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본 아이덴티티 (2002): 21세기를 연 첩보 액션 영화의 전환점

아뇨, 뚱인데요 2021. 4. 11. 06:18
반응형

본 아이덴티티 (The Bourne Identity, 2002)
감독: 더그 라이만
주연: 맷 데이먼, 프란카 포텐테

 

제임스 본드를 밀어낸 최고의 요원

간단소개: 바다 한가운데에서 청년 한명이 어선에 의해 구조된다. 정신을 차린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을 잃은 상태였고, 몸 속에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번호를 숨기고 있다는 것만 알게 된다. 그는 자신의 이름에서부터 하나씩 스스로를 찾아 나선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취향에 맞춰서 자주 보는 영화도 있기 마련입니다. 힐링이 필요할 때나, 보게되는 작품마다 망작이 걸려서 '왜이러나' 싶을 때 찾게 되는 작품들이요. 2000년대 후반, 지금의 핸드폰보다 큰 PDA기계에 좋아하는 영화를 다운받아서 넣어놓고서는 심심할때마다 틀어봤었습니다. 그 때 많이 봤던 영화가 본 시리즈와 터미네이터시리즈였습니다. 단 한번도 지루하지 않았고 볼때마다 새로운 감상이 느껴지는, 불후의 명작입니다.

글에는 영화의 중요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평단과 관객을 모두 만족시킨 명작

| 기억을 잃고 단서를 따라가는 추적영화


 기본적으로 영화는 기억을 잃은 주인공 본(맷 데이먼)을 따라가면서 단서를 추적하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등에 총을 맞고 바다에 둥둥 떠다니다가 어선에 의해서 발견된 주인공, 그의 몸에 숨겨놓았던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번호. 주인공에게 처음 주어진 것은 자신의 이름도 모르고 달랑 이것 하나 뿐입니다.

평범한 청년 제이슨 본(맷 데이먼)

 주인공은 여기에서 하나씩 자신의 과거에 대한 단서를 찾고, 찾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추측해나갑니다.스위스 은행 비밀계좌에는 엄청난 돈과 함께 내 신분증명이 들어있는 여러장의 여권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미국 이름이 제이슨 본 이라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여권에 적혀 있는 파리의 주소지를 찾아 가기로 합니다.

 영화는 철저하게 단서에서 단서로 힌트를 주어 본의 행적을 따라갈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하나씩 찾아나가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면서 기억을 잃은 내가 진짜 주인공이 되어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되죠.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사는 곳을 찾아간 주인공은, 뜻하지 않게 집에서 암살자를 만나게 됩니다. 누군가 자기가 죽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게 된 본은 기억을 잃은 뒤 자기가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인 마리와 함께 생존을 위한 도피를 합니다.

 기억을 잃은 암살자, 국가적인 음모가 배경에 깔려있지만, 철저하게 개인의 기억을 찾는 이야기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제이슨 본과 마리는 정의구현이나 거창한 목적을 이루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생존을 위해 싸우고 도망치는 것입니다.

졸지에 수배자 신세가 되어버린 마리

 이들을 쫓는 사람들은 암살자 제이슨 본을 만든 미국 CIA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입장에서는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처음 접하는 정보들은 관객도 처음보는 정보이기 때문에 주인공과 함께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됩니다.

 

 

| 이후의 영화를 모조리 바꿔버린 액션


 본은 기억은 없지만 능력은 그대로였습니다. 위기상황에 처하자 자신도 모르게 엄청난 격투실력을 발휘하여 적들을 제압합니다. 본시리즈가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친 원인이면서 이후에 만들어진 수많은 액션 영화들에 영향을 끼친 요소가 바로 이 액션장면입니다.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영화

 이전까지 영화에서 몸과 몸이 부딪히는 액션은 주로 크게 휘두르는 액션이 많았습니다. 내가 한번 휘두르면 상대방이 한번 맞고, 또 상대방도 같이 잡아주고 했죠. 일단 화면에 꽉 차고, 맞고 날아가는 리액션을 잡기가 편했습니다. 그런데, 본 시리즈에서는 실전무술을 기반으로 하여 일단 상대와의 거리가 엄청 가깝습니다.

 무기도 손 안에 들어오는 짧은 칼 등을 주로 사용하게 되고, 급박한 느낌을 강조 하기 위해서 펜, 잡지 등 손에 들어오는 모든 물건을 무기로 사용하는 격투 신을 만들어 냈습니다.

 

 큰 펀치 한방을 맞추기보다는 나를 지키면서 근거리에서 최대한의 피해를 주는 액션으로 바뀌었으며, 컷 또한 매우 빠르게 끊고 다양한 앵글에서 치고받는 장면을 담아냅니다. 또한 최고로 가가운 거리에서 이들의 숨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여주었습니다.

영화 격투신 베스트에 늘 들어가는 장면

 이러한 액션 스타일은 이후 전세계 영화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수요원이 나오는 영화, 우리나라의 '용의자', '공조'같은 많은 영화에서 이런 스타일을 참고하여 액션을 찍었습니다. 존 윅의 스타일, 거리를 두고 모든 것을 보여주는 액션장면이 나오기 전까지는요.

 격투신을 말고도 이전 영화에서 못봤던 장면이 주인공이 추격전을 벌일때 나오는 디테일입니다. 자신도 알지 못했던 능력으로 스위스 경찰을 때려눕힌 본은 쫓기던 와중에 미국 대사관 으로 도망가지만, 건물 안에서 경찰과 미국 군인들에게 잡힐 위기에 처합니다. 건물 안에서 탈출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가 제일 먼저 확보하는 것은 적에게 빼앗은 무전기와 벽에 붙어있던 건물안내도입니다.

안내도랑 지도 보는 장면을 정말 좋아합니다.

 적을 제압하는 것은 무력이지만, 추격전이 벌어지면 현재 상황과 정보파악이 필수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전의 영화에서는 중요하지 않게 다뤘던 디테일들을 본 시리즈에서는 꼼꼼하게 챙겼습니다. 그 결과 영화 전체가 현실성이 높아졌고 관객들은 숨가쁘게 뛰는 와중에도 순간순간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주인공에 더 깊게 몰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음악


 이번에 감상하면서 찾아본 것은 음악쪽이었습니다. 본 시리즈는 1편과 2,3편의 감독이 다릅니다.

 1편 본 아이덴티티의 감독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만든 더그 라이먼입니다. 2,3편은 폴 그린그래스이구요. 그런데 시리즈의 음악감독은 존 파웰 한사람입니다. 영화의 화면도 중요하지만, 시리즈를 관통하는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 있었기에 감독은 다르지만 영화의 결이 같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짧게 끊어지는 현악기를 기본으로 깔고 전자악기와의 조화를 이뤄서 급박함과 박진감을 연출해 냈습니다.

youtu.be/q-0we1614_U

본 아이덴티티 메인테마

또한 본 시리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엔딩곡이지요.

www.youtube.com/watch?v=ftm1hiXgYsA

 런닝맨에서 숱하게 써먹은 음악입니다. 멋지게 사건을 마무리 짓는 유재석, 아니 제이슨 본을 상징하는 곡입니다. 이 또한 1편에서부터 사용되어서 3편까지 시리즈를 아우르는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본 시리즈는 첩보 영화로서 액션, 주제등 다양한 측면에서 전에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혀 무뎌지지 않는 재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 본 분들은 꼭 보셔야 할 영화, 본 분들은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