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 (Sisyphus: the myth, 2021) 드라마 16부작
제작: 진혁(연출), 이제인, 전찬호(극본)
주연: 조승우, 박신혜
방송정보: JTBC 수요일, 목요일 9시, 넷플릭스
간단소개: 천재공학도, 대기업 대표 한태술(조승우)의 앞에 미래에서 온 구원자 강서해(박신혜)가 나타난다. 서혜는 태술이 미래에 만든 이동기술이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 전한다. 서혜와 태술은 미래인간을 찾는 단속국과 브로커들에게 쫓기게 된다.
16부작 드라마 중 시작에 해당하는 4화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보는 와중에 참 다양한 느낌을 자아내는 드라마입니다.
| 심상치 않은 긴장감과 박진감
태술은 자신이 개발한 신기술을 발표하던 도중, 암살시도를 겪에 됩니다. 범인은 미래에서 온 암살자였습니다. 태술이 만든 기술 '업로드'는 대상을 공간이동과, 시간이동까지 가능하게 해 주는 기술로 미래에 사용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태술은 미래에서 온 서혜와 함께, 그들을 쫓는 단속국, 자신들을 이용하려는 브로커 아시아마트 박사장(성동일)로부터 도망칩니다.
총과 몸을 사용한 액션은 주로 서혜에게서 나오고 태술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도망치거나, 머리를 써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사용합니다. 액션은 새로운 화면을 많이 보여줍니다.
서혜가 자신을 잡으러 온 단속국과 마주치는 첫 교전은 권총과 몸을 사용한 액션입니다. 육탄적으로 남자 요원 여럿을 쓰러드리는 서혜의 액션은 긴박함과 타격감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 속 맨손격투장면과 비교해도 상대가 될 정도라고 봤습니다. 스턴트 대역을 안쓴건가 싶을 정도로 어색함도 없이 잘 붙었습니다.
이어지는 총격전도 괜찮았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총은 쏘는 액션과 리액션을 따로 나눠서 보여주는데, 시지프스 2화에서는 이걸 한 화면에 같이 보여주더라구요, 호흡이 제대로 맞아 들어가야 하는 장면이었을텐데요, 재미있는 앵글이었습니다.
| CG풉스와 단속국
3화에서 암살과 함께 이어지는 액션장면은, 기가차고 한숨이 쉬어지는 정도입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CG풉스라고 비웃을 정도이니, 할말이 없죠. 하늘 배경과 인물은 붕 떠다니고 살짝 지나치는 장면에도 CG티가 팍팍납니다. ㅠ
CG만 에러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액션의 구성도 좀 이상하죠. 암살범은 조승우를 죽이는게 목적인데, 준비 다 해놓고 조승우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단속국은 드라마에서 악당인지 이쪽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존재인지 확실치 않기에 더욱 위협적인 집단입니다. 주인공들의 위기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위협이 실감나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잘 표현이 된 것 같지 않습니다. 살벌하고 비밀스럽게 활동하는 척 하는데, 3,4화정도 되면 그냥 총들고 우르르 몰려다닙니다. 차는 골목에 꽉꽉 채워놓고, 신고해 달라는 건가요.
태술과 서혜를 쫓는 드론 액션은 기가 좀 많이 차죠. 아무리 드라마고 현실감을 많이 이해해준다고 해도, 프로펠러로 비행하는 드론이 실탄을 쏘는 총의 반동을 이겨낼 리 없고, 총알도 연사를 마구 하는데 총알 부피, 무게는 어떻게 감당을 하고 있는지. 한태술의 기술을 따다가 미래에서 총알을 공수해와서 뿌리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단속국 국장님은 다른 액션장면에서는 꼭 현장에 가 계시더니 드론 액션이 나올때 쯤 되니까 상황실에서 모니터로 보고 있습니다. 상황실 샷은 잘 만들어져서 볼만했습니다. 국장님은 현장 말고 상황실에 계셔야겠어요. 라온피플에서 만든 기술을 쓰는 것처럼 묘사되는데, 워낙 빨리 지나가네요;
| 시간여행을 오는 자들의 절박함
영화 속에서 미래세계는 전쟁이 나서 멸망한 디스토피아입니다. 서혜의 설명에 따르면 전쟁은 태술의 업로드 기술이 연관되어 있는 것같은데 아직 상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서혜의 목적은 전쟁을 막는 것인데, 태술이 업로드를 개발하지 않아야 하고, 태술을 죽게 만들면 안된다고 합니다. 살짝 노선이 헷갈리죠, 태술을 죽이려는 암살자들은 아예 죽여서 전쟁을 막으려는 것도 같은데, 서혜의 목적은 정확히 무엇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이 재미있게 풀어지기 바랍니다.
