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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두산 (2019): 진지할 생각이 없는데 어떻게 공감을 하나요

아뇨, 뚱인데요 2021. 2. 1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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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Ashfall, 2019)
감독: 이해준, 김병서
주연: 이병헌, 하정우

 

포스터만 보면 엄청난 재난영화

간단소개: 백두산이 갑자기 폭발하면서 한반도가 재난상황이 된다. 남한에서는 백두산의 대폭발을 막기 위해 핵폭탄을 터트려 마그마를 피해없이 방출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 작전을 위해 남한의 폭탄전문가 조인창(하정우)과 그의 팀이 북한으로 잡입한다.

 돈내고는 도저히 보기 아까워서 기다리다가 설연휴 마지막날에 봤습니다. 우선, 더록 아마겟돈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기가 차다 싶을 정도로 똑같은 장면과 아이디어가 많지만, 이미 수없이 많은 분들이 찍먹부터 시작해서 씹고 뜯고 맛보고 밟고 가신 다음이기에, 저의 느낌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글에는 영화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 힘을 너무 많이 뺀 특수부대

 백두산이 최종적으로 대폭발을 일으키기 전에 막기 위해서 남한의 수뇌부는 마그마를 한쪽으로 흘려보낼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북한의 핵폭탄을 훔쳐다가 광산 갱도에 넣고 터뜨려서요. 그걸 하기 위해서 남한의 특수부대가 북한으로 침투합니다.


 하정우가 맡은 조인창은 특수부대 중 폭탄 해체만 전문적으로 했던 부대의 대장입니다. 그들은 이중간첩인 리준평을 북한 감옥에서 추출, 섭외하여 폭탄과 북한지형정보를 얻으려 합니다. 이병헌의 연기는 정말 발군입니다. 연기로는 정말 이병헌에 나쁜 소리를 할 수가 없습니다.

 

총쏘는 장면 딱 보고, 훈련 많이 받았구나 느꼈습니다.

 과학적으로 말이 된다, 안된다. 핵폭탄 한방으로 활화산을 잠재우는게 말이 되나, 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거기까지는 잘 모르거니와 이런 설정은 영화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 있는 범주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 특수부대라는 분들이 전혀 진지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장갑차 천장에 고무탄 쏠 때 느꼈습니다. '시작됐구나' 실전경험이 없으니 전투가 서툰 건 그렇다 치고, 왜 열심히 안 하는 건가요. 조종간 안전, 단발 이런 개념도 없으면, 군인으로 살기 힘들텐데요.

 리준평을 만난 후부터 한술 더 떠서 하정우네 부대는 주구장창 개그만 칩니다. '독수리 오형제'부터 이병헌 명령에 복창하는 부대원이 있지 않나, 상황으로 웃기거나 긴장된 사건 사이에 쉬어가는 타이밍을 잡거나 하는게 아니라 뜬금없이 말한마디 툭 던지는 걸로 웃기려고 하고.

 

 제일 안 좋은건 얼굴로 웃기려고 한다는 겁니다. 언뜻 보면 북한으로 잠입한 특수부대 같지 않고 여행사 예약해서 중국 어디로 여행가는 중인가 하는 느낌도 듭니다.

 

살아있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사실 하정우랑 이병헌은 그냥 붙여만 놔도 웃깁니다. 둘이 맘먹고 이빨대전 펼쳐보라고 하고 카메라만 돌려도 개그분량은 충분히 뽑았을 것 같습니다. 근데 왜 이런 연기 선수들한테 몸개그랑 얼굴개그를 시키는 건데요.

 

 솔직히, 하정우가 북한에서 아내(배수지) 전화받고 어버버 하는 부분에서는 저도 모르게 웃었습니다. 재미있잖아요, 북한에 말 안하고 침투했는데 아내한테 금방 끝내고 갈게 화내지마, 이렇게 말하는거. 끌려다닐듯 끌어올듯 액션과 리액션을 전후좌우 왔다갔다 하는데에는 하정우 배우가 최고 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그런 장면은 많이 없고 그냥 바보라서 문제지요.

