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Angels & Demons, 2009)
감독: 론 하워드
주연: 톰 행크스, 이완 맥그리거, 아옐렛 지러
서비스: 넷플릭스
간단소개: 새 교황의 선거가 예정된 바티칸에서 교황 유력 후보 4명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납치범은 자신을 종교에 탄압받은 과학자들의 어둠의 조직 '일루미나티'라고 밝힌다. 납치범은 유럽 과학연구소에서 사라진 반물질을 이용하여 바티칸을 공격할 것이라 협박하고, 바티칸은 일루미나티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최고의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에게 의뢰한다.
'천사와 악마'는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이 기호학자인 로버트 랭던 교수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원작입니다. '다빈치 코드'는 소설이 나오고 엄청난 반향과 함께 기독교계에서 굉장한 반대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엮인 숨겨진 이야기를 그리면서 그를 인간과 다름없이 그리는 등, 종교계에서 많이 싫어할만한 내용이었죠. 덕분에 화제성은 그 당시에는 세게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연작으로 소설과 영화까지 나오게 된 시리즈가 다빈치 코드 - 천사와 악마 - 인페르노 입니다. 저는 두번째 편 천사와 악마를 제일 좋아합니다. 이야기의 핵심 메시지와 음모가 잘 짜여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작비: 1억 5천만 달러
미국수익: 1억 3천만 달러
세계수익: 4억 8천만 달러
3편 인페르노는 이것의 절반도 벌어들이지 못하면서 시리즈의 운명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글에는 영화의 중요 내용에 대한 언급이 매우 많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 로마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로버트 랭던 교수(톰 행크스)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호학자입니다. 중세시대, 교황을 중심으로 종교계가 수많은 과학자들을 탄압했고, 그 때 만들어진 과학자들의 비밀집단 '일루미나티'의 비밀 암호문을 해독하는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사와 악마는 교황선거 '콘클라베'를 배경으로 납치된 4명의 교황후보와 이들을 구하고자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주인공들의 모험이 중심이 된 영화입니다. 천주교(카톨릭)을 믿는 사람들이 유럽보다 적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유럽을 비롯한 서양세계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교황을 해치려는 시도는 충분히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로마 경찰, 바티칸 경호대까지 달려들어 납치된 추기경들을 찾으려 하지만 일루미나티의 암호인 '흙 - 공기 - 물 - 불' 자연의 4대원소 중 흙의 낙인이 찍힌 추기경의 시신이 발견되고 맙니다.
영화는 심각하고 장엄한 분위기의 미스터리를 만들고, 그 한가운데에서 주인공이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을 긴장감있게 전달해줍니다.
중요한 인물이 살해되는 위기상황, 무섭게도 느껴지는 살해장면, 시간제한을 두고 벌어지는 암호해독과 추격장면은 소설에서는 미처 나타내지 못했던 박진감을 충분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배경은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박물관 같은 도시 로마입니다. 중세시대, 르네상스 예술에 문외한인 제가 보아도 판테온의 웅장함이나 오벨리스크의 거대한 모습은 멋있게 느껴집니다.
라파엘이나 베르니니같은 예술가, 갈릴레오 같은 과학자에 관심이 있거나, 로마의 건축물, 성당에 조예가 있으신 분들은 더욱 재미있게 영화를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종교와 과학, 신앙과 실증
흙 - 공기 - 물 - 불 원소의 순서대로 교황 후보가 암살되어 간다는 괴한의 계획을 알아챈 랭던 교수는 살인계획을 앞질러가서 어떻게든 그들을 구해내려 합니다. 그리고 그에 더해서 바티칸을 공격하려는 반물질 폭탄까지 찾아내야 하죠.
반물질 폭탄은 작품 전체를 가로지르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영화에서는 의미를 매우 짧게 언급만 하고 지나가고 있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작중에서 반물질은 과거의 상황을 재현해 낼 수 있는 연구의 기반이 됩니다. 과학자들이 그렇게 알아내고 싶어했던 '우주의 기원'을 알아낼 수 있는 기초물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종교의 입장에서 보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 볼 수 있습니다. 탄생이야말로 종교가 어떻게 보면 '과학에 밀려난' 와중에도 마지막으로 지키고 있었던 보루인데, 그것마저 과학이 풀어버리면 더 이상 종교가 설 곳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해석을 들려줍니다. 물리학 법칙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의 상황, 우주의 시작을 재현했을 때, 모든 것이 뭉쳐있는 하나의 점이 생기게 되는 상황, 그것이 일종의 '창조'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과학과 종교가 하나의 생각을 동시에 찬성할 수 있는 상황, 일루미나티를 자칭하는 세력들은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일루미나티를 앞세워 콘클라베를 이용했던 것이었습니다.
이 모든 과학쪽 이야기가 생략된 채 납치극이 교황의 자리를 노리는 욕심처럼 묘사되었다는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랭던 교수의 모험을 다룬 작품들은 영화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메시지가 상당히 급진적이고 인간에 대해 비관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것 같아 흥미롭다고 느꼈습니다.
여유있으실 때 원작 소설을 중심으로 즐기시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영화보다는 소설이 나은 것 같긴 한데, 로마 예술작품들을 화면으로라도 볼 수 있는 영화가 많지 않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