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트 (Flight , 2012)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주연: 덴젤 워싱턴, 켈리 라일리
간단소개: 베테랑 여객기 파일럿인 윕(덴젤 워싱턴)은 오늘도 술에 취해서 조종석에 오른다. 윕은 조종실력과 판단력까지 최고인 조종사이지만 매일같이 술에 취해 살고 있었고, 본인은 그걸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날 그가 조종하던 비행기가 사고를 당하게 되고 윕은 뛰어난 비행능력으로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게 된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영화감독으로 존경맏아 마땅한 분입니다. 그의 작품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백투더 퓨처'는 TV에서 하는 걸 녹화해 놓고 비디오 테잎이 늘어질 때까지 반복해서 봤습니다. 그 뒤에도 포레스트 검프, 캐스트 어웨이 같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영화들을 만들었습니다. 이야기를 통해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라는 물음을 던지는 수작을 꾸준히 만들어 오셨습니다. '플라이트' 또한 탄탄한 이야기 안에 삶의 태도를 녹여낸 영화입니다.
글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과 결말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비행공포증이 있으신 분들은 글과 영화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덜덜 떨리는 비행기 비상착륙장면
영화는 시작과 함께 어떤 내용이 될 지 보여줍니다. 주인공 윕은 비행기 기장으로 비행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술, 마약을 달고 삽니다. 시작과 함께 매우 직접적인 묘사를 통해 윕이라는 인물을 관객에게 소개합니다.
윕은 승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그 순간에도 한손으로는 자기 마실 술을 따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실력만큼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그런 윕이 조종하던 비행기가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비행기가 사고를 당하고 비상착륙하는 장면은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을만큼 상세하게 기술됩니다. 비행공포증이 있으신 분들은 보지 말아야 할 정도입니다.
쿵소리가 나면서 비행기 조종이 되지 않습니다. 강제로 기수를 끌어올리면서 고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만 비행기는
수평을 잃고 추락하기 시작합니다.
기장은 승객과 관제탑에 비상을 알리고 상황을 파악합니다. 비행기 앞유리는 지평선이 보여야 하는데 땅과 집이 보이고 있습니다.
다들 패닉에 빠지지만 윕 기장은 자신의 냉정하게 판단합니다. 비행기 조종간을 강제로 끌어당기고 있는 상황이라 조종할 손이 부족하자, 기장은 승무원을 부릅니다. 이 상황에서도 부기장에게 안전벨트를 풀지 않도록 명령합니다. 자신이 죽으면 부기장이라도 조종을 해야 하니까요.
뭔가 걸린듯 조종이 안되고 있다는 것을 안 기장은 수동조정으로 비행기를 뒤집습니다. 일단 추락을 막고, 사람들이 많은 곳을 피하자는 의도였습니다.
조종 능력을 회복한 기장은 비행기를 원상태로 되돌립니다. 엔진도 터져서 동력을 잃은 상태로 비행기는 사람이 없는 들판에 불시착합니다.
영화나 소설은 일상생활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시켜줍니다. 플라이트의 비행기 불시착 장면은 이런 의미에서 충격에 가까운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합니다.
|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을 용기
윕은 신기와도 같은 비행으로 추락하는 비행기를 조종했습니다. 102명의 탑승자중 96명이 생존하였습니다. 비행기 사고에서 이정도면 기적이죠. 하지만 6명의 사망자, 비행기 사고에 대한 책임조사는 정확히 이루어져야 했습니다.
비행기 제작사는 조종실수가 원인이었다고 주장하고, 항공사와 비행사는 기체의 결함이었다 합니다.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하나씩 사실이 드러나는 가운데, 그날 비행기에서 누군가 술을 마셨다는 증거가 나옵니다.
윕은 병원에서 알게 된 니콜과 함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술을 끊겠다고 마음 먹지만, 기자들의 압박과 턱밑까지 조여온 비행기 사고조사의 스트레스 등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끊지 못합니다.
윕은 평생을 자신의 중독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고 살아왔습니다. 영화는 윕의 거짓말, 중독에 대해서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윕은 술 때문에 가정도 잃고 몸도 정상이 아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자존심때문에 술을 절대 놓지 않았습니다.
술이 필요해서 마신다기 보다는 내가 이길 수 있다는 자존심때문에 마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나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을 증명하기도 하려는 듯 당당하지만, 결국 혼자서 유혹을 견디기에는 너무 약했습니다.
술병을 만지작거리다가, 냄새를 맡다보기도 하다가, 그냥 뒤돌아 서려다가 결국엔 무너집니다. 술을 먹고,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지면 거짓말로 변명을 합니다. 꼭 거울 한구석을 보는 듯한 기분을 내내 느꼈습니다.
비행기 추락의 원인을 밝히는 청문회에서 비행중 음주에 대한 질문이 나옵니다. 윕은 늘 하던대로 거짓말을 하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어차피 술은 마실대로 마셔왔고, 딱히 자신이 잘못했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이미 죽은 승무원에게 책임을 돌리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증거들 마저 윕과 항공사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습니다.
고개만 끄덕이면 편하게 집에 와서 모든 의심과 비난을 뿌리치고 영웅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윕은 망설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거짓말에 속는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만큼은 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거짓인지 참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평균 8분에 한번, 하루에 200번 정도의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참말보다 거짓말을 더 자주 하는 정도죠. 나의 이득을 위해서, 귀찮으니까,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거짓말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지라도 자신을 속이면서 계속됩니다. 이런 거짓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법이나 벌이 아니라 자신을 인정하고, 다른사람에게 이것을 말할 용기였습니다.
| 버릴 것이 없는 영화, 덴젤 워싱턴의 표정연기
영화 속에서 덴젤 워싱턴은 윕 기장의 비행기술 못지않은 신기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 중에서도 최고는 다른사람이 이야기할때 보여지는 표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청문회에서 마지막 한마디를 가다듬음을 때의 표정은 영화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설득시키기에 충분했다고 봅니다.
'플라이트'는 버릴 장면이 없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런닝타임을 채우듯 지나가는 장면들이 나중에 다시 사용되고 의미를 갖습니다.
영화 처음 호텔에서 윕과 승무원 카테리나의 관계는 청문회에서 중요하게 인물들에게 다가옵니다. 윕은 알콜중독자 모임에서 세상 불쾌한 표정으로 앉아있었지만, 그 장면은 청문회를 거쳐 마지막 결말에까지 잔상을 남깁니다.
영화 사건과 장면의 구성은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을 따라올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자꾸 애니메이션에 꽂히셔서 불쾌한 골짜기 탐방을 업으로 하시고 계시긴 하지만 언제든지 명작을 또 만들어 주실것 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