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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니클 (영화, 2012)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질풍노도 초능력자들

아뇨, 뚱인데요 2021. 4. 1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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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니클 (Chronicle, 2012)
감독: 조쉬 트랭크
주연: 데인 드한, 알렉스 러셀, 마이클 B. 조던

 

유명배우 없이 만든, 얼굴없는 파격 포스터

 간단소개: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의 앤드류(데인 드한)은 사촌인 맷과 학교의 인기인 스티브와 우연히 외계물질에 노출된다. 다음날부터 세 친구들에게 물건을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등, 초능력이 생기기 시작하고, 마냥 좋지만은 않은 생활을 하게 된다.

 

 2012년 개봉한 영화 중 가장 아이디어가 빛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로니클을 비롯하여 많은 영화들이 적은 예산과 제작비를 들여서 만들기 위해서 영화에 다양한 시도를 하였습니다. 이 분야에서 최고 유명한 영화로는 '파라노멀 액티비티'가 있겠네요. IMDB기준 15,000달러로 만든 이 영화는 전 세계에서 2억달러를 벌었습니다. 제작비 대비 수익으로 기네스 기록도 세웠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크로니클 또한 촬영과 스토리에까지 재기발랄한 생각이 넘치는 영화입니다.

 

눈요기 꺼리가 많지 않다는 반증

* 제작비: 1천 200만 달러
미국 수익: 6천 4백만 달러
전세계 수익: 1억 2천만 달러
제작비의 10배를 벌었네요. 

 

글에는 영화의 중요 내용에 대한 언급이 많습니다. (스포주의!)

 

| 틀을 깬 촬영과 편집, 파운드 푸티지


 평범한 고등학생 앤드류(데인 드한)은 소위 말하는 아싸입니다. 소심하고, 조용하고 튀지 않는 생활을 하는 학생이죠. 앤드류의 사촌 맷은 앤드류가 불쌍하기도 해서 잘 데리고 놀러다니고 합니다. 학교 회장 후보이면서, 잘나가는 인싸 스티브와 맷, 앤드류 세명의 10대 청소년들은 외계에서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물질을 잘못 건드렸다가 초능력이 생겨버리고 맙니다.

 

아무생각없이 놀러갔다가 덜컥 일이 터져버림

 영화는 앤드류가 들고 다니는 카메라에 담긴 모습을 바탕으로 진행됩니다. 기존의 다른 영화들처럼 공중에 떠있는, 등장인물이 알지 못하는 카메라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등장인물의 촬영 시점으로 인물들이 돌아다니고 말하고 행동합니다.

 많은 영화에서 이런 방법을 쓰기는 합니다. 앞에서 말했던 '파라노말 액티비티'도 그렇고, 예전에 엄청 유행했던 '블레어 위치'가 제일 유명하겠죠. 일반적으로 '파운드푸티지'라고 부르는 영화적 스타일입니다. 실제 사건을 경험한 사람이 직접 촬영한 필름을 나중에 찾아내어 틀어주는 듯한 느낌의 영화입니다.

 

결혼식 캠코더 영상 같은 질감입니다.

 이런 영화의 최대 장점은, 돈이 덜 든다는 것이겠죠. 대단한 조명, 비싼 카메라, 엄청난 촬영장비 없이 '등장인물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찍은 필름'이라는 설정으로 영화를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현장감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사건을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인물의 숨소리 하나까지 느낄수 있다는 점이죠. 그리고 웬만한 촬영상의 오류도 감출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조용한 성격의 앤드류가 가지고 있는 취미가 촬영하고 기록하는 점이라는 면에서, 크로니클의 촬영기법은 등장인물의 성격까지 드러내주는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이러고 놀러다닌다면, 정말 피하고 싶겠죠.

 이런 스타일의 촬영은 단점 또한 있습니다. 일단, 들고 찍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에 어지럽습니다. 파운드 푸티지 스타일의 영화들이 보통 무섭거나 급합니다. 그래서 더 인물들은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달립니다. 초첨도 안맞을 때가 많고 엉뚱한 곳을 찍을 때도 많습니다.

 

 제대로 된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들은 짜증낼 만한 요소들입니다. 그나마 크로니클에서는 앤드류가 초능력으로 카메라를 공중에 들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서 위와같은 단점을 극복하려 합니다.

