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물리학 (By Quantum Physics: A Nightlife Venture , 2019)
감독: 이성태
주연: 박해수, 서예지
간단소개: 유흥업계에 일가견이 있는 이찬우(박해수)는 투자를 받고 인재를 모아 자신만의 클럽을 제대로 펼쳐보이려 한다. 손님이 마약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찬우는 언론사 지인을 통해 처리하려 하고, 검찰과 배후까지 엮이면서 일이 커진다.
제목, 포스터만 보고 섣불리 영화를 판단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주연배우 이름값으로 관객을 현혹하고 어설픈 만듦새에 비웃음이 나오는 영화...주로 헐리우드에서 전성기가 비껴간 배우들에게 많이 낚이곤 합니다. 최근에 딱 이 톤의 포스터와 유명한 주연배우를 이용한 '리얼' 과 너무 비슷한 톤이고 뉴스를 장식했던 '버닝썬 사건'을 이용해서 치고 빠지려는 영화 아닌가 의심도 갔습니다.
감상하고 나니 오히려 양자물리학은 앞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손해를 본 영화였습니다.
'양자물리학'은 신경써서 만들어진 영화였습니다.
| 자기가 원하는 걸 아는 주체적 캐릭터
잘나가는 유흥계 신예 찬우(박해수)는 본격적으로 자기 사업을 크게 벌이려고 합니다. 투자도 쎄게 받고 업계전문가 은영(서에지) 를 리크루트하여 클럽을 오픈하였습니다.
이제 뭘 좀 해보려나 싶은데 골치아픈 진상 손님들이 말썽을 피웁니다. 찬우는 실력도 있어서 웬만한 개진상들은 눈하나 깜짝않고 넉살좋게 받아 넘깁니다. 하지만 자기 클럽에서 약쟁이들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찬우는 언론사 지인 기헌(김상호)를 통해서 이들을 처리하려고 합니다.
마약을 하던 손님 중 거물 백영감(변희봉)의 아들내미가 있었고, 어둠 속 권력자인 백영감의 약점을 잡게 된 언론, 검찰이 달려들고 해수는 이들의 목표물이 됩니다.
양자물리학에서 좋았던 점은 주연은 물론이고 조연들도 각자의 사연과 목적을 확실히 갖고 움직인다는 점이었습니다. 맹목적으로 누군가 자기를 구해주기를 기다린다거나 아무 생각없이 행동하는 캐릭터가 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선택을 하기에 이해가 빨리 됩니다.
투자꾼 갑택(김응수)는 자신의 돈을 쫓다가 검찰이 자신을 조여오자 자기의 생존을 위해서 백영감의 아들도 넘기고 찬우를 위기에 빠뜨립니다.
성은영(서예지)도 오해가 있을지언정 아버지의 복수라는 자신의 목적을 확실히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정보를 팔고
위험에 처합니다.
검사쪽 사람들도 그들을 최대한 털어서; 자기 잇속을 채우려고 합니다. 철저하게 자기 이익에 맞춰서 움직이는 캐릭터들입니다. 이들의 목적을 향한 선이 겹치고 성격에 따라 반응하면서 갈등이 일어나고 사건이 벌어집니다. 감독이 정해놓은 길만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고(물론, 그게 사실이긴 해도) 캐릭터가 살아 남으려고 마구 휘젓고 열심히 돌아다니기 때문에, 예측이 힘들고 그것때문에 재미가 있습니다.
| 머리가 팽팽돌고 능력도 있는 주인공
양자물리학의 가장 큰 장점은 주인공들이 정말 보기에 좋다는 것입니다. 박해수님은 훤칠하고 잘생긴 외모에 더해서 표정이나 웃음도 정말 멋있습니다.
영화 초반부터 보여지는 클럽에서 진상들을 상대하는 장면에서 보여지듯 멘탈도 강하고 언변도 뛰어납니다. 무엇보다도 즉각적인 상황대처능력이 좋습니다. 정신없이 말을 쏟아내면서 사람을 홀리는 장면도 여러번 나오는데, 배우가 정말 청산유수입니다.
양자물리학에서는 오락영화로서 주인공이 밤에 클럽에서 일을 할지언정 나쁜놈, 악당을 아닌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찬우는 불법적인일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자기 부하직원이 피해를 보는 일도 최대한 없게 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보는 사람이 적어도 주인공만큼은 편안하게 응원할 수 있게 합니다. 의외로 우리나라 상업영화에서 이런 관객을 위한 안전장치들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객이 볼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영화들도 많죠.
은영역의 서예지님도 자신의 매력이 충분히 발휘되는 역할에서 빛이 납니다. 출연분량이 좀 적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검찰쪽 사람들과 백영감에게 쫓기던 찬우와 은영은 악당들의 약점, 그들이 원하는 것, 두려워 하는 것을 찾아내어 공략합니다. 동물의 왕국같은 세력들의 물고 물리는 관계를 잘 파악해서 머리를 굴려 위기를 헤쳐나옵니다.
강자와 약자만 있는 상황에서 강자들은 약자를 살려둘 필요가 없습니다. 약자의 입장에서는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눈치가 빨라야 하죠. 강자와 마주한 상태에서 내가 약할 땐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서 해주면서 목숨을 건집니다. 내가 약하지 않을 땐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어 휘어 잡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뛰고 구르고 발버둥치는 주인공을 위해 영화가 판을 깔아주고, 약간의 우연의 일치가 더해져서 찬우는 약당의 손아귀에서 벗어납니다.
'양자물리학'이론은 영화 속에서 약간 미신처럼 사용됩니다. 현실은 무한대로 많아질 수 있고,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현실을 만드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상업영화, 오락영화로 양자물리학은 신경써서 잘 만든 볼만한 영화임에 틀림없습니다. 응원하고픈 주인공들과 현실적인 사건과 위기들, 깔끔하게 떨어지는 결말까지, 보고나서 한편 시원하게 잘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영화 밖에서 알게 해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