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 (시즌 5 파트 2, 2021)
연출: 나단 홉
주연: 톰 엘리스, 로렌 저먼
서비스: 넷플릭스
간단소개: 미국 LA의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루시퍼 모닝스타는 상상하지 못한 비밀이 있으니, 그가 바로 지옥의 왕, 루시퍼라는 것이었다. 지옥 감옥의 생활이 따분해진 루시퍼는 지상으로 올라와 향락을 즐기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는 강력계 형사 클로이를 도와 범죄를 해결하는 새로운 취미 생활을 시작한다.
능력자 주인공이 경찰과 파트너가 되어 범죄 수사를 돕는 드라마는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잘만든 드라마도 많구요. 잠깐 생각해도 캐슬이나 멘탈리스트같은 드라마들이 떠오릅니다.
'루시퍼'는 여기에 주인공이 진짜 악마라는 대담한 설정을 추가해서 밀어붙이는 드라마입니다. 매력적인 주인공, 조연들과 잘짜여진 이야기 속에서 흥하던 드라마는 우여곡절을 거쳐 넷플릭스에 안착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시즌 5의 후반부가 공개되었습니다. 이젠 가족드라마가 되어가는 루시퍼 모닝스타의 이야기입니다.
<TMI>
루시퍼 역할의 톰 엘리스는 극중에서 노래부르는 장면의 녹음을 직접 했습니다. 하지만 피아노 연주는 할 줄 몰라서 연기로만 했다고 합니다. 2019년 한 영상에서 톰 엘리스가 피아노를 배워서 칠 줄 아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는데요, 아직 드라마에서는 피아노는 치는 척만 한다고 합니다.
<TMI 2>
에피소드 중 하나에서 자물쇠를 여는 숫자로 999가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 LA경찰서에서 이 번호를 실제로 경찰서 자물쇠 번호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 인간세상에서 골칫덩어리가 된 악마, 루시퍼
악마같은 주인공이 아니라, 정말 악마입니다. 외모도 훤칠하고, 선과 악 중에서 당연히 악함에 익숙한 루시퍼는 LA에서 클럽을 운영하며 흥청망청 아주 잘, 악마답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의 흥미를 계속 끄는 인간세상에서, 루시퍼는 우연히 만난 경찰 클로이를 따라다니며 범죄 수사를 돕게 됩니다. 살인을 저지르는 인간들이야말로 그에게는 '아주 먹음직스러운' 관심거리였던 것이죠.
클로이는 루시퍼가 탐탁치 않지만 그의 재능, 연줄때문에 어쩔수 없이 자문 역으로 데리고 다닙니다. 루시퍼는 그 나름대로,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인간인 클로이에게 호기심이 동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으니까 마치 부록처럼, 강아지처럼 클로이를 따라다닙니다.
루시퍼는 지옥의 왕이니까, 범죄 수사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당연히 인간세상의 무기로는 그를 해칠 수 없구요. 그와 눈이 마주치면 누구든지 '자신의 욕망'을 줄줄 털어놓게 됩니다.
살짝 반칙같은 특수능력이긴 한데, 의외로 이 재능은 개그하는데에만 쓰입니다. 범인이 당당하게 형사들 앞에 나타나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요.
의외로 루시퍼는 경찰 수사에 도움이 많이 되는데요, 범죄자, 악당의 악한 생각을 그만큼 잘 이해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아주 매력적인 설정이 하나 있었는데요, 그도 나름 하늘에서 온 사람이고 천사 출신이니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악함을 즐기는 지옥의 왕이긴 해도 거짓을 말하지 않고 경찰을 졸래졸래 따라다니면서 범죄수사를 즐기는 악마이야기가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래 유명한 드라마였지만, 샤이니의 루시퍼를 배경음악으로 쓰면서 크게 집중을 받았었죠. 한국인 갱단을 습격하는 루시퍼의 모습입니다.
| 신과 함께하는 가족 드라마
루시퍼는 에피소드 하나마다 범죄를 해결해가면서, 시즌을 관통하는 스토리를 진행시킵니다. 지옥과 천국에서 인간세상으로 건너오는 동료, 형제들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합니다.
