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미친 엑스 (2021)
연출: 이태곤
주연: 정우, 오연서
서비스: 카카오TV, 넷플릭스
간단소개: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형사 휘오는 어느 비오는 날 병원에 진료를 보러 가는 와중에 자신만큼 미친 사람 민경을 만난다. 민경은 강박과 망상장애를 심하게 앓고 있는, 만만치 않게 정상이 아닌 상태였다. 같은 병원을 다니고 있던 둘은, 집마저도 옆집이었고, 서로를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서로 엮이게 된다.
카카오TV와 넷플릭스는 서로 많이 돕고 사는 사이인 것 같습니다. '도시남녀의 사랑법'도 그렇고, 카카오에서 만들면 넷플릭스에 거의 동시에 방송이 되는 작품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구역의 미친 X'도 넷플릭스를 통해서 접했습니다. 불편함을 넘나드는 분위기인데, 의외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드라마였습니다.
| 미친자 X 미친자
형사인 휘오(정우)는 분노조절장애 때문에 사고를 치고 파면을 당한 상태입니다. 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멀쩡해져야 다시 복귀를 할 수 있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무례하고, 비는 쏟아지고 짜증은 있는대로 나고, 모든 상황이 자신을 시험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휘오는 공걱성, 충동장애, 무력감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같은 존재입니다. 이미 터지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휘오 역의 정우는 거지같은 세상에 꽉막힌 답답한 심정을 마구 터뜨리는 역할을 찰떡같이 소화합니다.
정우님은 연기로는 아쉬움을 느낄수가 없는 배우지요. 이번에는 화를 내고 소리치는 모습과 함께, 어이없어서 빡쳐하는 표정을 정말 잘 해내고 있습니다.
휘오의 반대편에는 만만찮은 미친자, 민경(오연서)이 있습니다. 병원에 상담치료를 받으러 가는 길에, 휘오는 우산 너머로 '머리에 꽃을 꽂은 그녀' 민경을 만납니다. 민경도 심각한 정신적 장애가 있습니다.
불안하고, 강박적인 행동을 반복하고, 자기가 가스를 잠갔나 확인하기 위해서 집안 곳곳을 사진찍어서 갖고 다니는 습관이 있습니다.
언제나 얼굴을 가득 덮는 선글라스를 쓰고, 자기를 피해다니라고 광고하기 위해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오죽 하면 '도를 아십니까' 도 민경을 피해서 다른 사람에게 갈 정도입니다. 인물의 강한 개성과 성격을 재미있게 잘 나타냈다고 느꼈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불안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 두 정신과 단골들은, 비가오던 어느 날, 오해가 겹치면서 서로에 대해 강하게 알게 됩니다. 주인공들이 오해하면서 서로 인연을 맺는 것은 익숙한 패턴이지만, 작품은 지겨워하지 말라는 듯,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민경이 휘오를 치한으로 오해하고 휘오는 민경 앞에서 참았던 분노를 스스로에게 폭발시킵니다. 하필이면 둘은 옆집에 사는 이웃관계여서 민경은 피해망상 증상을 크게 터트리고 말죠.
이 모든 오해와 사건들은 30분짜리 드라마 1회만에 전부 보여주고, 깔끔하게 서로의 상황을 파악하면서 정리됩니다. 오래 끌지 않고 서로에 대해 파악 끝내고 진도 나가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 불편함 사이의 공감대
드라마는 불편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줄타기를 하려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는 정신상태 가진 남자와 다른 사람의 화를 돋구는 정신상태의 여자의 이야기이니까요.
둘이 옆집에 살면서 엮이는 에피소드들은 시청자들에게 편한 느낌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보았을만한 감정들을 이야기합니다.
두 주인공은 모두 사람을 싫어하고 믿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것 같은 사람 (특히 서로)에게 냉소적이고
비꼬는 말을 마구 던집니다.
사람들의 이기심에 상처입은 사람들이라면, 소리지르고 화를 내서 터뜨리고 싶기도 하고, 반대로 꽁꽁 숨어서 자신을 건드리지 않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대응은 극과 극이지만, 현대인들 공통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주인공들인 것 같아서 앞으로 심리상태의 흐름이 기대되는
설정이었습니다.
| 부족한 에피소드를 채울 배우들의 티키타카
아직까지 많은 에피소드가 방송되지는 않은 상황이어서 단언하기에는 이르지만, 방송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두 주인공이 같이 다니는 병원이 매우 중요할 것 같은데, 의사 역할이 틀에 박힌 이야기만 하고 답답했습니다. 코믹한 느낌을 만들어내기위해서 나오는 더러운 개그들도 좀 없었으면 좋겠구요.
배우들의 활약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습니다. 둘 다 거침이 없습니다. 쭈뼛쭈뼛 한다거나,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만 삼킨다거나 이런 캐릭터가 아닙니다. 기분 나쁜거, 억울한거, 싫은거 다 시원하게 말하는 분위기의 드라마입니다.
주인공 휘오가 경찰이기도 하니, 앞으로는 긴장감을 섞은 범죄이야기도 나올 것 같은데요, 둘 사이에 재미있게 엮이는 에피소드가 잘 이어진다면, 방송을 기다리면서 보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