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히트 (The Heat, 2013)
감독: 폴 페이그
주연: 멜리사 맥카시, 산드라 블록

간단소개: FBI요원 사라(샌드라 블록)은 전형적인 우등생 스타일로, 실력은 뛰어나지만 주변 동료들에게 무시를 당한다. 그녀는 마약 수사를 위해 수사를 하던 중, 지역 경찰 섀넌(멜리사 맥카시)과 엮여서 공조수사를 하게 된다. 섀넌은 사라와는 정반대의 성격으로 사사건건 부딪히며 트러블을 일으킨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았던 영화입니다. 이번에 넷플릭스를 뒤지다가 있길래 한번 더 봤습니다. 생각하지 않고 봐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없고, 딴짓하다가 봐도 재미있게 잘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로튼토마토 65%, 관객점수 71% 입니다. 나쁘지 않네요.
글에는 영화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 멘탈 갑, 즐거운 배우들의 힘
영화는 두 여자 요원들의 버디무비입니다. 둘이 합을 이뤄서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협력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사건이 무엇인지는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두번째 보면서도 악당이 누구였는지 생각하면서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배우들의 연기, 개인기가 영화를 가득 채웁니다.

산드라 블록이 연기하는 사라 애쉬번은 고등학교때부터 친구없고 공부만 하는 범생의 전형입니다. FBI로서의 능력은 출중한데, 잘난척하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 재수없는 이미지입니다. 영화에서 산드라 블록이 맡은 새라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캐릭터입니다.
멜리사 맥카시의 섀넌이 앞장서서 욕하고 몸을 쓰면서 웃음을 폭발시키는 스트라이커 역할이라면, 산드라 블록의 사라는 그 뒤에서 리액션을 주로 담당합니다. 섀넌이 무한도전의 명수형이면, 사라는 그 옆에서 열심히 만들고 당해주는 유재석님 정도 될 것 같네요.
섀넌이 치는 개그 리액션도 해주고, 수사관으로서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중심도 맡아야 하고, 자기 캐릭터의 치졸한 성격도 살리면서 틈틈히 개그도 넣어야 합니다. 섀넌처럼 마구 욕하고 정신없이 들이대면 좋으련만, 이 캐릭터는 범생에 함부로 나대지도 못합니다. 전에 없던 성격은 아니지만, 이 모든걸 한번에 하려면 관록이 필요할 것입니다.

산드라 블록 누님이 정말 열심히 닦아주고 받쳐주고 있습니다. 경력을 더할수록 연기폭이 엄청나게 넓어지는 대단한 분임에 틀림없습니다.
여담으로 산드라 블록은 아카데미 상의 반대격, 최악의 영화상인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이 결정되자, 무려 직접 시상식에 참석해서 영화 DVD를 뿌리고 상도 받아갔습니다. (2010, 올 어바웃 스티브)
그리고는 바로 다음날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참석해서 여우주연상도 타갔습니다. 멘탈만큼 실력도 대단합니다.

산드라 블록의 맞은편에는 멜리사 맥카시가 있는데요, 이 누나도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 강력한 분이지요.
| 불편한 듯 하다가 웃기는 미국식 개그
멜리사 맥카시의 섀넌은 여성인데 덩치도 있고, 지저분한 스타일에 성격까지 더러운 형사로, 걸쭉한 미국식 개그를 전천후에서 터드립니다.

욕은 기본으로 장착하고 상대방의 약점을 마구 후벼파면서 조롱을 합니다.
극 중에 색소결핍인 백인 형사에게 '밀가루 포대랑 ㄸ치다가 온 놈'이라고 드립을 던지는 식입니다.
이게 영화를 보다가 처음 확 들으면 굉장히 불편한데, 영화가 섀넌의 캐릭터를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선언합니다. '우리 원래 이런 영화임'이라고요. 서로 난무하는 육두문자 드립을 보다보면 피식하게 되고, 어느순간은 드립의 참신함에 낄낄대게 됩니다.

섀넌이 사라의 옷차림이나 사라의 집에다 대고 치는 욕을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푸하 하고 웃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종교까지 웃음의 소재로 삼는 것을 보고, 정말 거침없이
모두까기로 걸리면 다 갈아버리는 구나 하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할 일은 제대로 하면서 웃긴다는게 포인트
이렇게 '웃긴다', '코미디'에만 신경을 쓰다가 밋밋하고 구려지는 패턴의 영화를 많이 겪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믹활극'이라는 수식어로 많이 제작된 영화들이지요. 배우들이 몸개그는 열심히 하는데, 영화의 중심 이야기는 신경을 쓰지
않게 때문에 중간 넘어가면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어지게 됩니다.

더 히트의 장점은 형사와 요원이 할일을 철저히 하기 때문에 답답하지 않게 즐길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섀넌은 말만 폭력적이고 민폐만 끼치면 화가 날텐데, 남자 둘 정도는 박치기까지 해가며 제압을 해버리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남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수사를 할 능력이 된다는 것이죠.
사라도 좀 재수가 없어서 그렇지 수사 진행은 팍팍 잘 합니다. 둘이 힘을 합쳐서 용의자로부터 증거인 담배를 확보하는 것을 보면 서로의 케미가 제대로 맞으면 재미있겠다는 기대를 품게 합니다.
우여곡절, 우당탕탕을 거쳐서 사라와 섀넌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서 제대로 힘을 합치게 됩니다. 한번 제대로 썰울 풀고 액션을 채워주고 싶지만, 조금 아쉽게 끝나는 감이 없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나이도 있고 하다보니 제대로 된 총기 액션이나 무술을 구사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사라가 다리 부상으로 뛰지 못한다는 설정 등을 추가해서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큰 액션없이 지나갑니다.
진자하거나 의미를 추구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시간이 좀 뜰 때 부담감 없이, 많이 집중하지 않고 슥슥 볼 수 있는
영화를 찾으신다면 추천드리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