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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캅 (영화, 2014): 위대한 원작의 유산을 계승하려 최선을 다한 리메이크작

아뇨, 뚱인데요 2021. 4. 30.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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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캅 (RoboCop, 2014)
감독: 호세 파딜라
주연: 조엘 킨나만, 게리 올드만, 마이클 키튼
서비스: WAVVE

 

AUTO-9은 포스터에만 나옵니다.

간단소개: 가까운 미래, 디트로이트의 경찰 머피는 불법무기를 수사하던 중, 폭탄공격에 의해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 로봇기술로 세계의 패권을 노리던 회사 OCP는 기계의 신체에 인간의 정신을 결합한 로봇을 만들려 하고, 사고를 당한 머피를 이용해서 새로운 로봇 경찰을 만든다.

 처음 리메이크작을 슬쩍 봤을 때는 분명 이상한 작품 같았습니다. 지금봐도 대단한 작품인 로보캅(1987)을 이제와서 리메이크 한다니, 무슨 의도인지 파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번에 감상할 때는 메카닉 디자인만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봤습니다. 처음 볼 때와는 다르게 꽤 괜찮은 부분도 많이 보였습니다. 아쉽기는 해도 제 기준에 망작은 아닌 작품이었습니다.

 

실망한 마음은 알지만 이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정도 점수에 동의합니다.

로보캅 (2014)
제작비: 1억 달러
미국수익: 5천 8백만 달러
세계수익: 2억 4천만 달러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이죠? 여기에 원조 로보캅이 등장하면?

로보캅 (1987)
제작비: 1천 3백만 달러
미국수익: 5천 3백만 달러
세계수익: 미집계


미국수익 선에서 정리가 됩니다. ㅠ 원작의 명성에 누를 끼쳤네요.

 

| 달라진 메카닉 디자인


 머피는 훌륭한 경찰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자동차에 설치된 폭탄 공격을 받고 목숨을 담보하기 힘든 상황이 됩니다. 머피를 로보캅으로 만드는 OCP는 '옴니코프'라는 자회사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AI 로봇 부대를 전 세계에 팔고 싶어합니다. 미국 땅에도 로봇을 들여놓기 원한 옴니코프는 홍보를 위해 머피를 이용합니다.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로봇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옴니코프는 로보캅을 만들어서 활약하게 합니다.

 

어깨가 좁아보여서 불만입니다.

이번에 가장 중요하게 찾아본 것은 메카닉 디자인이었습니다. 



* 로보캅 / 알렉스 머피

 

투박하고 정겨운; 원작의 로보캅


 로보캅/머피는 상당히 날렵해지고 행동도 재빠릅니다. 뛰기까지 합니다. 아무래도 예전 아날로그 특수효과랑은 다른 시대긴 하죠.

 

 

* ED-209

 

귀염뽀짝한 원작에 비해 용된 ED-209


 로보캅의 호적수 ED-209입니다. 원작에서는 스톱모션 모형으로 촬영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리메이크 들어오면서 환골탈태, 디자인적으로 가장 발전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2족 보행, 팔다리가 있지만 두부는 없는 디자인적 요소는 그대로 가지고 보다 납작하고 전투에 어울리는 듯한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리메이크 작에는 그에 추가로 인간형 로봇 EM-208도 나옵니다. ED-209를 보좌하여 작전을 펼치는 역할인데, 그리 큰 임팩트는 없습니다.

 

EM-208, 이걸 경찰대신 깔아놓는 게 OCP의 목적입니다.

 

* 개인화기


 로보캅하면 AUTO-9이죠. 연발권총 베레타 93R을 영화용 소품으로 개조해서 만든 가상의 이 총은 수려한 디자인으로 로보캅 이후로 여러 영화, 게임에 오마주되어 등장하였습니다. 로보캅을 본 꼬꼬마들이 가장 선망하는 장난감이 되기도 했죠.

 

로보캅 하면 떠오르는 총 AUTO-9

 이번에는 이런 멋진 총은 볼 수 없었습니다. 무슨 이상한 전기총 같은거 주고 쏘라고 합니다. 총이 두자루이긴 한데, 영화 안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네요. 그래놓고, 포스터에서는 AUTO-9 들도 사진찍었습니다. 이럴거면 그냥 재대로 들고 나오던가.


