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래비티 (영화, 2013): 재난을 뚫고 가슴 속에 박히는 생존의 힘

아뇨, 뚱인데요 2021. 4. 19. 06:19
반응형

그래비티 (Gravity , 2013)
감독: 알폰소 쿠아론
주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서비스: WAVVE

 

 

극장에서 봐서 다행이었습니다 ㅠ

 

간단소개: 우주 비행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와 팀원들은 허블 망원경을 고치기 위해 지구 궤도에서 작업중 재난 상황을 만난다. 살아남은 맷과 수리기술자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은 우주복만 입은 상태로 내던져지고, 지구에 귀환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 한다.

 영화관에서 봤어야만 했다고 후회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1917'같은 영화들이죠. 저는 두 편 다 극장에서 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그래비티는 극장에서 봤습니다.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느낌이 무엇인지 제대로 실감했죠. 쫄보인지라 한번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집에서는 안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찮게 케이블에서
해주더라구요. 일단 시작하고 나니 중간에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덜덜거리면서도 결국 끝까지 봤습니다.

 

 

말이 필요없는 평점
이렇게 높은 점수 처음봅니다.

 

글에는 영화의 중요 내용에 대한 언급이 많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 우주에 내던져지는 재난


 지구 궤도에 떠있는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를 비롯한 팀이 올라갑니다. 그들이 작업을 한창 하고 있는 와중에 인공위성 폭발의 잔해가 우주비행사들을 덮치고, 기술자인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과 맷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하고 맙니다.

 우주라는 공간을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서, 아무것도 끌어주는 힘 없이 우주 한가운데로 던져지는 재난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서 감독은 엄청난 공을 들입니다. 시작함과 동시에 우주에 떠서 망원경을 수리하는 비행사들의 모습부터 둥둥 떠나니며 농담을 건네는 맷의 모습, 인공위성 파편이 날아오면서 우주선이 부서지고 재난을 당하는 상황을 무려 12분 30초 가량의 컨티뉴어스 샷(끊김없이 보여지는 화면)으로 전달합니다.

 

 

떠벌거리는 모습이 너무 훈훈한 맷 (조지 클루니)

 

 특히 이번에 볼 때는 어디 끊어지는 부분이 없을까 주의 깊게 봤습니다. 보통 카메라와 등장인물 사이로 뭐가 지나간다거나, 인물의 등이 카메라를 가린다거나 할 때 기술적으로 컷을 끊어가곤 합니다. 저는 끊어지는 부분은 못찾겠더라구요. 그대신 엄청난 위압감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폭탄같은 인공위성 파편에 우주선이 박살나고, 앞뒤, 위아래 없이 몰아치는 힘에 라이언 박사는 튕겨저 나가버리고 맙니다.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최대한 가까이서 묘사하기 위해서 카메라는 라이언 박사의 시점에서 보는 우주를 보여줍니다.

 라이언 박사를 바라보던 카메라가 끊김없이 그녀의 헬멧 안으로 들어가서 마지막에는 사정없이 회전하며 날아가고 있는 그녀의 시선까지. 급박한 상황에서 컷을 잘라서 빠르게 묘사하지 않고 천천히 모든 것을 다, 가까이서 보여주는 화면은 관객들을 숨막히는 사고의 상황에 잡아둡니다.

 

 

카메라가 헬멧 안까지 천천히 들어가버립니다.

 

 음향 효과도 탁월합니다. 귀로 들리는 소리가 아니고 몸의 진동으로 느껴지는 소리효과를 잘 구현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실감이 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면서도 볼 때마다 숨을 멈추고 주먹이 쥐어질 정도로 몰입이 잘 되게 만든, 굉장한 장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생을 향해 끈덕지게 끌어당기는 힘


 맷과 라이언은 우주 한가운데에서 조난을 당하고, 돌아갈 방법을 찾아내려 합니다. 하지만, 어디 가까운 동네에 간 것도 아니고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가는 일이 쉬울리는 없겠죠. 줄어드는 산소, 바닥나는 연료, 조금이라도 실수 했다가는 돌이킬 수조차 없는 환경 속에서 주인공들은 가느다란 희망에 의지한 채 살아남으려 합니다.

 

 

우주정거장을 향해서 어떻게든

 

 주인공을 향해 정말 숨 한번 돌릴 여유없이 위기가 다가옵니다. 아무리 우주라지만 이렇게 몰아붙여도 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보다보면 팔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하고 힘을 같이 주게 되는 장면이 계속 이어지죠.

 그런 온갖 고생을 겪고서는, 편하게 집으로 돌아갈 여유조차 허락해주지 않습니다. 모든 방법이 막힌 것만 같고, 희망이 꺼져버린 것만 같을 때는 삶을 포기하는 선택만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둡고 의지할 곳 없는 상황

 

 감독과 영화는 그런 이들을 내팽겨치지 않고 삶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소중한 사람마저 잃고, 남아 있는 방법이 없는 것같은 상황. 그래서 그냥 떠다니면서 나를 잡는 어떤 속박도 없는 상태로 끝내버리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방법은 나올테니까 다시한번만 생을 향해 단단히 주먹을 틀어쥐고 바둥거리며 앞으로든 뒤로든 가보자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중력은 무게가 있는 모든 것들이 끌어 당기는 힘이죠. 영화에서 중력은 생을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잡는 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

 

 그래비티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징으로 은유하면서도, 깊고 넓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2014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만 7개를 수상했지요. (감독상, 음악상, 편집상, 촬영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 시각효과상)제작비 1억달러에 세계수익이 7억 2천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흥행에도 성공한 영화입니다.


 이렇게 평단과 흥행 모두의 극찬을 이끌어낸건, 지구에 발붙이고 살고 있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잘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케이블에서 또 보게 된다면, 또 끝까지 보겠지요.

<TMI>
영화 시작하고 3분 50초 경, 맷(조지 클루니)의 헬멧에 우주복을 입고 카메라를 든 스탭이 비추어진대요. 영화제작 초반에 촬영담당이 따로 있는 것처럼 작업을 하다가 수정했는데, CG는 미처 수정을 못했다고 합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