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간도의 우울함과 디파티드의 무심함

아뇨, 뚱인데요 2021. 1. 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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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도 (Infernal Affairs, 2002)

감독: 유위강, 맥조휘

주연: 유덕화, 양조위

홍콩영화의 마지막 불꽃

 

 

디파티드 (The Departed, 2006)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

아카데미 4관왕이나 했으니 선방한 셈

간단소개: 경찰에 잠입한 조직의 스파이와 조직에 잠입한 경찰의 스파이. 조직을 조여오는 경찰의 수사 속에서, 그들은 자신의 조직을 도우면서도 생존을 위해 서로를 찾아내야만 한다.

 

글에는 영화의 스포가 있으며, 감상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영웅본색으로 대표되는 90년대 홍콩 액션영화는 남자들의 의리, 의협심 등 멋진 말로 표현될 수 있겠습니다. 간지와 의리에 살고죽던 주윤발 형님과 오우삼 감독이 헐리우드로 떠나가시고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고 나서는 홍콩 액션영화는 그 생기를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주인공은 광둥어로 이야기하고 엄연히 홍콩영화라고 할 수 있지요.)

나라가 없어지는 사람과 사회의 분위기 '중경삼림'

 그런 사회적 분위기는 무간도와 같은 홍콩의 새로운 누아르영화에 반영되어 나타났습니다. 음울하고, 허망하면서 권선징악따위 없는 이야기와 그런 분위기의 영화입니다. 이런 명작 무간도를 헐리우드에서 가져가서 리메이크를 했는데,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까지 탔지만, 제가 보기엔 명작의 이름에 먹칠을 한 것 같았습니다.

 

| 감상 하나, 양조위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무간도를 이야기하면서 양조위를 가장 먼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무간도에서 양조위는 영화의 시작에서 이미 첩자 짓을 10년동안 하고 있었습니다. 지치고 피폐해진 모습에 그나마 남아있던 경찰로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공감가는 표정으로 잘 보여줍니다. 영구차에 혼자 경례하는 그의 표정을 보면, 영화 시작하고 5분도 되지 않아 그의 감정에 이입하게 됩니다.

너무나 지쳐버린

 반면에 디파티드의 레오는 처지는 같은데 밖으로 발산하는 듯한 연기를 합니다. 겉으로는 훨씬 폭력적이고 불안함과 초조함을 마구 드러냅니다. 영화 속 그의 상황도 첩자를 막 시작하는 시점이라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저렇게 막 행동하면 걸리지 않을까'라고 느껴질 정도이지요. 영화에서 레오는 정말 많이 아파하고 그런 감정을 여과없이 표출합니다. 아파하는 연기는 헐리웃 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크랜베리 주스가 어때서!!

 두 영화를 대표해서 비교할 거리가 두 주인공의 연기로 대표할 수 있으며, 양쪽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봅니다. (다른 많은 요소와는 달리)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해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간도가 건조하고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가며 피폐해지는 양조위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면, 디파티드는 그런 감정을 '스트레스'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많이 거칠고 밖에서부터 무너져내리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색감이나 분위기는 많이 밝아지고, 인물도 많아지면서 관계나 서브플롯, 곁가지 이야기들도 풍부합니다. 하지만 무간도가 제목에서부터 드러내고 싶어했던 영원히 끝나지 않는 지옥같은 불안한 상황은 디파티드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제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누아르 영화라 하기엔 분위기가 지나치게 밝습니다. 화면만 봐서는 코믹활극같은 분위기가 납니다. 

자, 우리함께 범인을 잡으러 갈까요

 

 

| 감상 둘, 무간도의 동질감과 디파티드의 무심함

 이런 두 영화의 분위기 차이는 이야기의 마무리에서 심하게 드러납니다. 

무간도에서 두 주인공은 여러번 서로를 지나치며 만납니다.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한 적도 있지요. 그런 장면이 쌓이면서 마지막에 양조위가 자신의 눈 앞에서 죽음을 맞이하자, 유덕화는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죽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양조위를 쏜 사람을 응징하는 것, 그가 죽고나서도 그의 훈장을 추천하는 것 모두를 깊이 이해할 수 있지요. 

화면은 살짝 촌스럽지만, 어떤 감정인지 확 공감되는 모습

 하지만 헐리우드에서 이런 감정은 공감하기 힘들었던 것인지, 잘 안팔릴 것이라고 생각한 건지, 모두 다 삭제되었습니다. 덕분에 마지막에 맷 데이먼이 레오를 쏜 사람을 죽이는 장면은 감정없이 그냥 귀찮아서 죽이는 것처럼 보이게 되고, 맷 데이먼 역의 콜린 캐릭터는 큰 이유도 없이 사람 쏴죽이는 나쁜놈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별로였는데 '그레이트 월'에서 그걸 갱신합니다

 헐리우드에서는 또 이런 거 용납할 수 없지요. 주요 등장인물이 사람을 막 쏴죽이는데 벌도 받지 않고 끝낼 수는 없으니, 중간부터 역할없이 사라졌던 마크 월버그를 뜬금없이 등장시켜서 처리하게 합니다. 이러면... 안됐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도 다른 많은 예술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이해하려면 영화를 둘러싼 사회,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봅니다. 디파티드는 무간도의 소재를 가져갔지만 무간도를 만든 사람과 사회의 분위기, 그들이 느끼는 것에 공감하지 못하고 만들어진 리메이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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