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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쉐프 (영화, 2009): 따듯한 음식으로 위로받는 외로움

아뇨, 뚱인데요 2021. 10. 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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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셰프 (The Chef Of South Polar, 2009)
감독: 오키타 슈이치
주연: 사카이 마사토
서비스: 넷플릭스, SEEZN

 

포스터가 영화를 살리네요


줄거리: 해발 3,800미터, 평균기온 영하 50도의 남극기지에는 연구를 위해 파견된 아저씨 8명이 생활하고 있다. 각자의 능력을 인정받아서 기후와 환경등 연구에는 전문가들인 이들의 식생활을 책임지는 것은 니시무라(사카이 마사토)의 몫이다. 바이러스조차 살 수 없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8명의 남정네들은 소소하지만 즐겁게 살아보려고 한다.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작품들이 영화, 드라마에 많습니다. 분명 재미있기는 한데, 저한테는 너무 과하게 세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반대급부로 순하고 별거 없이 조용한 작품들을 찾아보곤합니다. 양 극단 사이의 미묘한 줄타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남극의 쉐프'는 그 중에서도 조용하고 잔잔한 쪽이 많이 치우친 영화입니다.

 

썰렁~ 한 배경


| 잔잔하고 조용한 개그


 평균기온 영하 54도, 밤에는 영하 70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지역, 남극에도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기후와 환경, 연구를 위해서 남극지기에 파견된 8명의 아저씨들이 그런 사람들입니다.


 빙하학자와 기상학자, 대기학자, 차량담당요원, 통신담당 의료담당 등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은 밖에 나갈 수도 없는 남극기지에서 오손도손, 도란도란 살고 있습니다.

 

다들 일은 잘해요


 이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것은 쉐프 니시무라입니다. 얼어도 먹을 수 있는 음식만 들여올 수
있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니시무라는 매일 다양하게도 대원들을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생선구이, 새우튀김, 주먹밥 등 니시무라가 하는 음식들을 보면 먹거리에 상당히 진심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들 씻는데에는 대충대충이고 수염도 만지지 않는 아저씨들 뿐인데요, 먹는데에는 참 열정적입니다.

 

새우튀김 노래를 부른 결과


 딱히 특별한 사건 없이 먹거리를 주로 보여준다는 면에서는 '리틀 포레스트'와도 비슷한 감정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극의 쉐프가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8명이나 되는 아저씨들이 주인공이라는 것입니다. 배경이 남극기지이다 보니 몇장면 안되는 회상장면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은 나오지도 않습니다.

 

요리보다는 먹는게 참 많이 나옵니다


 제대로 된 라면을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대장도 있고, 소중한 물을 얌체같이 몰래 쓰는 대원도 있습니다. 바람소리만 적막하게 들어가고 배경이라고는 흩날리는 눈 뿐인 이런 극한의 고요한 상황에서 아저씨들은 뜬금없는 썰렁한 개그로 관객들을 웃깁니다.

 

남극에서 야구하겠다고 이런 짓을;


 일본 영화의 개그코드는 취향을 많이 타는 것 같습니다. 웃음이라는 것이 문화적인 특성을 많이 타는 요소인데, 헐리우드에 비해서 일본 영화는 적응이 많이 어려운 것도 같습니다.


 남극의 쉐프를 지배하는 아저씨들의 개그, 조용하다가 툭 던지고 돌아서서 가는 상황, 그러다가 화면이 전환되면서 벌어지는 반전의 개그는 웃음을 굳이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듯 보입니다.

 

취향만 맞으면 비주얼만으로도 빵터집니다


 우리나라의 작품들의 개그, 코미디는 어떻게든 웃기고야 말겠다는 강한 목적을 가지고 몰아치는 스타일입니다. 이와는 정반대의 분위기라서, 같은 웃음이라도 취향을 참 많이 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웃음만큼은 빵빵 터지고 시끌벅적한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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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사람이 그리워지는, 먹먹한 외로움


 니시무라와 동료들이 머무는 남극기지에는 외계인이 나타나지도 않고, 누가 다쳐서 급박한 상황이 벌어지지도 않습니다. 매일 아침 모여서 인사를 나누고, 녹화해 온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서 체조를 따라하고, 일하고, 밥먹고, 자기네끼리 노닥거리는 일상이 반복될 뿐입니다.

 

체조에는 참 열심인 아저씨들


 그러다가 문득, 고향에 두고 온 가족, 연인이 그리워집니다. 집에만 가면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데에서 오는 먹먹함, 물건이나 사진으로만 상대방을 생각할 수 있는 외로움이 영화를 보는 중간에 꽤나 갑자기 툭 하고 등장합니다.

 대학원생인 대원 니얀은 전화로 이별 통보를 받고, 니시무라는 딸아이가 건네줬던 물건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고립된 상황에서 집에 있는 가족들을 그리는 마음은 절절하게 보여지지는 않지만, 영화에서 가장 세게 다가오는 감정이었습니다.

 

불쌍한 대학원생 ㅠ 남극까지 가서도 ㅠ


 저는 특히나 8명이 잘 살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그리워 하는 그 마음이 한편으로는 참 서글프다고 느꼈습니다. 생활을 해야 하고, 오늘도 먹어야 하고, 일을 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가족은 보고싶고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도 듣고 싶고, 그런게 사람 마음이겠지요.

 

따듯한 음식이 참 고마워지는 느낌입니다


 '남극의 쉐프'는 정말 조용하고 한적한 이야기같습니다.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이렇게 감정의 흐름이 단조로운 영화는 드물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지루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작품을 보면서 흐르는 감정이 공감을 얻기 쉬운 편이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일본 아저씨들의 개그는 마음에 쏙 들지는 않네요.

 

밥 장면 참 잘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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