형제인 아메나디엘, 지옥의 하수인이자 동료 매지킨 등 수수께끼를 가진 저쪽세계 인물들이 한명씩 등장해서 루시퍼의 숨겨진 이야기를 보여주죠.
드라마는 나쁘지 않았는데, 의외의 문제가 생기면서 휘청거렸습니다. 방송사인 FOX에 악마를 가지고 드라마를 만든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항의를 한 것이었는데요, 악마를 미화한다는 내용이었죠.
그때문에 2018년 5월, 시즌 4 제작이 취소되게 됩니다. 인터넷상에서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트위터에서 루시퍼 살리기 운동을 펼쳤고, 하루만에 1백만 트윗을 달성합니다. 한창 투자에 열을 올리던 넷플릭스에서 루시퍼를 사들였고, 시즌 제작이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지옥의 왕께서 인간들에게 밀려 없어질뻔 하다가, 네티즌과 넷플릭스의 힘을 받아 다시 부활하다니, 드라마 외적인 요소들이 더 루시퍼스럽네요.
시즌 5에서는 루시퍼의 동생 미카엘이 새로 등장하면서 갈등을 이어갑니다. 어머니에 형에 동생에, 가족들 다 나오는게 지겹다고 느껴질 때쯤, 시즌 5 파트2에서는 기다렸던 그 분 '아버지'께서 등장하고야 맙니다.
| 긴장감 넘치는 가족이야기, 길잃은 범죄 수사극
아버지와 함께하는 루시퍼의 이야기는 전과는 다르게 엄청나게 활기를 띕니다. 모든 사람들의 스토리, 관계를 전부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서인지 뮤지컬같이, 본적없는 형태의 장면들도 도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 시즌을 이어오면서 많이 등장해서 이제는 그닥 주목을 받지 못하던 캐릭터들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얼간이 형사, 에스피노자도 신과 함께 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받게 되었습니다.
개그로 보나 스토리로 보나 가장 은총을 많이 받은 분은 정신과 의사이면서 아메나디엘의 여친, 린다라고 봅니다. 루시퍼와 아버지를 같이 앉혀놓고 상담을 하는 전무후무한 명장면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신의 며느리; 로써 일침도 잘 놓구요. 당당하게 인간으로 사는 모습을 즐겁게 보여주었습니다.
루시퍼의 아버지가 극의 중심으로 들어오면서, 메인 스토리는 상당히 요동을 치게 됩니다. 루시퍼는 아버지와 갈등을 하면서도, 그와 어떻게든 잘 지내보려고 합니다.
아버지는 또 그 나름대로 커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의 문제는 온 우주의 문제나 다를바 없었습니다. 신의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면서, 많은 캐릭터들의 변화가 따라오고 급박하게 흘러갑니다.
주인공 루시퍼의 가족 이야기가 활기를 띄면서 아쉬운 점은 클로이, 형사이야기 쪽의 무게가 많이 덜어졌다는 것입니다.
에피소드 한편에 범죄가 하나씩은 일어나긴 합니다. 그런데 한쪽에서 신과 함께가 벌어지고 있으니, 사건은 누가 해결해도 하겠지, 집중이 되지 않는 편입니다. 클로이 캐릭터의 성격도 많이 약해져서 거칠고 카리스마 있는 형사보다는, 루시퍼를 사랑하는 인간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구요.
루시퍼는 시즌 6도 확정이 되었다 합니다. 있는대로 벌려놓은 이야기를 어떻게 멋있게 진행시킬지 기대가 큽니다. 소속도 옮겨가며, 끝까지 살아남는 모습도 좋구요 ㅎㅎ. 약간 변칙적인 드라마같은 기분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