 

대한민국 영화계 티키타카 투탑

 

 

| 액션 영화인데 적이 없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상당히 복잡하지요. 이건 사실이니까요. 이런 현실을 영화속에 반영할 수도 있습니다. 어디 한 나라 아군이라고 할 만한 나라가 없는 상황이 영화속에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화산터지는 와중에 열심히 개그하는 콤비가 핵탄두 훔치러 가는 액션 재난영화에서 이런 국제정세를 엄하게 갖다 쓰려고 하니, 우리 특수부대가 누구를 상대하면서 작전을 펼쳐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합니다.

 

적이었다가 힘을 합쳤다가 뒤통수 쳤다가 ... 무한반복

 일단, 지키는 액션은 아닙니다. 우리가 북한에 침투해서 북한 폭탄을 훔치는 설정이니까요. 전쟁이 아니니까 북한군을 막 쏴죽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군은 실탄 쏘는데 우리는 고무탄 전기탄 쏘고 다닙니다.


 미국은 당연히 우리 우방이니까 속으로는 열받고, 꺼지라고 욕도 할 수 있지만 우리 쪽에서 적으로 대할 순 없지요. 이렇게 되면 폼나게 총들고 액션장면은 펼쳐지는데, 적, 상대방에 대한 개념이 서질 않습니다. 누가 적군이고 어떻게 제압한다, 아니면 이번 작전에선 폭탄을 사수하며 이쪽으로 탈출한다. 이런 개념이 명확히 서술이 안됩니다.

 

 총을 쏘면 쏘는갑다. 이번엔 북한군 다음엔 미군, 다음엔 중국범죄조직. 일단 싸우다가 적이 정해지는 기묘한 액션장면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고생은 죽어라 하는데, 어떤 작전인거죠?

| 허공을 날아가는 가벼운 이야기

 백두산은 액션과 재난영화를 퓨전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하정우와 이병현이 액션을 한고, 남한쪽에서는 배수지와 마동석이 재난속 사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액션은 앞에서 말한대로 힘을 너무 뺐다면, 재난영화쪽은 액션 쪽에 많이 시간을 떼어준 나머지 많은 인간 군상을 다루기엔 시간도 깊이도 모자랍니다.

 주연급인 마동석만 재난이 덮친 사회 속 사람을 빗대서 대사를 하고 행동할 뿐, 재난 속을 살아가는 다른 어떤 솔직한 사람들의 모습도 부족한 편입니다. 주연급을 제외하고 사람들, 사회의 모습을 묘사하기엔 너무 바빴던 것 같습니다. 재난을 당한 남한사회를 그릴 시간조차 모자란 와중에 마동석마저 열심히 외국인 개그나 말장난을 합니다. 근데 이 개그가 보다보면 웃겨서 참, 보는 저에게 화가 났습니다.

 

영어하다 한국어 할 때 나도 모르게 빵터짐 ㅠ 아 존심상해

 결국 대폭발을 코앞에 두고 하정우와 이병헌은 핵폭탄을 터뜨리기 위해 백두산으로 향합니다. 주인공 두 명이 가족을 위해 희생을 결심하는 멋진 장면인데 도저히 슬플 기분이 안납니다. 그동안 쌓인 감정선이나 스토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둘이 개그친거 말고 믿고 의지한 적도 없고, 작전에 진지하게 임한적도 없지요.


 하정우는 계숙 궁시렁대고, 이병헌은 틈만나면 뒤통수치려고 하고요. 조금만 더 인물의 감정선에 신경써줬더라면, 연기력만으로도 사람들이 엄숙하고 감동적으로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병헌 캐릭터는 생각할수록 아쉽네요

 백두산의 CG와 제작을 맡은 덱스터 픽쳐스는 비록 백두산에서 삐끗했지만, 승리호로 약점을 멋지게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상한가를 쳤습니다.  사실 CG만 보면 살짝씩 어색한 점이 보이긴 하지만 제작비 대비 엄청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두산도 아쉬운 점이 많긴 하지만, 또 그렇다고 나쁜 영화는 아닙니다. 좋게 본다면 언제 어떤 분위기에서라도 나오면 틀어놓고 볼 수 있고,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액션활극 영화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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