가, 다른 헐리우드 영화의 5분의 1, 10분의 1 수준이네요. 이렇게 만든 사람도, 출연한 사람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TMI>
 제작비가 터무니 없이 적어서 음악을 사다 쓸 수가 없었습니다. 건즈 앤 로지즈의 엑슬 로즈가 자신의 노래 '스위트 차일드 오 마인'의 사용을 무료로 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었다고 합니다.

<TMI 2>
 레슬링 장면에서 랜디(미키 루크)가 면도칼로 이마에 상처를 내는 장면은 실제 칼로 피를 낸 장면이었다 합니다. 프로레슬링에서도 가끔 이런 장면을 연출해 내곤 합니다.

 

면도칼로 째는 장면이 진짜였다네요

<TMI 3>
 감독은 시작단계에서부터 랜디의 역할로 미키 루크를 캐스팅하려 했습니다. 제작사 측에서는 니콜라스 케이지를 원했다고 하네요. 결과는 감독이 원하던 대로 되었습니다.

 

| 지나버린 영광과 초라한 현재


 20년 전 최고의 자리에서 빛났던 프로레슬러 랜디 '더 램' 로빈슨은 이제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레슬링을 보여주는 '한 물 간' 선수가 되었습니다. 두 팔을 양의 뿔처럼 만들어서 탑로프에서 날아오르는 피니쉬 기술로 '더 램'이라는 별명도 있었던 랜디는 이제는 월세조차 내기 힘들어서 그나마 있던 트레일러 하우스에서도 쫓겨날 처지입니다.

 

이 기술이 양머리를 닮았대요

 랜디는 몇푼 안되는 돈이라도 벌면서, 자신이 잘하는 레슬링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씁니다. 상점에서 투잡을 뛰며 성실하게 살려고 하지만, 그나마 번 돈도 레슬링을 하기 위한 약값으로 전부 써버립니다.

 

 꾀죄죄한 때낀 점퍼 하나로 모든 외투를 대신하고, 가족도 엇이 혼자서 레슬링 경기를 따라다니는 랜디의 모습은 최고 자리에서 내려와 초라해진 영웅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늘 같은 옷

 랜디 역할의 미키 루크는 그야말로 랜디와 혼연일체가 되어 연기합니다. 80년대 헐리우드 최고의 섹시스타, 배우였지만, 그는 약, 스캔들, 자기관리의 실패로 전성기를 날려버립니다. 잘생겼을 때 얼굴을 보면 브래들리 쿠퍼의 상위호환같기도 합니다.

 '나인 하프 위크'에서 최고로 치명적인 남자의 매력을 보여주었던 미키 루크는 교통사고와 성형수술로 얼굴마저 망가지면서 최고의 스타에서 한 물 간 배우로 전락하고 말죠.

 

진짜 리즈시절이네요.

 카메라는 시작하고 쭉 랜디의 뒷모습을 비추어 줍니다. 큰 몸집에 경기를 끝나고 지쳐있는 모습과, 월세를 못내서 자기 집에도 못들어가는 장면까지 이어지는 장면을 보고 나서야 카메라는 랜디의 얼굴을 보여줍니다.

 카메라가 대기하고 있다가 주인공을 받아주는 일반적인 '배우대접'이 아니라 초라해진 뒷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하드코어한 경기를 마치고 피칠갑이 되서 링을 자기 힘으로 내려오기조차 힘든 랜디의 모습을, 영화는 최대한 아프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상처가 어떻게 나게 되었는지, 온몸에 묻은 피는 무엇때문인지, 그놈의 링이 무엇이길래 이고생을 하는지 안타가울 정도입니다.

 

나이든 몸이 약을 버티지 못합니다.

 랜디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나이와 약물과용때문에, 그는 경기 후 심장에 문제가 생기고 맙니다. 대수술을 거쳐서 목숨은 건졌지만, 이제 더 이상 레슬링은 할 수 없다는 말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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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어가는 데에는 원인이 없더랍니다


 레슬링의 세계에서 은퇴를 생각한 랜디는, '남들처럼' 생활을 해보려 합니다. 연을 끊고 지냈던 딸과 친하게 지내려고 하고, 클럽에서 일하는 캐시디와 잘 지내보려고 노력해봅니다. 추가 근무를 해서라도 돈도 더 벌어보려고 하구요. 하지만, 일평생을 레슬링으로 살아온 랜디에게 삶의 변화는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더 레슬러'가 다른 '몰락한 영웅' 작품과 다른 점은 주인공이 상당히 멀쩡한 사람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유독 생각이 잡힌 부분이 이점이었습니다. 왜 랜디는 어디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구요.

 

연락이 없던 딸과도 잘 지내보려 애쓰는 랜디

 랜디는 성격이 더럽다거나 폭력적이라서 문제를 일으켰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그랬다는 묘사는 없습니다. 레슬링 동료들에게도 인정을 받고 있고, 오히려 전설이라고 대접을 받는 편에 속합니다. 이웃들하고도 문제 없이 지내고 있죠.

 

 본인이 최고로 잘나갔던 시절을 그리워하지만 그것때문에 현재를 소홀히 하지도 않습니다. 약먹고, 운동하고, 머리염색하고, 태닝하고, 경기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성실하게 사는 사람같습니다.  랜디를 힘들게 하는 일들은, 그가 그에게 큰 원인이 있다고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나이들고 늙은거에요.

 

좋은 인연을 만나서 정착하고 싶은 마음도 보입니다.

 그래서 랜디에게 찾아오는 초라함이 더욱 슬퍼지고 공감이 되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노쇠하고 늙는다는 것은, 누구 하나가 잘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까요.

 랜디는 아쉽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기회 대부분을 날리고, 결국에는 링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경기에 임하는 랜디를 보면, 숙연해지고 서글퍼지는 영화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날아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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