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비추망작

레드카펫 (영화, 2013): 진지하게 달려든 배우와 관객을 실망시키는 시나리오

아뇨, 뚱인데요 2021. 7. 28. 06:05
반응형

레드카펫 (Red Carpet , 2013)
감독: 박범수
주연: 윤계상, 고준희, 오정세, 조달환
서비스: WAVVE
관객수: 31만명

포스터에 낚였습니다.

줄거리: 19금 성인영화 감독인 박정우(윤계상)은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어서 활약하는 꿈이 있다. 하지만 영화 제작사는 당장 돈이 되는 영화만을 정우에게 시킨다. 어느날 그의 전셋집에 이중계약으로 사기를 당한 배우 정은수(고준희)가 들어오고, 오갈 곳 없는 은수는 정우와 한달간 같은 집에 살기로 한다.

보고 있으면 감탄이 나는 비주얼을 가진 배우들이 있습니다. 아름답고 멋진 배우들 중에서도 유독 강렬한 느낌을 가진 배우들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고준희씨나 유인영씨를 인상깊게 봤습니다.

긴머리가 상상이 안되죠

레드카펫은 윤계상씨와 고준희씨를 주연으로 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이전까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영화였는데, 주연배우의 이름을 보고 클릭해보았습니다. 보통은 로맨틱 코미디가 되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도저히 로맨스를 말할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코미디는 평작의 하위권이지만, 로맨스에서 폭망작입니다.

| 영화를 끌고가는 조연들


오늘도 열심히 성인영화를 찍는 영화감독 박정우(윤계상)은 자신이 쓴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어서 영화제에서 성공하고픈 꿈이 있습니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어쩔 수 없이 오늘도 사장님이 시키는 야한영화만 찍고 있습니다.

살색 많은 영화를 만드는 우리의 영웅(!)들

이 영화, 15금입니다. 야한 소리는 몇번 들려도 야한 장면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습니다. 알고 본 건 아니지만, 알고나니 실망입니다. 야하지는 않아도 재미있을 수는 있었을텐데.

정우가 사는 자취방에 어느날 유학을 갔다온 배우 은수(고준희)가 덜컥 들어옵니다. 전세 이중계약으로 사기를 당해서 머무는 곳이 붕 떠버린 은수는 어쩔 수 없이 정우의 자취방에 한달간 얹혀살기로 부탁합니다.

그냥, 살고 있는데, 고준희가 같이 살자고 온다고??!!

세상에 그냥 출퇴근만 했는데 고준희가 같이 살자고 들어오다니요. 어쩔수 없는 동거 상황은 영화나 이야기에서 많이 나오는 소재인데요, 이번엔 희망사항이 쎄게 들어간 것 같습니다.

작품의 가장 좋았던 점은 조연들의 깨발랄한 연기입니다. 이젠 한국 영화의 대들보가 되어버린 테드 창, 오정세씨가 여기에서도 나오십니다. 전체적으로 가볍지 않게 진지한 연기를 하는 주인공 정우(윤계상)와는 다르게, 영화제작 스탭들로 나오는 조연들은 코믹한 상황과 연기를 아주 부드럽게 잘 가져갑니다. 오정세씨는 물론이고,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인데요.

2PM의 찬성씨도 나옵니다. 카메오 아니구요.

저는 조달환씨의 연기가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극 중 테드 창이 떠벌거리고 들이대는 캐릭터로 스트라이커인데, 그런 조연이 둘이 되면 안되겠지요.

그래서인지 조달환씨의 캐릭터는 코믹한 상황을 만들면서도 말을 어눌하게 하고 더듬는 개성을 추가했습니다. 배우가 이렇게 한 것인지, 감독이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좋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티키타카가 됩니다.

영화 속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매니저, 써니 역의 이미도 씨와, 작은 역할이지만 안재홍씨까지, 전체적으로 조연들의 연기는 다 좋았습니다.

