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옥스포드 살인사건 (영화, 2008): 있는 척 뒤에 숨겨놓은 허술함

아뇨, 뚱인데요 2021. 10. 12. 14:45
반응형

옥스포드 살인사건 (The Oxford Murders, 2008)
감독: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주연: 일라이저 우드, 존 허트
서비스: 웨이브 (WAVVE)

 

포스터는 참 멋진데...;


줄거리: 영국 옥스포드로 교환학생을 온 마틴은, 세계적인 석학 아서 셀덤 교수의 강의를 듣고자 미국에서 건너왔다. 기대되는 마음도 잠시, 셀덤 교수의 독설에 마틴은 상처를 입고 유학도 포기하려고 한다. 모든 것을 접으려는 순간, 마틴과 셀덤 교수는 연쇄살인에 연루되게 된다.

 지금처럼 OTT서비스를 통해서 영화를 본다는 개념이 없었을 시절, 어둠의 경로로 옥스포드 살인사건을 보려고 했었습니다.


 전쟁터, 전투 한가운데에서 무언가를 정신없이 적고 있는 병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과연 무슨 이야기일지 궁금했었는데, 초반 5분만 정상이고 깨진 파일인 탓에, 아무것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잊었었습니다. 추억 속의 영화를 다시 찾아봤는데요, 추억은 굳이 꺼내지 않았어야 했나 봅니다.

 

어이쿠 썩토;
관대하네요 이 쪽은;


<TMI>
셀덤 교수의 역할은 마이클 케인, 제레미 아이언스 등 대배우들을 후보로 올린 가운데, 결국 존 허트에게 돌아갔습니다.

<TMI 2>
주연 존 허트 경은 1978년 작인 애니메이션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의 목소리를 연기했습니다. 또 다른 주연 일라이저 우드는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를 연기했습니다.


| 죽을 사람만을 타겟으로 하는 연쇄살인


 오프닝에서 등장했던 전쟁터 한가운데의 병사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었습니다. 그의 저서와 철학에 대해 강의하는 셀덤 교수 (존 허트) 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진실이란 존재하는가'의 철학적인 명제를 수학이 빗대어 풀어나가는 셀덤 교수는 옥스포드 대학교 최고의 석학 중 한명입니다. 

 

최고 석학 아서 셀덤 교수 (존 허트)


 그에게 배우기 위해서 미국 학생 마틴 (일라이저 우드)가 교환학생으로 옥스포드에 오게 됩니다. 불친절한 하숙집, 낯선 환경을 이겨내고 셀덤 교수의 강의를 들으려고 하지만, 일개 학생1에게 셀덤 교수는 독설을 날리고 마틴은 실망하고 맙니다.

 유학이고 뭐고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결심을 한 날, 마틴과 셀덤 교수는 하숙집 주인인 이글턴 부인의 살해 현장을 발견합니다.

 

감히 들이대 보는 마틴 (일라이저 우드)


 다행히도 용의자에 들지는 않았지만, 자존심과 실력에 대한 믿음, 나아가서 진실의 추구에 대한 신념까지 걸린 가운데, 마틴과 셀덤 교수는 범인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둘은 살해된 사람들의 공통점을 통해서 샐덤 교수 주변의 인물, 그 중에서도 시한부이거나 중병을 앓는 사람들이 희생자가 된다는 것을 파악합니다.

 

셀덤 교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연쇄살인이 일어납니다


 세계적인 석학, 수학 교수와 학생이 살인사건에 연루된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수학과 철학을 짬봉시켜서 대사의 양과 수준이 엄청 높은 편입니다. 번역까지 된 내용이다 보니, 살인 사건의 내용보다는 마틴과 셀덤 교수의 논쟁을 따라가기에도 상당히 버거운 편입니다.

 

대사가 너무 어렵습니다 ㅠ


 수사 같은 것도 증거나 단서를 따라가지는 않고, 범인의 동기와 패턴을 파악해서 범인이 믿고 있는 철학을 깨드리려 한다는 느낌이 상당히 많이 들었습니다.

 

728x90

 

| 즉흥적으로 모든 걸 했다는 변명


 하나 둘 씩 희생자는 더해가는 가운데, 셀덤 교수 주변 인물 중 용의자도 등장하고, 추리를 통해서 범인도 밝혀내게 됩니다. 하지만 처음 밝혀진 범인이 진범이 아닐 것이라는 것 정도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마틴은 셀덤 교수가 스치듯 흘리고 간 힌트를 바탕으로 진범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동안 쌓아놓은 철학적, 수학적 논리와 규칙들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반전은 이상합니다.

 

반전이 있기는 한데...이걸 왜 넣은 건지...


 전형적인 탐정물처럼 영화는 진행되고, 진범이 밝혀진 후에는 그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그 설명이라는 것이 참 기운이 빠집니다.

 진범의 동기, 셀덤 교수와 마틴의 수사 방향, 그리고 첫번째 살인인 이글턴 부인의 살해 사건의 상황까지. 지나치게 많은 내용들이 '즉흥적'으로 범인이 대응했다고 설명합니다.

 너무 황당하고 억울해서 진범의 행동을 다시 돌려가며 봤는데요, 다 임기응변이었대요. 첫번째 살인사건에서도 임기응변으로 대응한 거고, 살해 동기도 계획된 것이 아니고 대화 하다가 얻은 거고;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게 된 사건도 우연히 일어난 사건에 즉흥대응한 거라 합니다.

 

 무엇보다도 트릭이나 결정적인 수수께끼같은 것도 없다보니 정통 추리물일 것이라는 관객의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작품을 본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니까...전부 임기응변이었다고?


 철학과 진실에 대한 탐구라는 큰 그림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면, 범인을 찾아나서는 살인사건의 형식을 띄면 안됐을 것 같습니다. 작품을 보고, 많은 관객들이 심하게 배신감을 느낄 것만 같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