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컨피덴셜 (Kitchen Confidential, 2005)
극본: 앤서니 보데인, 데이빗 해밍슨
연출: 마이클 스필러, 대런 스타
주연: 브래들리 쿠퍼

간단소개: 실력은 뛰어나지만 절제없이 방탕한 생활로 큰 시련을 겪은 셰프 잭 보데인(브래들리 쿠퍼)는 마음을 잡고 새출발을 한다. 뉴욕의 고급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맡아서 주방을 책임지고 말썽쟁이 직원들을 불러와 제대로 된 레스토랑을 만들려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셰프, 레스토랑의 이미지는 카리스마, 강력한 리더였습니다. 헬스 키친의 고든 램지, 우리나라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독설을 날리던 셰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런 유행이 나오기 전인 2005년에 레스토랑과 셰프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시트콤 분위기의 즐거운 드라마가 '키친 컨피덴셜'입니다.

| 생생한 뉴욕 레스토랑 NOLITA의 주방
실력과 자존심, 허세까지 다 갖춘 셰프 잭 보데인은 그만큼 선도 지키지 않고 막나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약, 술, 여자 모두를 하고 그것도 한번에 몰아서 하다가 크게 망가졌던 잭은 3년간의 긴 반성 끝에 정신을 차리고 셰프로서 최선을 다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하는 것도 질리고, 시장통같은 레스토랑도 싫었습니다. 애들 생일잔치에 닌자피자같은 말도 안되는 음식을 만들기도 질렸던 잭은 맘을 굳게 먹고 뉴욕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인 '놀리타'의 헤드 셰프에 도전합니다.

'키친 컨피덴셜'은 미국의 유명 셰프이자 작가, 방송인인 앤서니 보데인의 동명 저서를 원저로 레스토랑 주방의 이야기를 다루는 즐거운 분위기의 드라마입니다. 살짝 비어있는 인물들이 꽉꽉 들어찬 잭의 주방에서 쉴새없이 벌어지는 사건들이 펼쳐집니다.
한 화가 30분밖에 되지 않고, 시트콤 분위기이지만 녹음된 웃음소리가 재생된다거나 음악이 깔리진 않고 드라마같은 성격을 가집니다. 드라마가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코믹한 분위기로 소개하면서도 레스토랑 주방을 현실성있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불을 앞에 두고, 칼을 손에 쥐고 좁은 주방에 등을 대고 정신없이 음식이 왔다갔다하는 주방의 정신없는 분위기를 코믹하게 표현하되 과장되거나 거짓말, 왜곡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만큼 원작자와 작가가 열심히 극본을 만들었다는 뜻이겠지요.
주방에는 요리사들의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어 생선 담당, 디저트 담당 멤버가 따로 있고 부주방장과 주방장(헤드 셰프)의 구분이 확실하죠. 잭은 자신만의 크루를 포섭하여 제대로 자기 주방을 만들려고 합니다. 물론, 크루들이 정상이라는 언급은 없습니다.

주방과 홀은 확실하게 구분되어서 서로의 영역에서 으르렁 대기도 합니다. 헤드셰프는 서빙 담당들에게 '음식 좀 망치지 말고 제대로 서빙해라' 질타를 하고 '음식 접시에 지문 남기지 마라' 호통을 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에피소드들이 쉴새없이 펼쳐집니다.
| 레스토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감나는 에피소드
세계에서 제일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잭 보데인과 동료들은 갖가지 일들을 정신없이 처리합니다. 드라마는 현실적인 각종 에피소드를 주재료로 삼아 삶에 대한 생각을 곁들임으로 얹어 멋지게 차려놓습니다.
손님을 뺏어가는 핫도그 카트랑 경쟁하는 관계가 펼쳐지기도 하고, 레스토랑에서 필수적인 평론가와의 에피소드도 보여집니다.

레시피를 훔치는 다른 가게와 한바탕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파인다이닝에서 브런치 메뉴를 개시하여 생존전략을 구사하기도 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레스토랑 서버, 주방 멤버들이 식사하는 모습이 코믹하면서도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손님들에게 설명은 해야되니 메뉴를 만들어주기는 하는데, 시간도 없고 좋은 재료는 손님들에게 주어야 하니 우르르 달려들어 재료 맛만 보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ㅠ
드라마는 이런 에피소드를 통해 레스토랑 셰프라는 직업의 고난, 보람, 명과 암을 바로 옆에서 같이 생활하면서 보는 것처럼 전달해줍니다. 그리고 성실한 노력과 변화라는 삶의 기본적 메시지, 단순하지만 넒은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사람사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지만, 문 너머 주방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드라마를 통해 보게 되니 새롭고 신기했습니다. 이런 전문적인 영역과 웃음, 사람사는 이야기를 적절히 조합해서 볼만한 드라마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는 13화까지 만들어진 이후로 더 이상은 제작되지 않았는데요, 제가 넘겨짚기에는 배우들이 본격적으로 개런티가 오르는 것에 비해서 시청률이 적게 나온 것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한꺼번에 다 봐도 반나절이면 충분한 드라마여서, 총쏘고, 싸우고 사람 다치는 드라마를 벗어나서도 잘만든 작품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추천드립니다.
<TMI>
웨이브, 넷플릭스, 네이버, 유튜브에서도 정식으로 구입해 볼 방법은 없네요. 이럴 때는 어쩔 수 없네요.
<TMI2>
11화에 조연으로 데드풀의 그녀, 모레나 바카린이 나옵니다. 이때에도 눈길을 확끄는 외모는 그대로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