영화 속 상황들이 말이 딱 되는 상황이 많지 않은데도, 연기로 코믹한 분위기를 잘 살렸다고 봅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글쎄요...멈춰있는 사진과 활동사진의 차이가 많이 느껴졌습니다.

정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이미도씨 캐릭터

728x90

| 개연성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전개


아역배우로 한 때 잘나갔던 은수(고준희)는 활동을 중지하고 외국으로 유학을 갔다 온 상황이었습니다. 상처를 안고 있는 아역배우 출신 여주인공과, 꿈을 펼치지 못하는 영화감독 남주인공, 대충 각이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정우는 자기가 영화 쪽에서 일한다는 것만을 말하고 성인영화 감독이라는 것은 숨깁니다. 은수는 정우에게 연기 조언을 구하면서 오디션을 다니죠.

많이 도와주는 것처럼 나옵니다.

둘이 이러쿵 저러쿵 하다가 썸씽이 생기고 좋아하게 되는 전개로 흘러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죠, 여기에 불만은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영화에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잘생기고 아름다운 청춘남녀가 좋아하게 되는 과정과 감정을 관객한테 보여주려면 뭔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둘이 썸을 타던 욕을 하던 밥을 먹던, 서로 말을 하고 사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게 하나도 없습니다.

뭐 본게 있어야 납득을 하지!

그냥 연기 가르쳐주다가 같이 자요 ㅠ. 그리고 다음날에 성인영화 감독이라는 사실로 오해가 생깁니다. 그리곤 바로 떠나버리고 연락 안받습니다. 남주는 가슴아파하구요.


진짜 이 모든 사건이 한큐에 일어납니다. 보통은 오해가 있어서 멀어진 연인을 그리워할 때, 같이 있었던 좋은 시간을 회상하는 장면이 들어가곤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도 없습니다. 같이 한 일이 정말 없거든요.

맺어지고-오해하고-떠나고 10분컷

사건의 이야기도 제대로 앞뒤를 맞추면 이상해집니다. 남자는 자기의 직업을 숨길 이유가 약하고, 오해를 만들어내는 사건도 별로입니다.


영화감독이니까 인터넷에 이름 석자만 쳐봐도 아는 사실을 은수만 몰랐다는 거죠.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납득이 가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영화감독인건 알면서...어떤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몰랐다?!

| 빈곤한 캐릭터의 사연


오해는 있었지만 정우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은수는 다시 돌아옵니다. 그리고, 정우도 자신의 꿈을 찾아서 독립해서 영화사를 차리죠.

영화를 보면서 가장 좋지 않았던 점은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없고, 너무 단순하다는 것입니다. 여주인공 은수는 아역배우였다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외국으로 도피를 한 것처럼 나옵니다. 그런데 그 사건이 무엇인지, 그 당시 일하던 사람들은 은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인물을 갖다놓기만 했습니다.

주인공인 정우와 은수의 성격에 대한 묘사도 박합니다. 배우로서 성공하려고 오디션 보러 다닌다는 것 말고는 특징이나 개성을 보여주는 사건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은수가 정우한테 들이대는게 정말 뜬금없고 이상해보이는 것입니다. 서로의 삶에 대한 이야기, 배우가 되어서 이루고자 했던 꿈, 아역배우로서 상처되는 일, 부모님과의 관계, 무엇을 슬퍼하고 두려워하는지.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고자 했다면 한 사람의 인간의 삶에 대한 흐름을 만들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정도로 캐릭터를 구축하지 않았으니, 연기를 하는 배우 입장에서도 단편적인 모습밖에 보일 수 없었던 것도 이해는 갑니다.

그래서 로맨스는 대실망입니다.

레트카펫이 특이한 점이 있다면 상당히 길다는 것입니다. 2시간이에요. 중반 넘어가면 감독과 배우들이 독립영화 찍는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러닝타임이 흘러갑니다. 레드카펫은 배우들도 어쩔 수 없는 밋밋한 사건들로 긴 시간을 흘려보내는 안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사진은 좋아요 ㅠㅠ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