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2019): 놀라고 웃기는 이정현의 재기발랄한 잔혹극 (결말 쿠키 포함)

아뇨, 뚱인데요 2021. 2. 22.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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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않는 인간들의 밤(Night of the Undead)
감독: 신정원
주연: 이정현, 김성호, 서영희  

 

 

배우와 캐릭터가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간단소개: 소희(이정현)은 남편 만길(김성오)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을 하고 닥터 장(양동근)에게 의뢰하여 증거를 잡으려 한다. 닥터 장은 만길을 미행하여 바람을 피운다는 건 물론이요, 남편이 지구인이 아닐 것 같다는 사실마저 소희에게 알려준다.

 죽지않은 인간들의 밤은 '시실리 2km'를 만든 신정원 감독의 2019년 작품입니다. 차우, 점쟁이들같은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감독님은 같은 이야기를 그려도 미스터리하고 무언가 숨겨진 위험한 비밀 이야기를 즐기는 것 같습니다.


 이번엔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는데, 시실리 2km 처럼 웃긴데 무섭고 깜작놀라는 영화가 나왔습니다.
(현재 넷플릭스 서비스)

 

오중이형은 여기서 죽어도 안죽습니다.(비슷)

 

 

글에는 영화에 대한 중요한 내용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주의!!!)


| 배우들의 황금같은 연기와 코미디가 어루어진 초반

 

 가장 대단하다고 느낀 점은 배우들의 연기였습니다. 누구 한명 아쉬운 연기를 하는 분이 없습니다.

 바람을 피우는 것 같은 남편을 의심하는 소희(이정현)는 닥터 장에게 미행을 의뢰했다가 남편이 외계인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습니다. 물론 바람도 피우고 있었구요. 소희는 동창 세라(서영희)와 양선(이미도)와 힘을 합쳐 만길을 응징하려고 하고 남편 만길은 그 나름대로 방해가 되는 아내 소희를 없애고 싶어했습니다.


 결국 서로가 살의를 갖고 있지만 그걸 숨긴 채 서로 죽이려고 하지만, 뜻대로 죽어주는 사람은 없는 코미디가 펼쳐집니다.

 

이젠 좀 죽어라!! 라고 말하는 듯

 

 

 소희는 세라와 양선과 함께 남편을 죽이려고 하는데, 남편은 외계인이라 지구인의 상식으로는 죽이지를 못합니다. 서로 최대한 증인과 증거를 남기지 않고 죽이고 치우려고 하는데 맘대로 안되니 죽을 맛이죠. 구경하는 관객들은 끔찍한데 웃기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치정극에 외계인을 더하니 상당히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과 대사가 많은데, 배우들이 연기로 이 상황을 설득합니다. 이정현님은 구두에 흙 한번 안 뭍힐 것 같은 유약한 캐릭터에서 시작해서 남편을 죽이려고 과감한 행동을 하는 변화무쌍한 인물을 제대로 연기합니다.

 

시작은 미약하되 끝은 살벌합니다.

 

 

 소희와 만길의 단선적인 이야기는 바람피운 자기 남친을 찾아 난입하는 양선(이미도)가 끼어들면서 급격하게 요동칩니다. 이미도님은 자기 남친을 죽이고 싶은데 그럴만한 배짱이 없는 인물이 사고에 휩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정말 잘 표현하십니다. 보고 있자면 관객들도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무서워 해야 할지 어리둥절 하면서도 그녀의 표정과 감정에 휩쓸려갑니다. 

 

즐거워야 되는데 도저히 웃을 수가 없어서 관객은 웃김 ㅎㅎ

 

 

 영화는 바람피우는 외계인 남편과 그의 뒤를 캐는 탐정, 남편을 죽이려는 아내와 친구들이 어우러진 한편의 블랙코미디같이 흘러갑니다. 어설프게 외계인을 색출하는 정부기관까지 끼어들게 되고 남편 만길의 외계인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다가 단체로 변을 당하는 우르르 널브러져 있는 부분에 와서는 놀라고 웃기고의 정점을 찍습니다.

 

 

| 전혀 다른 영화가 되어버리는 절정과 결말


 소희와 세라, 양선은 남편과 친구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조용히 묻으려 했지만, 외계인들이 소희의 뜻대로 죽지 않으면서 작전에 실패합니다. 만길은 소희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 하다가, 결국 살의를 드러내면서 소희 일행을 죽이려 합니다.

 

이렇게 쉽게 죽을리가...

 

 

 블랙코미디의 색깔을 띄고 상황 속에서 웃음을 주려던 영화는 이때부터 갑자기 미스터리 스릴러로 방향을 급선회합니다. 만길은 홀로 살인마가 되어 소희 일행을 죽이려 달려들고, 소희는 첩첩산중 시골을 뛰어서 달아납니다.

 서로 테이블 밑에서 칼과 독약으로 티안나게 죽이려고 하는 눈치싸움에서 갑자기 주인공이 살인마가 되더니, 나중에는 외계인을 쫓는 정부기관 요원들과 만길이 격투까지 벌입니다.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건 갑자기 새로운 영화를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갑자기 분위기 매트릭스

 

 

 영화가 중간에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지요. 물론 가능합니다. 그런데 충분히 관객을 설득한다거나 시그널을 보여주거나 하는 것도 없이 만길이 운전하는 차가 뒤집어지더니 영화까지 뒤집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영화는 초반 코미디 영화로서 노선을 확실하게 보여줬습니다.

 영화 초반에 죽여도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인간 닥터 장(양동근)이나, 총기를 들고 다른 사람의 아파트에 쳐들어 오는
양선(이미도)이라던가, 푸른 피를 흘리며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만길의 친구들, 그들을 대하는 경찰의 태도에서 드러나듯이, 영화는 어느정도 인물에게 영화적인 자유를 허용하는 코미디였습니다.

 

이때까지는 잔혹 블랙코미디

 

 

 그러다가 갑자기 어색한 CG를 동원하며 격투를 보여주고, 제대로 된 복선조차 없이 닥터장이 개발한 주사 한방으로 외계인을 제압하는 모습은 이야기의 마무리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끝내는 듯한 인상을 보였습니다.


 제대로 된 해결책 하나를 제시하지 못하던 닥터장이 외계인을 한방에 죽이는 약물을 만들어서 들고다녔다고 하는 설정은 믿고 공감하기에는 조금 힘들었습니다.

 

어설프고 어색한데 뭔가 아는듯 모르는듯 하는 연기 최고 ㅠ

 

 

 그렇게 외계인 이야기만 하다가 만길이 리타이어 되고 나니, 바람을 피우는 남편에 대한 아내들의 이야기는 공중에 붕 떠버립니다. 세라(서영희)님은 식칼들고 나와서 자신의 이야기는 해보지도 못하고 끝났죠. 아무도 그녀가 남편을 진짜 죽였는지, 그녀의 생각이나 사연은 중반 이후로는 궁금해하지도 않습니다. 양선(이미도)도 초반에는 엄청 중요한 이야기의 분기점을 마련해줬지만, 결국 애꿎은 남자친구를 의심만 한 민폐가 되어버렸지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빛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장점이 있는 영화지만, 중반 이후로 갈 길을 확실히 잡지 못해서 확실한 결론을 가져가지 못한 영화로 보였습니다. 재미있고 유쾌한 초반이어서 더욱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덧> 영화 본편이 다 끝나고 난 후, 소희(이정현)의 정체를 밝히는 듯한 쿠키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정현 머리에서 난 피는 붉은색이었습니다. 그냥 나가기는 서운할까봐 재미있으라고 넣으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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