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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호크 다운 (2001): 거장 리들리 스콧이 그려낸 전쟁의 생생한 단면

아뇨, 뚱인데요 2021. 4. 8.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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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호크 다운 (Black Hawk Down , 2001)
감독: 리들리 스콧
주연: 조쉬 하트넷, 이완 맥그리거

서비스 플랫폼: WAVVE

 

시그니처가 된 리틀버드 착륙장면

간단소개: 아프리카의 소말리아, 군벌 아이디드가 수도를 장악하고 UN은 평화유지작전을 개시한다. 미군은 아이디드의 수하들을 잡기 위해 수도 모가디슈의 바카라 시장으로 특수부대를 파견한다.

 '거장' 이나 'Maestro'라는 호칭이 붙는 분들은 해당 분야에 기록적인 업적을 남긴 뛰어난 사람입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영화라는 매체가 지속되는 한 기억해야 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업적의 크기도 그렇고, 그 업적의 넓이, 깊이, 심지어 긴 활동기간까지. 깎아 내리기엔 너무나 거대한 산같은 감독입니다.

'에어리언' 같은 영화에서는 억압된 여성에 대한 메시지를 공포영화로 그려냈습니다. 저주받은 걸작이라 평가되는 '블레이드 러너'를 1993년에 만드셨는데, 블레이드 러너의 후속작인 '블레이드 러너 2049'가 나왔음에도 현역이시죠.


 영화 속의 패미니즘을 이야기하면 언제나 거론되는 '델마와 루이스' 감독이기도 하고, 고대시대로 넘어가서 '글래디에이터', '킹덤오브헤븐'도 만드시고, 최근 작 중에는 '마션'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명작을 만드신 분이죠

 작품의 면면을 보면 로마시대부터 미래까지, 공포물에서부터 전쟁물, 인간애가 넘치는 SF에까지, 장르와 소재를 가리지 않고 깊이있는 작품을 그것도 평작을 넘어선 명작들을 많이 만드셨습니다. 그 중에서도 전쟁 속의 인간을 그린 '블랙 호크 다운'을 다시 한 번 봤습니다.

 

토마토가 의미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 배경 살펴보기


 영화의 장면을 이야기하기에 앞서서 대체 어떤 전쟁이고 왜 이렇게 싸우는지 조금만 알면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굳이 언급을 할 필요도 없이 이런 정보도 영화 초반에 설명을 다 해줍니다.

* 시대: 1991년 ~ 1992년
* 배경: 아프리카 소말리아
* 전쟁의 당사자: 소말리아 군벌 아이디드 VS UN 평화유지군 (미국,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

* 전쟁의 이유: 식민지에서 해방된 많은 나라들에서 군사독재가 일어납니다. 독재자는 외부의 원조를 독식하면서 부를 챙기고, 오히려 그것을 무기삼아 권력을 강화합니다. 소말리아에서도 마찬가지로 국민들이 아사하는 상황이 알려지게 되고, UN은 평화유지작전을 소말리아에서 개시합니다.

* 전쟁의 문제점: 미국은 소련이 붕괴한 직후이고 걸프전을 치룬 후여서 소말리아에 전쟁을 위한 노력을 쏟아부을 여력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큰 준비나 조사없이 들어갔죠. 3주만에 끝내고 나오려는 계획은 기약없이 늘어지고 있었습니다.

 

상대방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 전쟁의 단면을 들여다 보는 영화


 감독님은 전쟁을 반으로 쪼개서 밖에서부터 차분하게 들여다 보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 있었던 작전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겨놓으면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작전이 수행되었고, 왜 미군들의 희생이 있었는지를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미군은 아이디드 장군을 직접 축출하는 일이 여의치 않자, 아이디드의 수하를 잡아들이려 합니다. 그 작전이 영화 속의 '아이린'작전입니다. 시작하면 30분만에 모가디슈 바카라 시장 한가운데에 치고 들어갔다가 빠지는 것입니다.

 레인저부대와 특수부대 '델타'가 헬리콥터로 들어가서 주요인물을 체포하고, 호송차량으로 빠져나오는 작전이었습니다.

 

UH-60 블랙 호크

 UN의 다른 나라에도 알리지 않고 단독으로 감행한 작전은 처음부터 꼬이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거나, 적들에 대한 분석이 미흡했습니다. 작전은 시작하자마자 소말리아 게릴라(민병대)들의 연락망에 바로 걸리게 되죠.

 어느 정도의 화력을 투입해야 할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미군에 비해, 암시장 무기로 무장한 게릴라들은 미군의 호송부대와 헬리콥터를 공격했고, 결국 작전지역 상공을 빠져나가지 못한 블랙 호크 헬리콥터 1기가 RPG(로켓)의 공격을 받고 추락하고 맙니다.

