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블릭 에너미 (2009): 거장 감독, 명배우, 총격전. 극한의 사실적 묘사로 담아낸 범죄 수사극

아뇨, 뚱인데요 2021. 4. 13. 06:14
반응형

퍼블릭 에너미 (Public Enemies , 2009)
감독: 마이클 만
주연: 조니 뎁, 크리스찬 베일, 마리옹 꼬띠아르

서비스 플랫폼: WAVVE (웨이브)

 

연기와 연출의 거장들

간단소개: 1930년대 미국, 은행강도 존 딜린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강도이면서도 인기를 끄는 스타가 된다. 더 이상의 강도피해를 두고보지 못하는 연방정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존 딜린저를 잡으려 한다.

 마이클 만 감독은 조직적인 범죄를 배경삼아 차갑고 건조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데에는 어디가서 아쉬운 소리를 들을 분은 아닙니다. 히트, 콜래트럴 등으로 작품은 많지 않음에도 충분히 입지가 높으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이클 만 감독에, 조니 뎁과 '베일신' 크리스천 베일 주연에 마리옹 꼬띠아르까지 나옵니다. 그리고 감독님의 최고 장기인 사실적인 총격전까지 아낌없이 보여줍니다. 하지만 기대가 커서였을까요, 뭔가 비어 있는 것 같고 끝까지 집중해서 보기가 힘든 영화였습니다.

 

집중하기 힘든 영화는 평론가들이 참 좋아합니다.

| 사실적인 묘사


 영화는 1930년대, 미국의 실존인물인 은행강도 존 딜린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존 딜린저(조니 뎁)은 의리도 있고 머리도 좋은 악당입니다. 은행을 털면서도 민간인의 피해는 최소로 줄여서 강도짓을 하면서도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일단 잘생겼잖아요... 슬프네요 ㅠ

 하지만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가고 있었습니다. 연방정부에서는 이를 두고볼 수 없었고, 수사관 멜빈 퍼비스(크리스천 베일)로 하여금 딜린저를 추격하게 합니다.

 

이쪽도 잘생겼네요;

 영화는 1930년대의 시대를 사실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딜린저 패거리들이 타고다니는 차, 사용하는 총, 입는 옷 등을 통해서 그 때 당시의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재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퍼블릭 에너미는 마치 기록영화의 한장면 처럼 딜린저의 강도행각과 퍼비스의 추격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에는 카메라를 고정시켜놓고 찍은 화면이 거의 없습니다. 웬만한 화면은 전부 카메라를 들고 찍은 화면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화면은 흔들거립니다. 뿐만아니라 일반 다큐멘터리보다 더 사실적인 기록필름을 보는 것처럼 카메라는 인물에 극단적으로 달라 붙어서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총격전에서도 카메라가 옆에서 찍는 것마냥 붙습니다.

 별도의 촬영 세트를 만들지 않고 카메라 스탭이 같이 방안에 들어가서 일행이 된 것처럼 바로 옆에서 찍은듯한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이게 특정 장면에 잠깐 나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이 이렇습니다. 카메라는 주인공의 얼굴만 찍고 있고, 표정 하나를 놓치지 않고 잡으면서 그와중에 주인공이 움직이면 화면도 같이 흔들립니다.

 큰 화면으로 오래 보고 있으면 멀미를 느낄 정도입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촬영으로 감독은 시대의 한가운데에 관객을 던져놓은 것 같은 느낌을 주려 한 것 같았습니다.

 

더 가까이, 더 사실적으로

 특히 이런 촬영은 총격전이 벌어질때면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음악하나 깔지 않고 거친 숨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은행강도와 그들을 체포하려는 수사관들 사이의 총격전은 실제 상황을 찍는 것 같은 극한의 사실감과 현장감을 보여줍니다.

 

 음악과 조명까지 제거한 총격전의 모습은 정말 관객에게 끝까지 몰린 인물들의 숨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전달하려는 감독의 고집과 의지가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조명을 쓰긴 한건가 의심될 정도의 총격전

 

 

| 이야기마저 빼버린 과감함


 딜린저는 좁혀오는 요원들의 수사망을 대범하게 뚫고 나갑니다. 심지어 한번 잡히고 나서도 탈옥해서 경찰을 물먹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악에 받쳐서 달려드는 수사관들의 활약으로 딜린저는 점차 구석으로 몰리게 됩니다.


 동료들도 모두 죽거나 떠나고, 연인마저 빼앗긴 딜린저는 좁혀오는 포위망을 스스로 느끼게 됩니다. 딜린저를 위기에 몰아넣는 것은 경찰들도 있지만, 총을 들고 강도짓을 하는 범죄가 구시대의 산물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사회적 변화도 있었습니다. 딜린저의 동료들은 사업을 했지, 더 이상 총을 들고 설치지는 않았습니다.

 

끝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딜린저

 딜린저의 이런 상황이나 그들을 쫓는 수사관들의 이야기도 할 수 있었지만, 영화는 이 모든 극적인 이야기들을 곁가지처럼 잘라내 버립니다. 딜린저의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도 중심 내용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수준입니다. 누가 배신을 한다던가, 동료끼리 의리를 강조한다던가 복수를 한다던가 하는 내용은 하나도 없습니다.

 

연인 빌리의 이야기도 중심에 있지는 않습니다.

 영화 스토리 안에서 캐릭터가 극적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가상의 이야기를 타고 넘나드는 일이 거의 없다고 보입니다.

 수사관 멜빈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쪽은 어차피 경찰이니까 더 심하다고 느껴집니다. 가족, 동료, 개인적인 배경, 어떤 이야기도 나오지 않습니다. 입은 다물고 오직 딜린저를 잡기 위한 설명과 행동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른 범죄 수사물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경찰과 악당의 대결을 기대하고 있었다면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런 실험적인 촬영과 극의 흐름은 저에게는 부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도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동안 감정적으로 몰입할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 제일 큰 단점이었습니다. 강도들을 쫓는 경찰이나, 아니면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악당이나 어느 한 쪽 감정이 확 드러나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으련만, 모두가 감정적인 사건이 없으니 관객은 뒤로 밀려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생긴게 달라서 그런거 아닙니다. 절대

 영화의 결말에는 숨겨놓았던 감정와 사건을 조금씩 드러내지만,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감정이 너무 늦게 드러나서 없느니만 못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퍼블릭 에너미'에 대한 외국 평을 좀 가져와 봤습니다.

* 긍정: 순수한 영화의 승리이다. 영화는 마이클 만의 영화 중 가장 시각적으로 실험적인 영화이다.

* 부정: 금을 만드는 모든 재료를 모을 수는 있지만, 마법의 가루 없이는 연금술이 작동하지 않는 것과 같다.

 저도 시대극을 다루는 시각적 연출 방법에 상당히 긍정적이지만, 적절히 섞어서 만들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감독님이 이미 '히트'로 다 해봐서 실험적이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