 올드팬들을 위한 부분에서 조금만 더 멋지게 그려주고 신경써줬으면 흥행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은데, 서운합니다.

 

 

| 원작과는 다른 메시지


 로보캅 원작은 액션, SF이면서 폴 버호벤 감독의 똘기넘치는 풍자, 유머, 광기가 곳곳에 담겨있는 아주 쎈 작품이었습니다. 망해가는 도시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무려 경찰을 민영화 하려는 엄청난 배경을 토대로 삼고 있습니다. 곳곳에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비웃음이 서려있고, 폭력에 대한 묘사도 굉장히 노골적이고 수위가 높습니다.

 

꿈에 나올까 두려운 장면들이 많습니다.

 리메이크된 작품에서는 명배우들이 등장해서 로보캅 주위의 이야기를 채웁니다. 옵니코프의 사장 레이몬드(마이클 키튼)은 정치인들을 비웃으며, 로봇부대를 미국으로 들여와서 치안을 맡기려고 합니다. 로봇에게 법집행을 맡겨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 영화 내에서도 찬반이 갈려 싸우고 있습니다.

 

일단은 영화 속 최고 악당, 로봇장사

 요즘 심심치 않게 인터넷 게시판에 등장하는 AI 판사와 비슷한 색깔의 주제입니다. 답답한 뉴스를 보다보면 차라리 AI한테 재판을 맡기는 게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곤 하죠. AI 판사가 나오면, AI 경찰, AI 군인도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죠. 공정함의 이름을 빌린 효율성과 안전성 기대어 인간으로서의 자유의지, 정의로운 선택을 기계에게 맡겨도 좋은지 한번쯤은 고민을 하게 합니다.

 

지명수배자 한방에 검거하는 포스

 옵니코프에서 머피를 기계인간으로 만드는 책임자인 노튼 박사로 게리 올드만까지 등장하여 어디서부터 인간, 기계를 논할 수 있는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두 배우를 한 화면에서 보다니, 근데 그게 로보캅이라니! ㅠ

 아쉬운 것은, 이런 이야기들이 액션이나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과 잘 어우러졌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머피의 사고에 숨겨진 음모, 머피를 이용해서 이득을 보려는 세력과 그를 제거하려는 계략 등이 전부 따로따로 흩어집니다. 정말 서로가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들의 묶음이고 하나의 줄기가 없습니다.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섞이는 가운데 인물들의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액션 분량까지 줄어드는 역효과를 내는 것 같아 별로였습니다.

 

원작의 강렬한 메인테마 듣고 가시지요.

youtu.be/n4PQRpo2Wng

 

| 무뎌지지 않으려 노력한 풍자


 리메이크된 로보캅에서는 원작에서 볼 수 있었던 거센 풍자를 그대로 담을 수는 없었지만, 현실을 꼬집는 흐름은 그대로 가져가려 노력한 흔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놓고 자본가의 편에 서서, 정치인을 바보로 만들며 여론을 조작하는 언론사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그런 언론인 노박으로 무려 우리의 효자 사무엘 L. 잭슨이 나와서 대놓고 미국을 조롱하는 연기를 합니다.

 

엄청난 캐스팅을 자랑합니다.

 

 영화 초반 외국에 파견된 미군들이 민간인과 전투를 하는 모습에서도 원작 로보캅의 거친 느낌이 살짝 납니다. 다만, 폭력의 수위는 정말 조절을 열심히 한 것 같습니다. 성인등급으로는 내지 않겠다는 제작사의 처절한 움직임이 느껴지는 액션장면이 곳곳에 보입니다.

 

몇 번 없는 액션 장면

 '이거 전부 1달러에 샀는데' '죽던 살던 넌 나와 간다'와 같은 원작의 명대사도 오마주해서 나오기도 합니다. 원작의 반골정신을 어떻게든 이어가려는 듯한 모습이 보여서 좋기는 했지만, 제대로 못 살린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시원한 맛은 없었습니다.

 리메이크된 로보캅은 평론가와 관객한테도 좋은 소리는 못들었고, 흥행에서도 성공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거칠고 투박하면서, 절대 타협하지 않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냈던 원작 로보캅을 매끈한 오락영화로 다시 만들겠다는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야기할 꺼리가 많았고, 그만큼 의도대로 잘 나오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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