 

대낮에 작전을 개시한 미군

 이미 총격을 받아서 피해를 입은 부대에게 추락한 조종사를 구출하라는 어려운 미션을 더한 가운데, 육상부대는 미로같은 모가디슈 한복판에서 체포한 적들을 싣고 방황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블랙 호크 헬리콥터가 한 대 더 떨어지면서 상황은 개미지옥으로 변해갑니다.

 

 

| 미칠듯한 고증


 영화는 당시의 상황을 왜곡하거나 가감하지 않고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감독님의 명성으로 미국 국방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서 만들어진 헬리콥터 장면을 포함하여 실제 있었던 일들을 더 박진감 넘치면서도 철저한 고증을 거쳤습니다.

 영화 속 몇몇 통신은 그 당시에 실제로 있었던 통신을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실화의 재연에 공을 들였고, 실제 통신을 가져다 붙여도 어색함이 없다는 뜻이 되겠죠. 전쟁영화일 뿐 아니라,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보아도 이야기할 꺼리가 넘치는 총기류의 재연도 보입니다. 추락한 블랙호크 조종사를 구하러 들어가는 델타 요원의 총기는 보통 많이 보이는 총기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죠. 베트남 전쟁까지 미국의 주력 총기였던 M14였습니다. 강한 화력이 특징입니다.

 

Caliber 7.62 mm, M14

 영화에서 레인저 부대원들은 방탄헬멧을 쓰고 특수부대원인 델타의 부대원은 검은 헬멧을 씁니다. 델타 부대원들은 이미 방탄 헬멧에 게릴라들이 쏜 총을 맞으면 목숨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굳이 무거운 헬멧을 쓰지 않고 가볍고 충격만 버티는 검은 하키 헬멧을 쓰고 작전을 했다고 합니다.

 

방탄 헬멧으 레인저와 검은 헬멧의 델타

 고증은 당시에 일어났던 일을 사실 그대로 전하는 것도 좋지만, 영화라는 영상물의 특징을 다룰 줄 아는 감독님은 있는 그대로의 규칙도 조절해 가면서 만들었습니다.


 레인저들의 헬멧을 보면 이름을 써놓았습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이름을 쓰지는 않았다고 하는데요, 관객들이 보면서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실에서는 살짝 비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사실 고증과 감독 창작의 조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과, 제작하는 사람들이 의도를 가지고 허구를 더하는 것. 미칠듯한 고증을 고집하는 감독님이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한템포 쉬어가는 화면에서 우리가 하나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양쪽 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메시지


 추락한 블랙 호크의 조종사를 구하려던 대원들과 호송차량은 극렬한 공격을 받게 되고, 결국 미국 단독으로는 해결하지 못해서 UN군인 파키스탄과 말레이시아의 도움을 받아 구출되게 됩니다.

 

실제 일부 병사는 자리가 없어서 뛰어왔다고 합니다.

 미군은 19명의 사상자를 내는 최악의 결과를 내게 되지요.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는 것같은 블랙 호크 다운의 이야기에서 유일하게 100% 허구인 인물이 있는데요, 전쟁통 한가운데서 커피를 내려마시는 그라임즈(이완 맥그리거)입니다. 고증에 목숨거는 감독님이 완전허구의 인물을 한가운데 놓았습니다.

 컴퓨터로 행정업무를 하고 있다가 졸지에 험악한 작전에 끌려온 그라임즈는 정말 꿔다놓은 보릿자루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도망치지는 않고 자기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이었죠. 도망칠 곳이 없었는지도 모르고요. 내 나라, 내 가족을 지키는 전쟁이라면 목숨을 바칠 의미가 있지만, 대체 아프리카 한가운데의 남의 나라에서 뭐하는 짓이었을까요.

전쟁을 향한 감독, 작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전쟁은 죽은 자만이 끝을 볼 수 있다'는 플라톤의 말을 인용하면서, 감독은 아이들에게 총을 들려줘서 사람을 죽이게 하는 짓이나, 내 나라의 일도 아닌 전쟁에 끌려다니는 젊은이들 모두를 안타까워 한 것 같습니다.

 그와 동시에 전우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지는 군인들에 대한 존중과 존경의 마음을 담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모든 인물에게서 드러나는 '마지막 한명까지 데리고 나온다'같은 생각에서도 이런 존중이 보입니다. 죽으러 가는 길인 줄 알면서도 기꺼이 전우를 지키러 들어가는 대원들의 모습에서도 숭고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전우를 버리지 않는다는 마음에 대한 존경

 

 모든 사건이 끝나고 사망한 19명의 이름을 보여주는 마지막에서도 결코 희생된 사람들에 대해 가벼이 여기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전쟁터 한복판에 내던져진 것은 비극이고, 전쟁은 없어져야 하지만 그 지옥 한가운데서 서로를 지켜주는 전우애와 한명의 군인에게는 존경을 바치는 어찌보면 모순된 두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하는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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