 

초능력으로 촬영의 제약을 극복합니다.


 그리고, 영화 진행상 앞뒤가 어색한 장면이 많이 나오게 됩니다. 보통 촬영은 끊어가기 마련인데, 이런 영화에서는 그럴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촬영하는 사람이 없을 때 이야기 진행을 보여줄 수도 없죠. 크로니클에서는 앤드류가 없을 때 이야기 진행을 보여주기 위해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다른 캐릭터, 케이시를 등장시켜서 이를 커버합니다. 한 영화에 카메라 덕후가 두명이나 나오니, 조금 이상해지긴 해요.

 

카메라로 계속 찍어대는 사람이 둘이나?!

 

 

| 능력을 얻고 비뚤어져가는 모습


 앤드류와 친구들에게 염동력과 비행능력까지 생기자, 세 친구들은 그나이때 청소년들이 다들 그럴 것처럼 서로 낄낄대며 능력을 즐깁니다.

 어른들이라면 능력을 정의롭게 쓴다거나, 자기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쓴다던가 하겠지만, 얘들은 그냥 마트에서 다른 사람 놀려주고, 높은데서 햄버거 까먹고 그러고 놉니다. 큰 의무감이나 철학적 고민같은거 없는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초능력을 잘 그려낸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냥 이러고 노는데 써요

 연습도 하고 실수도 하면서 능력은 조금씩 세지고, 친구들은 나름의 규칙까지 세워서 피해보는 사람이 없도록 조절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비극적인 사건들은 꼭 이럴 때 터지기 마련입니다.

 앤드류는 성격도 조용하기도 하거니와, 불안한 배경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프고, 아버지는 폭력적입니다.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당하기도 합니다. 누구한테 말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성격도 아니니 더욱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셀프 동영상이라니, 혼자놀기 레벨 최상급

 영화는 안으로만 파고드는 앤드류의 성격과 초능력이 어우러지면서, 조금씩 무너지는 모래성마냥점차 비뚤어져가는 인물의 모습을 자세하게 보여줍니다.


 물, 곤충, 인간에게까지. 초능력을 행사하는 대상도 점차 커져가구요. 어떻게든 친구들만은 믿고 행동하려고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실수하고 실패하고 결국 크게 어긋나린 앤드류는 친구 스티브마저 죽게 하고 폭력적으로 어긋나버립니다.

 세상과 단절된 외로움과 가족으로 인한 괴로움 때문에 도덕적으로 지켜야할 선이 무너져 버린 것이지요. 초능력으로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는 제약을 둔 다른 친구들에 비해 그런 규정을 무너뜨린 앤드류가 능력이 제일 셌다는 점을 보면, 규칙을 감옥같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생각과 초능력이 함께 흘러가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힘은 세지고 마음은 비뚤어짐

 앤드류가 어떻게든 지키려 했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앤드류는 결국 폭주하고 비극적인 결말로 향하고 맙니다.

 초능력이 생긴 10대 청소년, 그것도 부정적인 환경을 가진 청소년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캐리'가 생각나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크로니클은 CG가 많이 필요한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신박한 촬영과 이야기로 극복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고, 상당히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기는 합니다.

 친구 스티브의 사망이나, 앤드류가 강도짓을 하는 이야기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 살짝씩 어긋난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초능력이 생긴다면 동네 깡패한테 푼돈을 훔치기보다는 당연히 도박장이나 ATM으로 가야되지 않겠어요.

 

어차피 털거면 은행으로 가지...

 앤드류가 무너지고 나서는 앤드류라는 인물의 성격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 같아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착하게 끝난다거나 해피엔딩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중후반에는 앤드류 캐릭터가 제대로 보이는 장면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빼앗기만 하고 몰아붙이기만 하는 것 같더라구요.

 

아버지가 제정신이 아니긴 한데, 그래도 과함

 크로니클은 좋은 영화같습니다. 다만, 감독인 조쉬 트랭크는 이후 '판타스틱 4'를 만들면서 영화도 폭망하고, 영화 밖의 사건으로 인해 감독 자신에 대한 평가도 바닥을 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감독에게는 앤드류가 자신의 영화 커리어 같은 느낌이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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