미래에서는 시간여행 기술이 정착되었는지, 현재의 세계로 엄청 많은 사람들이 건너오고 있습니다. 서혜는 25만번 정도 된다네요. 그리고, 이들은 마치 피난민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캐리어 하나만 가진 채 맨몸으로, 실패하면 목숨이 위험한 시간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절박한 이유가 있는 것이겠죠. 드라마에서는 이를 '후회'라는 감정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일에 대한 후회를 갖고 살고 있죠.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지프스에서는 이런 간절하고 절박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언듯 보이고 있습니다. 전쟁이나 난민같은 큰 이유도 있겠지만, 이런 개개인의 드라마도 잘 엮여서 나온다면 더 공감이 잘 되고 감동이 느껴질 것 같습니다.
| 조승우 하드캐리
드라마에서 SF요소가 처음 등장하고 설명을 해주는 초반은 시청하는 사람들이 적응하고 공감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시지프스는 이런 어색한 초반을 조승우님이 정말 열심히 이끌어갑니다.
SF요소 뿐만 아니라 어색한 CG, 탄탄하지 못한 설정과 극본을 조승우님이 혼신의 연기로 커버하고 있습니다. 극중에서 천재 공대생 설정인데, 거의 토니 스타크와 맥가이버가 합친 정도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액션 뿐 아니라 스토리의 중요한 부분이 등잘할 때도 조승우의 연기가 빛을 발합니다. 3화의 프레젠테이션에서 그런데요, 분명 현재의 기술로는 실현이 절대 안되는 얼토당토않은 화면인데도 조승우이 설명과 천연덕스럽기도 하고 진지한 연기를 보다보면 '아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퀀텀앤타임 주식을 풀매수 해야 할 타이밍을 만드시네요.
천만 다행히도 여기에 아시아마트 박사장(성동일)이 가세하여 드라마를 볼만하게 이끌어갑니다. 엄청 위협적으로 등장하시면서도, 툭툭 개그를 던지시는데 정말 물흐르듯 하시더라구요.
조승우와 합쳐지니 이 두분이 나오면 연기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때로는 개그 분위기도 만들고, 시간여행이라는 가상의 요소를 현실감 있게 느끼게 해 줍니다.
| 아직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지프스는 4화가 끝나고 극의 진행에 필수적인 요소들에 대한 설명을 막 마쳤습니다. 단속국에 쫓기던 태술과 서혜는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게 되는데, 이제부터 제대로 둘 사이의 이야기가 나오게 될 것 같습니다. 단속국과 아시아마트, 그리고 미래에서 오는 세력들도 좀 더 풍성한 이야기가 풀어지겠죠.
무엇보다도 저는 같은 편에서 흑화하고 있는 퀀텀앤타임 공동대표 에디김쪽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요, 태술의 형 태산과 함께 미래에서 일어나는 비극의 열쇠를 이분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얼토당토 않는 CG는 말하기 민망할 정도입니다. 차라리 잘라내는 편이 이야기를 보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위기를 만들어주고 박진감, 몰입감을 만드는데 총기 액션이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현실감은 있게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승우님과 성동일님을 믿고 보고 있습니다. 두분 케미도 잘 나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기대를 꺾지 않고 잘 보고 있습니다. ㅎㅎ