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가 큰 결정을 해야해(The Wedding Year, 2019)
감독: 로버트 루케틱
주연: 사라 힐랜드, 타일러 제임스 윌리엄스
간략소개: 포토그래퍼를 꿈꾸며 작은 부티크에서 일하는 마라(사라 힐랜드)는 남자친구 제이크(타일러 제임스 윌리엄스)와 즐거운 사랑을 하고 있다. 마라와 제이크의 친구들이 한꺼번에 결혼을 하게 된다는 소식을 전해오고 그들은 결혼식 참석여행을 다니게 된다.
제목만 보면 독립영화나 일본영화같은 제목입니다.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가 생각나는 느낌이죠. '금발이 너무해'의 로버트 루케틱이 감독을 맡았고 미국 시트콤 '모던 패밀리'의 말썽쟁이 첫째딸 사라 힐랜드, '에브리바디 헤이츠 크리스'(크리스는 괴로워)의 타일러 제임스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막 익숙한 얼굴과 이름들이 나옵니다.
영화는 헐리우드산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영어 제목이 'The Wedding Year'인데요, 친구들이 한꺼번에 결혼을 하게 되는 한 해를 맞이한 주인공들의 처지를 보여줍니다. 번역된 제목은 영화의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로튼 토마토는 44%로 아쉬운 점수입니다. 저는 재미있었어요.
| 과하지 않은 코미디
마라(사라 힐랜드)는 제이크와 평범한 연애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딱히 결혼생각이 없는 그들에게 친구들이 우르르 결혼을 한다고 청첩장을 보내옵니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결혼 할때만 아는 척을 하는 것은 여기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미국같이 큰 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의 결혼식을 참석하려면 축의금 말고도 많은 돈이 드나봅니다. 마라와 제이크는 고르고 골라 선택한 7개의 결혼식에만 참석하기로 하고 일종의 '결혼식 여행'을 다니게 됩니다.
영화는 마라와 제이크의 결혼식 참석기를 보여주면서 불필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깔금한 코미디를 보여줍니다. 마라가 회사에서 어떤 사람인지 설명을 해주기는 하지만 결혼식 여행이 시작된 이후로는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만 집중해서 나옵니다. 좋은 선택과 집중이었다고 봅니다.
영화는 반나절 정도 참석하는 결혼식에서 한걸음 더 들어가서 결혼식에서 느끼는 사람들의 감정, 결혼식에서 있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잘 보여줍니다.
알지도 못한 친구의 동창이랑 축하한다고 말섞고 어색돋는 분위기를 겪기도 합니다. 신부 친구들 중에 예쁜 사람이 없나 찾아나서는 금사빠들의 대향연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사고가 터져서 망하는 결혼식도 있고, 결혼식을 망치는 주인공이 하필이면 내가 될수도 있구요. 이런 사건 사고들이 다양하게 펼쳐지는 결혼식의 모습을 과하지 않은 코미디로 재미있게 풀어줍니다.
주연배우 두명이 시트콤으로 다져진 사람들이라 그런지 이소리 저소리 아무말 대잔치 장면이나 황당한 상황을 바라보는 리액션이 좋습니다. 기분이 나쁜 상황인지 웃어넘길 상황인지 주인공의 표정을 보고 판단하게 됩니다. 적당히 야하기도 하고 적당히 웃음짓게 하는 기분좋은 결혼식 에피소드를 보여줍니다.
| 누구나 생각하는 결혼고민
7번의 결혼식 참가여행 중, 마라 커플은 제이크의 형 결혼식에 갔다가 제이크 부모님, 가족의 부담스러운 친절과 관심에 힘들어 하고 갈등합니다. 결혼이라는 것은 어느나라에서나 당사자끼리의 결합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일입니다. 이미 가치관이 굳어진 사람들끼리 완전 다른 세상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쉬운일도 아닐뿐더러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화면으로 봐도 울렁거리는 일입니다.
결국 마라와 제이크는 크게 갈등합니다. 제이크네 가족으로 문제가 드러난 것이지만, 결국 문제는 마라와 제이크 둘의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였습니다. 사랑이야기의 갈등이라는 것은 많은 경우 서로의 마음에 대한 내용이고, 마음만 고쳐먹으면 해결되는 간단한 구조인 경우가 많습니다. 마라와 제이크의 갈등도 깊이보다는 공감의 넓이에 기대는 것 같습니다.
결혼이라는 것이 앞으로 쭉 나의 삶을 바꿀 선택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충분한 생각이 필요하고, 그걸 상대방과 솔직하게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과정의 끝이 늘 좋게 끝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과정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가볍고 즐거운 사랑영화
마라와 제이크의 사랑이야기는 단순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할만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저는 두 주인공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둘은 가난하지만 구차하지 않습니다. 월급쟁이의 입장에서 여유가 없어서 비싼 옷을 사지 못하고 좋은 음식을 먹으려면 고민을 해야 하지만, 우울해하거나 경제적 문제가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이지요.
마라와 제이크의 사랑이야기는 기깊은 고민과 생각이 필요한 내용은 아닙니다. 둘은 갈등을 겪지만 다시 그리워할 때쯤 되면 서로를 그리워합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라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WAVVE에서 이제 막 풀려서요, 시간에 여유있고 소소하게 즐거운 영화를 보고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