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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바다로 간 산적 (영화, 2014): 산적은 바다로, 영화는 산으로

아뇨, 뚱인데요 2021. 8. 12.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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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바다로 간 산적 (The Pirates, 2014)
감독: 이석훈
주연: 손예진, 김남길
서비스: WAVVE

 

시원하고 유쾌하게 즐기..고 싶었습니다 ㅠ

줄거리: 조선 건국 초기, 명나라에서 운반되어 오던 조선의 국새가 사고를 당해서 고래의 뱃속으로 사라져버린다. 대신들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 고래의 수배령을 내린다. 여월(손예진)이 이끄는 해적단과 장사정(김남길)의 산적단도 고래를
찾으러 나선다.

 저는 손예진 배우를 좋아합니다. 멜로와 코믹을 엄청나게 잘 하시고, 그런 작품들이 정말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배우로 누구를 붙여 놓아도 재미있게 받아 넘기고 때로는 눈물짓게 하는 연기로는 손에 꼽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만 하면 보고 있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도 멜로를 하지 않으려는 예진님이 해적 두령을 맡은 작품입니다. 흥행에는 성공하신 듯 합니다만, 관객에게 만족을 주었는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눈에 힘만 주면 어색해요 ㅠ

제작비: 약 160억원
손익분기점: 5백 50만명
관객동원: 8백 6십만명


 이 때 해적 직전에 개봉한 영화가 명량이었습니다. 기가 막히게 바톤을 이어받아서 성공했죠.

 

| 최고의 장점이 되었어야 할 액션과 CG


 여름에 바다를 배경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액션! 이 일등 미덕이 되었어야 할 영화 같습니다. 때는 조선이 막 세워지고 나서의 이야기입니다. 나라의 옥새를 운반하던 배가 고래의 습격을 받아 난파됩니다.

 

 옥새는 고래가 꿀꺽 하구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신하들은 임금께는 해적들이 강탈해갔다고 거짓말하고, 모든 인력을 동원하여 고래를 잡아들이려 합니다.

 

영화의 처음이자 끝인 고래

 여두목 여월(손예진)이 이끄는 해적단도 관군에게 토벌을 당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하고 고래를 찾아 나섭니다. 여기에 고려의 잔당인 산적두목 장사정(김남길) 패거리까지 합류해서 판이 크게 벌어집니다.

 여월이 두목이 되기 전, 과거에 만들어진 원한과, 장사정이 산적이 되기 전의 원수까지 이야기에 더해지면서, 해적은 거대한 전쟁과 고래사냥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둘 사이에 썸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이렇게 거대하고 뻑적지근한 판을 깔아놓았으면, 제대로 치고 받고 손에 땀을 쥐는 모험을 보여주었어야 하는데요, 화면과 액션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망망대해 위 거대한 함선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은 줄을 타고 날아다닙니다. 그런데 가장 기본적인 CG,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인물들이 모습이 배경과 따로 놉니다. 윤곽선 다 나오고 허옇게 떠있어요. ㅠ

 

뒤에 배경과 인물이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 많습니다.

 저는 해적을 보려고 마음먹었을 때, 이야기적인 측면 다 포기하고 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물량전으로 쏟아낼 액션을 기대했습니다. 극장을 찾은 관객들도 분명히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캐리비안의 해적'을 연상시키는 포스터나 해적들의 외양에서부터 고증보다는 시각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영화일거라는 것이죠.

 그런데 딱! 첫 이야기, 해적단이 배를 습격하는 장면에서 여월(손예진)이 줄타고 붕~ 날아오는데, 아....이건 좀...싶었습니다.

 

CG에 신경은 썼다지만..너무 어색합니다.

 액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칼이 맞부딪히고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흘리고, 빈틈을 노려서 공격을 하는 움직임, 이 너무 느릿하게 느껴집니다.


 예전에 느린 흐름의 대결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서 멋지게 그려낸 작품이 있었죠. 와호장룡이라고, 하지만 이건 그런 작품이 아니잖아요ㅠ 몸과 몸이 맞붙는 액션은 느리고, 카메라가 빠져서 큰 화면으로 보기엔 CG가 튀고, 난감한 장면의 연속이었습니다.

 

박진감, 긴장감, 타격감 이런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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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진 전개를 위해 행동하는 인물들


 해적과 산적들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반목하다가, 관군과 연합한 더 큰 적 소마(이경영)의 세력에 맞서기 위해서 서로 힘을 합칩니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싸우다가 힘을 합쳐 더 나쁜 놈을 잡는 것이죠. 그런데 정해진 전개를 위해서 상식 밖으로 행동하는 장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어떻게든 강한 인상을 남기려는 또경영님

 영화 시작과 함께 선상반란을 일으킨 여월은 소마를 쫓아내고 해적단을 장악하죠. 소마는...남들 다 보는 앞에서 자기 부하들을 관군에게 팔아넘기다가 쫓겨납니다. 몰래 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너, 너, 너, 관군따라 죽으러 가라, 이래요. 반란을 위해 쫓겨날 짓을 어거지로 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옥새를 잃어버리는 과정도 답답합니다. 저는 영화를 보기 전에는, '고래'가 조선을 전복시키려는 어둠의 세력, 이런 은유인 줄 알았습니다. 정말 동물 고래더만요.


 멀쩡하게 지나가는 고래한테 사람들이 활이랑 대포까지 쏘다가 박살이 납니다. 총통을 쏴서 동물 하나 잡으려 한다는 건...암만 봐도 수지타산도 맞지 않는 일인데, 옥새를 고래한테 먹혀야 하니까 억지로 붙인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CG 회사인 덱스터 스튜디오가 잘 만들 수 있는 대상을 스토리에 많이 입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뇌피셜입니다. 

 

해적이 그랬대요! 하고 일러바침

 대신들의 행동도 이상하죠, 고래를 잡기 위해서 해적과 산적을 모두 동원하는데, 정작 왕한테는 옥새를 해적이 강탈해갔다고 말합니다. 토벌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자기 옥새를 찾아다 줄 용병으로 쓴다...포지션이 이상하게 꼬입니다. ㅠ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장점도 분명한 영화입니다. 김남길님을 비롯하여 유해진님 등, 주연급 배우들의 힘을 뺀 연기가 정말 좋습니다. 특히 두분이 같은 화면에 나올때면, 코믹도 그렇고 스토리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대화의 흐름이 이어지는 것 같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상투가 그냥 머리보다 잘 어울리시는 분 ㅠㅠ

 그런데 분위기 좀 심각해 지기만 하면 손예진님부터 김남길님까지 왜들 그리 무게를 잡다가 영화를 힘들게 만드는지, 아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망작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구요, 그냥 안보신 분들은 피하시는 편이 나을 것 같은 비추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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