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Memento , 2000)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주연: 가이 피어스, 캐리 앤 모스, 조 판톨리아노
간단소개: 레너드는 아내가 살해당하는 사고를 겪은 뒤, 10분 전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게 된다.
10분만의 기억을 가지고, 레너드는 아내의 복수를 이루려 한다.
동시대를 살게 된다는 것만으로 영광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음악으로 치면 그룹 퀸이나 비틀즈의 앨범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그들의 공연을 라이브로 볼 수 있었던 것은 축복이었겠죠. 현재 한국 영화팬들에게는 봉준호, 박찬욱감독, 외국으로 눈을 돌리면 크리스토퍼 놀란이 그런 영역에 들어가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간만에 크리스토퍼 놀란을 전 세계에 알린 '메멘토'를 다시 봤습니다.
글에는 영화의 중요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 이야기의 구성, 플롯
플롯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사 작품 속에서 개별적인 사건의 나열을 말한다. 스토리(story)는 일반적으로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가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한 것인데 반해 플롯(plot)은 외적인 동시에 심리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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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
서사 작품 속에서 개별적인 사건의 나열을 말한다. 스토리(story)는 일반적으로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가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한 것인데 반해 플롯(plot)은 외적인 동시에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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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잘라다 붙이고 접고 꾸며서 감독이나 작가가 더 재미있게 만들거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걸 다루는 것 하나만으로도 놀란감독은 명예의 전당에 들 수 있는 수준이죠.
보험조사원이었던 레너드는 아내가 살해되는 강도사건을 겪은 후,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게 됩니다. 10분만 지나면 기억력이 리셋이 되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하던 중에도 10분 전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몇번을 반복해서 기억을 한다해도 다 잊어버립니다. 그에게 마지막 기억은 아내가 살해되는 그 순간입니다.
레너드의 목표는 아내를 살해한 사람을 잡아서 복수하는 것입니다. 이런 주인공을 정해놓고 시간 순서대로 사건을 따라가는 영화라면, 단순한 액션 복수극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주인공은 계속 기억을 잃은 연기를 하지만 관객은 그렇지 않기에 정보는 관객에게만 계속 쌓이게 되고 감정이입, 몰입 긴장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메멘토는 기억력이 리셋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부터 역으로 따라갑니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레너드는 한 남자를 죽입니다. 그리고는 그 전의 이야기를 하나씩 보여줍니다. 어떻게 그 남자를 죽이게 되었는지, 레너드의 기억이 리셋되는 타이밍이 오면 그 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보여주는 '역순행적 구조'입니다.
영화를 보고 플롯을 검색하다보니 이런 그림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메멘토의 사건구조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인데요.
붉은 부분의 사건흐름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로축 그래프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전체적은 구조를 보면 두번보고 세번봐도 감독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있었길래 영화를 이렇게 만들 생각을 했는지, 신기하기만 하네요.
이런 구조를 통해 이야기를 거꾸로 보여주게 되면 기억력이 10분마다 초기화 되는 주인공의 입장을 관객이 몰입하여 따라갈 수 있게 됩니다. 주인공이 총을 든 사람에게 쫓기는 와중에 기억력이 초기화 되어버려서 왜 이 사람이 나를 쫓고 있는지 주인공은 모릅니다. 사건을 뒤집어서 서술해주기 때문에 관객 또한 원인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레너드와 최대한 동일한 입장이 되어서 사건을 겪게 됩니다.
이와같이 메멘토는 역순행적 이야기 구조를 통해 몰입감을 높입니다. 대단한 것은 긴장감, 몰입감 뿐아니라
플롯 그 자체가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되기 때문에 완성도를 높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이중 구조를 통해 표현하는 이야기
플롯의 흐름을 그린 표를 보면 붉은 색(거꾸로 흘러가는 이야기) 말고도 파란색으로 표시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 또한 레너드의 이야기입니다. 파란색은 붉은색과는 반대로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이부분은 흑백화면으로 표시됩니다. 스토리 전개는 붉은색 중심입니다. 푸른색은 레너드가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는 부분이지요. 흑백의 순행과 컬러의 역행이 만나는 순간을 향해서 영화는 흘러갑니다.
기억이 초기화 되는 병이 있는 주인공은 아내의 복수를 위해서 정보를 최대한 유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레너드는 문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 자기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문신 뿐만아니라 사진과 메모 등 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기록합니다. 기억은 변질되지만 기록은 그렇지 않다. 흑백 화면에서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던 레너드가 반복하는 말입니다.
기억이 없이 기록에 의지해서 아내의 복수를 하려는 레너드, 그의 기록은 과연 기억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영화 시작과 함께 한 남자를 쏴서 죽인 레너드의 행동의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의지하는 기록은 그의 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 이야기는 긴장감과 궁금증을 같이 끌고 갑니다.
레너드는 사진과 문신을 바탕으로 자신이 의지하는 사람, 자기가 믿지 않는 사람을 구분합니다. 역행하는 레너드의 복수 이야기와 순행하는 레너드의 자전적 독백은 두 시간 흐름의 교차점, 문신과 사진, 필사적인 기록이 함께 만나는 그 지점에서 결말을 짓습니다.
이야기는 인간 기억, 기록의 불완전함과 그것의 원인이 되는 감정을 모두 합친 레너드의 한마디로 마무리짓습니다.
어디까지 했더라 'Now, where was i?' 라구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야기를 다루는 실력은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이야기 속 시간을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은 마스터의 영역이라고 봅니다. 덩케르크에서는 다른 시간흐름 3개를 동시에 섞어서 보여주는 어마무시한 일을 스리슬쩍 해치워버렸죠. 메멘토는 플롯 장인으로서 놀란 감독을 전세계에 알린 대단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